[PD 열전] 삼십팔도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이미소 PD, 투덜대면서도 애정을 쏟게 만드는 그 지독한 매력이 날 붙잡아요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6-06-22 11:00:50
Interview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PD가 된 지 어느덧 7년 차가 됐다. 아직도 배울 게 많아 시간 가는 게 더 빠르게 느껴진다. 원래 내향적인 성격인데 일할 때는 활기차다. 그래서인지 밖에서는 경험 많은 베테랑처럼 봐주실 때도 있다. 반전 매력이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웃음)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도 이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막연한 마음은 있었지만, PD를 꿈꾼 건 아니었다. 원래 내 이야기를 직접 만들고 싶어 대학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그러다 선배 권유로 이쪽에 들어와 후반 작업 코디네이터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많이 헤매고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사측의 제안으로 PD를 맡으면서 내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뭔지 조금씩 선명해졌다. 연출이 한 장면과 감정을 깊이 만들어가는 일이라면, PD는 작품 전체의 흐름과 방향을 설계하고 다양한 사람을 연결해 완성까지 이끄는 역할이라 느꼈다. 내겐 더 넓은 그림을 보고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잘 맞았고 더 큰 재미로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우연히 시작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이 일을 사랑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는다면?

‘가츄캐츄’라는 작품이다. 제작은 물론 마케팅 업무에도 관여하면서 B2C, B2B 분야의 다양한 바이어를 만나고 해외 마켓도 경험해 보는 기회를 얻었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제작 외 영역을 경험하면서 시야가 정말 많이 넓어졌다. 내 그릇이 한층 커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출장을 다닐 때 직접 캐릭터 인형을 들고 다니며 사진 찍고 릴스도 만들어 매일 포스팅했을 정도로 진심이었던 작품이라, 이번 기회에 많은 분이 한 번쯤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아쉬운 순간은 사실 꽤 자주 느끼는 편이다.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상황이나 여건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 그래서 늘 고민과 아쉬움을 안고 일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보다 훨씬 크게 돌아오는 뿌듯함 때문이다. 내가 참여한 작품이 세상에 나와 많은 사람이 보고,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는 순간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뭔가?

거창한 사명감이라기보다 이 일을 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것 같다.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전 과정이 내게는 꽤 큰 즐거움이다. ‘즐기는 사람을 이기기 어렵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면서 생기는 에너지와 유대감도 큰 동력이 된다. 의견이 부딪칠 때도 있지만, 결국 하나의 작품을 함께 완성해 세상에 내보냈을 때 느끼는 그 후련함과 성취감이 다음 작품을 만들도록 이끈다.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나?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 자극적인 콘텐츠가 정말 많은데 이런 흐름 속에서 조금 지칠 때가 있더라. 돌아보면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에도 충분히 좋은 이야기와 따뜻한 감정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울림을 주는 작품들이 더 오래 살아남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 작지만 진한 울림을 주는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보는 게 도전 과제이자 목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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