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_스트레스 제로 _ 이대희 감독

캐릭터 / / 2021-03-04 09:27:21


Interview



“마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들도 있지만 일상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는 평범한 아저씨들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 괴물의 습격으로 졸지에 직장을 잃은 짱돌과 그의 친구 고 박사, 타조는 스트레스 제로 음료의 비밀을 알게 된 후 히어로가 돼 세상을 구하려 불 괴물에 맞선다. 평범한 아빠가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그린 가족 애니메이션 <스트레스 제로>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이다. 서울이라는 도시, 현대인을 짓누르는 스트레스,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돈을 걱정하는 아저씨들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더욱 몰입하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대희 감독을 302플래닛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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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만의 개봉작이다. 소감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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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다.  예전처럼 긴장하거나 설레기보다는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 같다. 개봉작으로는 2012년 파닥파닥 이후 두 번째지만 그 사이 여러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 강철아빠란 작품이 먼저 진행되고 있었고, 스트레스 제로는 그다음에 선보일 작품 이었다. 그런데 스트레스 제로가 기획안과 트레일러 영상 정도만 나온 상태에서 중국에 선판매되고 기관의 지원사업도 받게 되면서 제작 일정이 앞당겨졌다. 당초 지난해 개봉 하려다 코로나19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마침내 올 2월에 개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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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모티브나 소재는 어디서 얻었나?


작가이자 감독이자 제작자로서 기대치가 있었던 파닥파닥의 흥행 성적이 저조하고 안팎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전적으로도 어렵다 보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을 때였다. 이런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담아볼까 고민 하던 어느 날, 자기들끼리 사이좋게 놀다가 뭔가를 빼앗겨 울분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고 스트레스와 불 괴물이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울면서 소리치는 아이가 마치 불타는 괴물 같았다. 그때부터 작가, PD와 함께 여러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가다듬어 스트레스 불 괴물을 잡는 히어로물을 기획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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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 중 힘든 점은 없었나?


전작이 내가 주도해서 내의도대로 만든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302플래닛 스튜디오란 파트너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처음에는 기획자와 외주 제작사가 의견을 나누는 성격이 강했지만 차츰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 처음에는 작품을 만들던 환경이 서로 달라 생각의 간극이 컸던 것 같다. 내 의견을 따르는 동료들끼리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와 협업하다 보니 작업 방식 이나 의사소통, 의견 조율에서 벌어지는 오해나 온도차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가면서 소통을 넓히고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고자 합심하고 노력한 덕분에 초기의 시행착오가 말끔히 사라졌다. 또한 예산이 워낙 적었던 부분이 아쉽다.


도시를 부수는 장면의 경우 여러 번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 그러지 못했다. 예산이 좀 더 많았다면 미흡하게 표현된 부분들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표현할 수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때문에 후속작인 강철아빠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더욱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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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제로란 작품이 갖는 강점은?


현실적인 내용을 담았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보고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깊이 있고 철학적이지는 않지만 공감 요소가 담겨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나라 애니메 이션에서 보지 못한 시각적인 장면들도 들어 있다. 여기에 서울이란 익숙한 도시가 파괴된다는 설정이나 영상에서의 호쾌함, 히어로 영화라는 볼거리도 흥미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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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는가?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거나 레슬링 등의 놀이를 하면 기분이 정화된다. 또 심리적이 거나 감정적인 스트레스는 작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쾌감과 희열을 느끼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술을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 나오는 유혹의 음료는 술을 빗댄 것이다. 또 한강 둔치에 앉아 스트레스 제로 음료를 놓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장면도 현실에서 캔맥주 마시는 장면을 표현한 것이다. 스트레스란 없어지는 건 아니고 항상 주변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열린 결말은 사라지지 않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에 대한 생각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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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작품들에 담길 본인만의 컬러는?


전작인 파닥파닥을 만들 때는 총각이었고 사회를 비판하는 시각들을 담기도 했다. 스트레스 제로는 결혼하고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과 시선으로 만든 작품이다. 아무래도 결혼 전과 후에 만든 작품의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조만간 달팽이집 아이라는 그림책 모음집을 출간한다. 이 역시 부모가 아이를 기르 면서 받는 위안과 힐링에 관한 이야기다. 로봇이 된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강철아빠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 제로가 아빠의 입장을 부각했다면 강철아빠에서는 딸의 목소 리를 많이 담을 생각이다. 겉으로 보기엔 로봇 액션물이지만 영화 레옹처럼 클라이맥스에서 아빠와 딸의 묵은 감정이 풀리는 서사를 담으려 한다. 이처럼 앞으로 선보일 작품 들이 가족이란 주제를 아우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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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3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아러캐 사각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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