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이 있다. 용감한 장수 휘하의 병사 중 나약한 병사란 없다는 의미다.
약 10년 전 쯤 필자가 중간 관리자로서 부서운영에 대해 고민할 때 이 문장이 크게 와 닿았다. 필자의 무지를 고백 하자면, 최근까지 이 문장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글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의 작가 니시무라 가쓰미가 쓴 경영 서적에 나온 글귀였다. 이 책에서는 ‘일 못하는 부하직원은 없다. 무능력한 상사가 있을 뿐’ 이라고 말한다. ‘우리 회사에는 인재가 없다’ 고 생각하는 리더들이 있다.
왜 그럴까. 원인은 2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하나는 적시적 소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지 못했거나 리더가 정확한 지시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은 평균 주 5일,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이동한다. 이들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최대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이윤추구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그 역할은 가로 9cm 크기의 명함에 활자로 인쇄돼 있다.
경험과 나이, 경력 등이 모두 다른 개개인이 모여 지시와 명령, 보고, 회의 등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회사는 당연히 재미가 없는 곳이다. ‘ 만약 회사가 재미있는 곳이라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 돈을 받고 다니면 안 된다’ 란 우스갯소리를 어느 세미나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니 연봉이란 책임, 스트레스와 비례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인간관계 및 업무에 대한 주관적 스트레스를 제외한다면, 대표이사부터 사원까지 느끼는 공통의 스트레스는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업무 지시
예전과 달리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현대의 기업에 서는 보스가 되지 말고 리더가 되라는 이야기가 있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란 책은 “기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은 빈약한 커뮤니케이션에 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대개 처음 메시지가 가진 의미의 40~60%가 상실된다고 추정하고 있다” 고 전한다. 업무 지시가 직관적이고 명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대치하고 있는 적군으로부터 성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현명한 리더는 이렇게 지시를 이렇게 내릴 것이다. “ 내일 오전 10시에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면 된다. 김 병사는 3번 구역을 맡아 올라오는 적들을 공격하라.”
하지만 또 다른 리더는 이렇게 업무를 지시한다. “ 김 병사가 판단해 적들의 공격을 막아.” 분명 후자가 담당자에게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쟁에서 졌다면 후자는 다음과 같이 얘기할 수도 있다. “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넌 3번 구역에 있어 야지. 3번 구역은 비워두고 4번 구역에 둘이 있으면 어쩌 라는 거야. 생각이 있어 없어!” 이에 반해 전자는 내일 오전 10시까지라는 구체적 시간에 대한 목표와 3번 구역이라는 명확한 지시를 내렸다.
최악의 리더는 업무 지시를 할 때 정보 전달에 대해 인색하 다. 보고서를 작성해 가면 그제야 “아, 내가 이거 얘기 안했나. 우리 부대가 필요한 건 무기가 아니고 보급품이야. 다시 수정해야겠는데?” 이럴 때 병사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틀 동안 고민하면서 작성한 건데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하면 도대체 나는 무슨 일을 한 거야!”
리더가 담당자에게 업무 지시를 하려면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담당자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요부터 배경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담당자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조직이 빠른 시간 안에 최선의 결과물을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즉, 리더가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개인적 판단으로 업무를 추진하기에 앞서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리더에게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회의 중 약어나 전문용어의 경우 모르면 즉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물어보는 것이 창피해 아는 척하다가 나중에 엉뚱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조직의 입장에서는 손실이 더 크다.
복명복창과 딜메모
군에서 사용하는 복명복창이란 용어는 ‘명령을 하달하면그 사항을 명령자에게 다시 말한다’ 란 뜻이다. 상급자의 지시에 대해 본인이 이해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는 조직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만이 아니다. 외부 거래처와 만난 상황을 가정해보자. 미팅에서 회사의 조건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판단해 상급자에게 구두로 보고를 마친 상황에서 며칠 후 도착한 계약서의 내용이 자신의 판단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구성돼 있던 적을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특히 언어가 다른 해외 계약의 경우이 같은 사례가 더욱 빈번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외부 미팅이 끝나면 ‘오늘 미팅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서 보냅니다’ 란 회의록 형태의 문서를 작성해 상대방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을 권한다. 말은 여러 의미를 담아 주관적이지만 글은 객관적이고 직관적이다.
해외 바이어와 상담할 때는 향후 진행될 계약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항을 정리한(금액, 지역, 기간, 세금, 저작권, 권리 등) 딜메모(Deal memo) 양식을 통해 현장에서 합의된 내용을 작성해 서명하고 이미지 등으로 기록을 남겨 공유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필자는 경영과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애니메이션 회사도 다른 산업군의 기업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김중대 (콘텐츠 크리에이터)
현) 사이드9 기획이사
전) 잭스트리 이사
전) 콘즈 대표
전) 삼지애니메이션 사업 본부장
전) 컬리수 콘텐츠 사업 부서장
전) 바른손 캐릭터사업 팀장
전) 마이크로 상품기획실 팀장
전)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부회장 전) NCS 캐릭터 자문위원
이메일: jdkim612@naver.com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1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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