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감 하나로 잠들어 있던 홍길동을 복원하다_한국 만화영화 그리고 감독 _ 이남국 감독

캐릭터 / / 2020-03-16 11:00:06
Interview

 


한국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은 1967년 개봉해 4일 만에 서울 관객 10만 명을 달성하며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세월이 흘러 다시 볼 수 없는 전설의 작품으로 남아 있었으나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그이름을 40년 만에 다시 복원한 이가 있었다. 바로 홍길동을 제작한 세기상사 출신의 이남국 교수다. 당시 홍익대 제자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역사에 의의가 있는 일이라는 공감대 하나로 원형 복원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근황이 궁금하다

현재 대구예술대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전공 교수로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관련 사업을 몇 가지 진행 중이다. 국제적인 콘퍼런스, 워크숍, 전시 등에 참여하며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하신 계기는?

처음에는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봤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만화가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를 알게 되면서 ‘아 바로 이거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가 생소했지만 이 길로 들어서면서 내 인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애니메이션 대백과사전(애니클로피디아)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됐나?

총 1,333쪽에 달하는 이 백과사전은 관련 삽화나 내용을 수집하면서 7년간의 공을 들여 2006년에 완성했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거나 작업하는 사람들이 국제적인 관련 용어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출판 당시 업계의 반응은 어땠나?

관련 업계나 학계에서 애니메이션 백과사전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입문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된 내용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좋은 반응이 나온 터라 매우 보람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마이클 조던이 나오는 농구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잼’을 꼽고 싶다. 외계인들과 농구 대결로 격전을 벌이는 내용인데 실사 영상과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작화지에서 합성하며 만들어낸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을 복원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1970년대 초 홍길동 제작사인 세기상사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약 40년간 원본 필름을 갖고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KBS와 경기 디지털진흥원의 연락으로 작업이 성사됐다. 당시 홍익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예고편을 복원 했다. 외국 애니메이션을 표방하지 않고 순수한 한국의 캐릭터와 스토리로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한국 애니메이션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필름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리기 위해 진행했다. 당시 업계 반응은 뜨거웠다. 시사회에 제작을 총괄했던 신동헌 감독 등 당시 제작진이 참석하면서 언론에 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후 이 순간을 담은 특선 다큐 멘터리가 KBS 1TV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 만화영화 홍길동’이란 타이틀로 설(구정) 특집으로 전국에 방영됐다.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며 가장 뜻깊게 생각되는 일이 있다면?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산업에 몸담으면서 터득했던 지식과 경험을 나 혼자 갖고 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후학 양성을 위해 국내 교단에 서게 된 것이다. 지금은 본업이 된 만큼 가장 보람찬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학계와 업계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린다

열심히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그 방면으로 나아가면서 지나온 길을 잘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분야는 교육적이고 오락적이고 가족적인 산업이다. 국내의 경우에는 아동에게 편중되어 있고 가족 애니메이션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OST도 디즈니나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성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았으면 한다. 애니메이션은 매우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영역임을 인식하며 더 발전시켜갔으면 하는 것이 절실한 바람이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3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아러캐 사각로고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