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던 유리가 전학 갔다. 재하는 붙잡고 싶은 마음을 그림일기로 그려본다. 그리고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과거로 돌아가 유리를 찾아간다. 정현진 감독의 <유리에게>는 짝사랑을 향한 진심과 출렁이는 내면의 갈등을 잔잔하면서도 싱그럽게 풀어내 보는 이의 마음을 애틋함으로 물들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취업 준비생이다. 청강문화산업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했다. 기획부터 메인 프로덕션까지, 직접 만든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모든 창작 활동을 좋아한다. 음악 감상도 즐긴다. 특히 리메이크한 노래를 들으며 어떻게 편곡했는지 반주의 차이점을 찾아내는 취미가 있다.

<유리에게>는 어떤 이야기인가?
좋아하는 아이에게 고백하지 못한 걸 후회하며 쓴 그림일기를 귀엽게, 그리고 조금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이고 애틋한 어린 시절의 감정을 담았다. 진지한 메시지 없이 그저 보고만 있어도 옛 추억이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다.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세 가지다. 재하의 마음이 유리에게 닿지 못하는 장면들이다. 인기가 많은 유리에게 고백했을 때 돌아올 무시나 주위의 눈초리를 바닥에서 솟아나는 손으로 표현한 장면, 슬픈 눈물로 차오른 물속에서 재하가 유리를 보고 손을 뻗지만 바로 부서지는 모습, 편지를 들고 유리를 향하는 재하에게 강풍이 불어닥쳐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순간이다. 극에 재미를 주는 동시에 후회한 뒤 깨달으며 차츰 성장하는 어린 시절 모두의 나를 그린 이 작품의 주제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을 구상할 때 무엇에서 영감을 얻나?
작품 소재나 배경지식 같은 건 단편 수필집이나 소설, 영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수집한다. 영상은 내 안의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고 이를 이미지로 어떻게 예쁘고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하며 나만의 색깔이 드러나도록 연출하는 편이다. 멍한 상태에서 머리로 그림을 하나씩 그려 나간다고 할까? 감정 묘사는 역시 마음고생이 심할 때 가장 재미있게 잘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어릴 적부터 정말 숨 쉬듯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그림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게 된 건 입시 학원에 다니며 여러 멋진 작품을 보고 시야가 넓어지면서부터다. 원래 음악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호하는데, 근사한 애니메이션들을 보면서 내가 만든 캐릭터로 이런 사운드를 입혀 연출할 수 있다면 꿈만 같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는 그림에 음악이 합쳐지는 매체에 관심을 가지면서 화면 연출과 애니메이션만이 낼 수 있는 매력을 공부하게 됐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단순한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신기하고 귀엽다. 한 프레임을 더할 때마다 부드러워지는 움직임으로 캐릭터가 살아있게 만드는 것이 무척 즐겁다. 작업 과정은 고되더라도 완성한 컷을 모아 하나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미래를 배경으로한 판타지물을 세련된 색감으로 그려보고 싶다. ‘유리에게’보다는 등신 비율이 높고 수려한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고 웅장한 배경 음악을 넣은, 퀄리티 좋은 작품이나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루빨리 기회가 오길 기다린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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