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로봇물 TV 애니메이션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헬로카봇. 전작과 차별화하며 흥행몰이에 나선 새로운 메카드 시리즈 메카드볼의 공통점은 이들 모두 스튜디오더블유바바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11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는 헬로카봇과 메카드볼의 인기 비결이 궁금해 감독들을 만나 제작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헬로카봇 _ 김동준 감독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2011년 스튜디오더블유바바에 애니메이터로 입사했다. 2013년 마스크 마스터즈를 비롯해 매직 어드벤처 , 스페이스 벅 , 시노스톤 등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연출 역량을 키우던 중 헬로카봇 시즌8의 감독을 맡은 이후 지금까지 헬로카봇을 제작하고 있다.
헬로카봇이 이렇게 오래갈 줄 알았나? 감독으로서 헬로카봇을 맡게 된 건 시즌8이 론칭된 2019년 이후 3년째지만 시즌1부터 제작에 참여했으니 햇수로는 8년 가까이 된다.
한 작품을 이렇게 오래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제작진 모두 최고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수년째 이어지다보니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재 고갈에 대한 우려는 없나? 시즌이 지속되면서 이야기의 소재가 겹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예능 , 다큐멘터리 , 시사 , 드라마 등 수많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회적 이슈나 아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맨다.
작가와 직원들이 모인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에피소드의 소재를 끌어내는데 어린이들이 보기에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요소들은 배제하고 코믹한 요소를 살리려고 한다. 작품의 방향은 유사 로봇몰과 다르게 설정했다. 거대 악과 맞서는 대결 구도보다 일상의 소소함에서 공감의 요소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경험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이야기로 연결한다.
연출할 때 특별히 집중하는 부분은? 아이들의 시선에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를 강조하려고 한다. 특히 로봇이 주는 느낌은 딱딱하고 차갑지만 아이들은 모든 물체를 의인화해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로봇이 우리와 가까운 존재이자 따뜻한 감성을 지닌 대상이란 점을 전하고자 한다. 비록 로봇이지만 아파하고 소소한 것들로 고민하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애착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헬로카봇 시즌10 뱅의 7화 구석기 시대로란 에피소드다. 제작 시간도 빠듯한데 이야기에 등장하는 물을 정말 리얼하게 표현해야 해 무척 난감했다. 또 배경이 바뀌다보니 작화를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가슴이 따뜻해지고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소소한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헬로카봇 _ 이슬기 감독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지난 2007년 홍길동 어드벤처를 비롯해 시노스톤 등 여러 프로젝트를 거쳐 헬로카봇 시즌8부터 김동준 감독과 함께 공동 감독을 맡게 됐다.
헬로카봇은 시즌제로 방영되지만 사실 제작진은 쉴 새 없이 달리고 있다. 김 감독과 전체 에피소드를 절반씩 나눠 제작하는데 각자의 색깔로 작품을 만들며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각자만의 생각과 방향으로 에피소드를 따로 만들다보니 의견이 충돌하기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
헬로카봇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이들과 부모들이 TV를 같이 보면서 유치하게 느끼지 않고 같이 피식 웃을 수 있는 소재와 세련된 영상 덕분인 것 같다.
카봇들이 어떤 장면에서는 정말 멋있고 어떨 땐 허당기를 보여주는 등 카봇 10여 종의 캐릭터별 특성과 성향이 분명한 것도 장점이다. 이야기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은 점도 특징이다. 앞서 달나라에서 우주악당과 싸우던 카봇들이 이번에는 모기와 싸우는 등 작품의 내용이 에피소드별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회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판타지와 로봇들의 개성 , 팀플레이 등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점이 강점이다.
초창기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나? 처음 헬로카봇을 만든다고 했을 당시에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역할 분담이 제대로 안 돼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분야별 제작 시스템이 확실히 잡혀 팀별 역량이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작품의 퀄리티도 올라갔다. 감독들 역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소재나 장면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 특히 로봇들의 움직임과 변신이 시즌 초창기에 비하면 매우 세밀해졌고 화려해졌다.
작품을 연출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로봇이 멋진 포즈를 잡는 장면이다. 액션신에서 한 장면 정도는 느린 영상을 통해 카봇의 멋진 포즈를 보여주려고 한다. 또 로봇들이 액션을 펼칠 때 카메라 무빙 등의 기법에도 신경 쓴다.
또 하나는 웃기는 장면에서 인물의 표정에 코믹함을 더해 시청자들에게 더 큰 웃음을 주려고 한다. 캐릭터를 강조하는 영상 효과와 개성을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애착이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헬로카봇 시즌11에서 열번째 에피소드로 방영된 치료견이 된 차바둑이다. 이전까지는 차탄과 라인 일당의 얘기였다면 로제란 비밀요원 캐릭터가 새로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무대가 일상에서 비밀첩보로 넓어져 소재가 더욱 풍부해졌다. 아울러 시즌1에 나오는 카봇 에이스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장면을 만들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애니메이터를 하면서 정말 짜릿했던 순간이었는데 첫 편을 만들 때부터 매력을 느껴 작품에 많은 애정을 갖게 됐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애니메이션이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줄 수 있다는 매력에 이끌려 애니메이터가 됐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헬로카봇으로 웃음을 주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가슴 뭉클하고 눈물을 쏟게 하는 잔잔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
메카드볼 _ 정승원 감독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김동준 , 이슬기 감독이 함께한 여러 프로젝트에서 후반작업 슈퍼바이저로 참여했고, 2020년부터 메카드볼 감독을 맡게 됐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인데 현재 시즌1이 마무리되고 시즌2가 곧바로 방영될 예정이다.
메카드볼 제작 소감은? 헬로카봇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이야기를 옴니버스 방식으로 보여준다면 , 메카드볼은 시즌을 관통하는 큰 줄거리가 있고 대결구도나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 등을 보여준다. 액션신도 타깃 연령층이 헬로카봇보다 높아 더 화려한 편이다. 사실 기존 메카드 시리즈가 흥행한 상황에서 감독을 맡게 돼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두려움과 설렘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3D 영상과 뛰어난 그래픽 , 참신한 스토리 덕분인지 팬들의 반응도 좋고 새로운 팬도 유입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
메키드볼의 인기 배경은? 기존 시리즈와 다른 영상미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 시청자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는데 작업자들만의 만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웃음) 영상 후반작업을 담당하던 슈퍼바이저 출신이어서 그런지 영상이 이어지는 효과와 렌더라이팅 , 빛의 효과 등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한 캐릭터 디자인이 예쁘고 퀄리티도 높다는 팬들의 반응이 있는데 노력한 부분을 알아주시니 무척 뿌듯하다.
작품 연출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부분은? 슈퍼바이저였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 영상 , 좋은 느낌을 줄까 고민했다면 연출자가 되고 나서는 작품의 전 영역을 살펴야 하므로 신경을 쓰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만의 작품으로 차별화하려고 한 것이 있다면 합성효과나 렌더라이팅 등 영상 효과라 할 수 있다. 모두 헬로카봇을 만들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메카드볼에서 발휘했다고 보면 된다.
로봇물의 성공 요소는 무엇일까? 로봇의 디자인 , 매력적인 캐릭터 , 성장 스토리 , 영상미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요즘에는 완구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완구의 출시 유무가 애니메이션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완구가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때문에 직접 만져보고 변신시키는 체험을 선사해야 애니메이션에 대한 몰입도도 높일 수 있다.
애착이 남는 작품이 있나?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다. 당시 극장판은 스케일이 크고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는 시선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5개월여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영상이 잘 나왔고 개봉 결과도 좋았다. 실제 극장에서 작품을 보는데 눈물이 흐르더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때 쌓인 노하우들이 지금의 헬로카봇과 메카드볼을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됐다.
앞으로 어떤 작품 만들어보고 싶은가? 열두 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헬로카봇을 보며 자랐다. 우리 아빠가 헬로카봇을 만들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할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앞으로도 오프닝 음악만 들어도 그때를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으면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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