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생성형 AI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기획부터 캐릭터 디자인, 영상 제작, 편집까지 다 한다. 현재 자체 개발 캐릭터 IP <그래조아>와 쇼트폼 애니메이션 시리즈 <수상한 집사의 하루> 영상 제작을 이끌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재연 영상 같은 외주 작업도 한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음악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작년 여름에 우연히 AI로 영상 만드는 수업이 있다길래 뭔가 하고 들었는데 정말 매력적이었다. 사실 영상에 들어가는 사운드라면 몰라도 영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확 꽂혔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뭔가 꽂히면 꼭 하게 된다.(웃음) 그때 강영수 대표님의 수업을 들으며 인연을 맺었다. 이후 교육과정이 끝나고 "함께 일해보자"며 제안하시길래 곧장 합류했다.
직접 만들어보니 어떤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그런데 슬슬 스트레스받는다. 그전까지는 결과물이 나오면 그저 좋았는데 이제는 만족스럽지가 않다. '이거 어떻게 바꿀까'란 고민이 먼저 든다. 눈이 높아진 거다. 사실 좋은 스트레스다. 지금껏 여러 일을 해봤다. 한 1∼2년 정도 해보면 벽을 느끼거나 흥미가 떨어졌는데 이건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연출이나 촬영 기법 같은 게 궁금해 많이 찾아보게 된다. 예전에 어느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할 때 1분 30초짜리 광고 영상을 하루에 하나씩 만든 적 있다. 그게 많은 도움이 됐다. 보는 눈이나 손이 빨라서 연출 기량도 비교적 빠르게 높아지는 느낌이다. 처음 들어왔을 땐 사실 좀 부담스러웠다. 직함이 PD일 거란 것도 몰랐다. 그런데 대표님이 자율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게 지켜봐주시고, 뭔가 익숙해질 때쯤 팁을 하나씩 주면서 스스로 생각을 키울 수 있게 이끌어주신 덕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팀원도 늘어 제작 외에 챙겨야 할 일이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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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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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 않나?
힘들긴 하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신경이 분산되니 프로젝트별로 퀄리티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 아쉽다는 말이다. 그래도 요즘 집중하고 있는 건 <수상한 집사의 하루>다. 부서진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고양이 집사가 된 외계인들의 좌충우돌 일상을 그린 코믹물이다. 3D 캐릭터와 실사 고양이를 겹쳐 만드는 중이다. 3D에 실사를 결합한 영상을 AI로 만드는 게 처음이라 연구하는 시간이 길었다. 카메라를 어떻게 세팅하고 워킹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양이에 비해 캐릭터 크기가 작으니 샷 사이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캐릭터 시선을 어떻게 설정할지 같은 연출에 관한 새로운 고민이 쏟아졌다. 근데 그게 너무 재미있다. PD로서 기량을 키우는 좋은 기회라서 열심히 작업 중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한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인가?
AI 제작자라면 많이 공감할 거다. 내가 생각한 대로 그림이 예쁘게 나왔을 때 정말 기쁘다. 그런데 그게 나오지 않을 땐 좀 답답하다. 내 머릿속에서는 재미있었는데 정작 만들고 나니 별로 재미가 없을 때도 종종 있다. 이럴 땐 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이해가 부족하거나 연출력이 부족했거나. 그때마다 내가 조금씩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고 믿는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결과물에 만족하든 안 하든 만들어놓은 걸 보는 게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다. 덕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본 <원피스>, <헌터×헌터> 같은 작품을 지금도 챙겨본다. 학교 다닐 때 노트에 칸을 나눠 만화나 캐릭터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한다. 엘프, 마법사, 드래곤 같은 상상의 존재들이 등장하는 세계관을 선호한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중세 시대가 배경인 판타지물을 만들어보고 싶다. 캐릭터 디자인, 배경, 소품, 설정 등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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