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웹툰 제작 공정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셋째, AI 기반 번역 및 현지화 기술은 글로벌 웹툰 시장 확대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작업 중심이었던 번역과 식자 업무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다국어 서비스의 병렬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OCR(문자 인식), NMT(신경망 기계 번역), 텍스트 리레이아웃을 통합한 자동화 솔루션이 개발돼 회차당 현지화 비용을 70∼90%까지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일본, 북미,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작품을 유통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다국어 콘텐츠 시장에서 공급 효율성과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경제적 자산으로 작용한다.
번역 및 현지화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의 절감은 웹툰 플랫폼이나 제작사가 다국적 시장 진입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권의 독자층에 콘텐츠를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는 웹툰이 글로벌 플랫폼에 동시 공개되는 전략적 기반을 마련한다. 단순 번역을 넘어 문화적 정서나 표현 코드까지 반영하는 감성 인식 기반 번역 기능은 글로벌 독자의 몰입도와 수용성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 앞으로는 언어 현지화뿐 아니라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코드까지 자동 변환이 가능한 AI 커스터마이징 도구의 등장도 예상된다. 이는 현지화를 넘는 맞춤형 글로벌화 시대로의 전환을 가능케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AI는 웹툰 산업의 제작 공정을 재정의하면서 비용 구조, 제작 주기, 유통 전략 전반에 걸쳐 깊이 있는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 변화는 앞서 GPU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 발전과 도구 활용의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언급한 기술적 전환과 직접 맞닿아 있다. 특히 경제적 비용 절감 및 콘텐츠 확장성의 증대뿐 아니라 사회적 관점에서 창작 접근성의 평준화와 문화적 다양성 증대라는 의미 있는 흐름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자동화 도구의 확산은 중소 제작사와 신진 작가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다.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진입 장벽 하락에 따른 경쟁 활성화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유입은 산업 전체의 가격 균형, 품질 경쟁, 다양성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적으로도 창작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콘텐츠 생태계의 민주화를 촉진한다.
즉 창작자의 창작 행위가 특정 자본과 기술을 독점하는 소수에게만 귀속되지 않고 다양한 배경의 창작자에게 열려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이는 콘텐츠의 사회적 포용성 및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낳는다. 대규모 인력 투입 없이도 작품 생산이 가능해지는 창작 민주화 현상을 촉진한다. 또한 지역 기반의 콘텐츠 제작자들이 번역 및 글로벌 유통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문화적 포용성도 함께 증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웹툰 산업이 더 이상 특정 플랫폼이나 특정 국가 중심의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로 확장해 가는 기술 기반 산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향후 웹툰 산업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술 친화적 생태계로의 전환을 통해 효율성과 포용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고도화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 핵심 산업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산업 전반에서는 기술-창작 융합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 AI 도구의 상용화 및 오픈소스 공유, 윤리적 설계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정책적 기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플랫폼 기업은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한편 창작자와의 협업 구조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는 창작자와 플랫폼 간의 공정 계약과 보상 구조를 재정립하고 AI가 창작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웹툰 산업은 기술과 창의성이 결합된 지속 가능한 문화 산업 모델로 정착할 수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단순한 작화 능력 외에도 프롬프트 설계 능력, AI 결과물 편집 및 해석 역량, 다양한 창작 툴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융합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무엇보다 AI를 창작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을 깊이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생성형 AI 모델이 어떤 결과물을 출력할지 결정짓는 핵심 입력 방식으로 명확한 목적 설정, 문장 구조 설계, 조건 변수 제시 등의 요소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AI 이미지 생성에서는 단어 하나의 위치와 수식어의 뉘앙스가 결과물의 스타일과 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텍스트 생성에서는 문맥 연결과 톤 조절, 인물의 감정선 유지까지도 프롬프트에 좌우된다.
따라서 창작자는 AI 도구를 창조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그 기저에 있는 언어 논리와 모델 반응 특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질문-응답을 넘어 창작자의 창의력을 모델에 반영하고 특정한 예술적 지향성을 구현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프롬프트 설계 능력은 향후 창작자가 자신의 스타일과 서사를 AI 모델과 공유하고 독창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한 핵심 기획 역량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니 다양한 창작툴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융합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창작자는 AI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디렉터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 생성 결과에 대한 분석적 시각, 실험적 태도, 윤리적 통찰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교육, 실습, 협업을 통해 축적될 수 있으며 향후 창작자는 창의력+기술력+판단력이라는 복합 능력을 요구받는 전문 직업군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콘텐츠 흐름을 이끄는 AI-콘텐츠 전략가로서 자신의 창작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P 파생 전략, 글로벌 사용자 반응 데이터 분석, AI-보정 기반 후편집 모델 기획 등 복합적인 기획 역량까지도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업이 아니라 AI와 함께 콘텐츠의 방향과 미래를 설계하는 창작 주체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진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서범강
·(사)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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