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즈가 출시한 앱 하잉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고민을 말하면 캐릭터가 적절한 응답과 위로를 건넨다. 그 전에 나눈 대화를 기억해 먼저 안부를 묻기도 한다. NFC 기능이 있는 굿즈와 연동하면 더 많은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비글즈는 이러한 디지털 경험을 굿즈와 연결하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로 캐릭터 시장에 신선한 트렌드를 제시하고 있다. 이희정 대표의 꿈은 글로벌 캐릭터 인터랙티브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나?
전혀 거리가 멀다.(웃음) 시각디자인을 배웠다.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공부했다. 개인 사업도 오래 하고 회사도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직장 다닐 때 업무상 웹 서비스 개발자와 소통할 기회가 많아서 IT 업계가 뭘 주목하고 트렌드가 어떤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평소 공상을 즐기고 호기심도 많다. 앞으로 뭐가 더 주목받을까 살피다가 이제는 AI를 모르면 뒤처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사업 모델을 AI 분야로 전환했다. 그때부터 협력사와 일하면서 AI를 배웠다. 다만 아무리 내가 많이 안다고 해도 전문가를 따라갈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설득 끝에 협력사 기술진을 비글즈로 끌어들였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거창한 계기라고 할 건 없다. 대학 다닐 때 미술 하던 친구들과 가로수길의 한 갤러리를 빌려 전시를 한 적이 있다. 그림과 작품 소스를 활용한 상품 등을 전시했는데 관객들로부터 상품 좀 보내달라, 디자인 작업을 맡기고 싶다 같은 요청을 많이 받았다. 사업이 목표가 아니었는데 그때를 계기로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렸다. 아트박스에 납품하고 포털에 인포그래픽을 만들어주고 벽화도 그렸다. 일이 많았는데 힘들어도 재밌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을 데리고 일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체계나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배우려고 회사에 들어갔다. 디자인실에서 5년 정도 일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래도록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결심에 퇴사한 뒤 2021년에 비글즈를 창업했다.
처음 선보인 서비스는 무엇이었나?
IP와 플랫폼을 결합한 앱인데 가상의 펫 캐릭터와 자유롭게 대화하며 힐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힐링형 다마고치였다고나 할까. 가상 세계에서 자신의 반려동물과 이야기하는 경험을 주고자 했다. 그때는 GPT가 없어서 1만 개가 넘는 답변을 직접 만들어서 탑재했다. 그러다 GPT가 나오면서 이를 활용해 모듈을 만들었다. 펫마다 페르소나를 설정해 이에 맞는 대화가 이뤄지고, 나눈 대화가 사라지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캐릭터 모션을 입혀 다른 챗봇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사실 당시 모듈 수준이 프로토타입에 불과했지만,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자 모든 지표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대화를 몇 번 나누고 얼마나 유의미한 대화가 오갔는지 데이터가 쌓이니 대화의 깊이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이 고무적이었다.
유사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현재 서비스 중인 앱 하잉은 심리상담에 특화된 AI 챗봇이다. 부적절한 얘기는 걸러내고 자존감을 올리게 해주는 미러링 기법을 적용해 캐릭터와 상담하고 힐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특화된 엔진을 갖추고 있다. 사람의 감정을 읽고 적합한 대화를 표출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해 그때그때 맞는 정보를 적시에 내보낸다. 텍스트에 기반해 사람의 감정에 맞게 챗봇이 대응한다. 단기별, 장기별로 구분해 대화를 기억하고, 챗봇이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이를 NFC 기능을 탑재한 상품과 결합했다.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태그하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인터랙티브 굿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 회사를 소개할 때 IP와 특화된 기술을 융합해 다양하고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드는 곳이라고 말한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작년과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이선싱 엑스포에 단독 부스를 꾸렸다. 가장 많은 바이어가 모이고 큰 기업이 오는 쇼에서 사업 모델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작년에는 얼굴을 알리려 나갔다면 올해는 119개 업체와 미팅했을 만큼 성과가 컸다. 주로 묻는 건 기술적 완성도에 관한 것이었다. 답변을 얼마나 정확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느냐, 이용자 정보가 보호되느냐, 나쁜 말을 걸러낼 수 있느냐 같은 질문을 했는데 그걸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고 경험하게 했다. 특히 캐릭터가 자동으로 답글을 달아주고, 인터랙티브 굿즈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참신했는지 게임사, 소매점 등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많이 받았고 실제 계약도 체결했다.
마케팅 전략이 궁금하다
플랫폼 시장은 요즘 포화 상태다.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것도 힘들 정도다. 그래서 IP들의 팬덤을 유입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늘려 갈 생각이다. 앱과 플랫폼, 상품으로 IP를 즐기는 차별화된 재미를 주려고 한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더 사고 싶은 특별한 상품으로 수익을 함께 만들어가는 모델을 제시해 IP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앞으로의 포부는?
‘오늘을 살자’란 주의라서 당장의 목표라면 ‘올해는 살아남자’다.(웃음) 더 큰 꿈은 우리만의 다양한 기술을 융합한 상품을 만들어 신선하고 혁신적인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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