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개정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법으로 만들어가야_강문주 전 애니메이션산업진흥법 추진위원장

애니메이션 / / 2020-07-10 20:33:18
Special Column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법적 의무로 명시


지난 6월 4일 마침내 ‘애니메이션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애니메이션진흥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애니메이션 업계가 18대 국회에서부터 추진했으니 법안이 약 10년 만에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령과 함께 시행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감개가 무량하다. 입법을 위해 업계, 학계,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중소기업중앙회 등 많은 분들이 함께했다. 특히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를 비롯해 진흥법 추진위원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노고와 헌신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애써 주신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애니메이션진흥법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진흥법은 제정법이고 현재는 산업진흥법으로써 갖춰야 할 기본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 애니메이션진흥법은 국가가 애니메이션산업을 진흥시키고 육성시킬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국가의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명시됐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이란 산업은 별도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애니메이션만을 위해 존재하는 근거 법률이 없었던 때문이다. 결국 유관 산업의 법률인 방송법이나 영화및비디오물의진흥에관한법률(이하 영비법)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면서 애니메이션도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서 당당히 인정받고 업계도 이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됐다. 특히 최근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를 폐지 또는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이자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와 관련된 법은 크게 두 가지 내용 으로 구성돼 있다. 하나는 방송채널 연간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시간의 8~45% 이상 범위에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을 편성하는 내용과 방송채널 전체 방송시간의 0.3~1% 이상을 신규 제작한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지금이야 당연시 되는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됐던 1998년(신규 제작 국내 애니메이션 의무편성은 2005년 시행)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 이전이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당시 방송사에서 국내 애니메이션에 비해 자극적이거나 상대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외국산 애니메이션을 집중 편성했을 것이고 시청자들은 국내 애니메이션을 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업계 선배들이 그때 국산 애니메이션 의무편성 법의 제정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은커녕 외국산 애니메이션에 종속돼 존립마저 위태로웠을 것이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같은 방송총량제를 일종의 규제로 규정하고 국내 애니메이션의 의무비율 축소 및 신규 애니메이션 의무비율 폐지를 검토하는 것은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을 위한 방송의 공적 책임이라는 법안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어린이를 위해 균형 있고 건강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재인 방송사의 공적 책임을 해태하는 것이며 사회적 책무를 민간 케이블 채널과 VOD, OTT, 유튜브 등 뉴미디어에 전가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진흥법은 애니메이션산업의 근간을 위협 하거나 발전을 저해하는 시도에 대처할 수 있는 법으로서도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애니메이션진흥위 성공적 운영 

애니메이션진흥법이 시행됐지만 갈 길은 멀다. 앞으로 지속적인 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1995년 제정된 영화진흥법은 2006년 영비법으로 통합 제정된 이후 18번 개정됐고, 2006년 제정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17번 개정됐다.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진흥법도 지속적인 개선안을 도출하고 개정법을 통해 보완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에 제정된 진흥법에 따라 곧 출범하는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진흥위원회는 자문위원회의 성격을 갖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원을 위촉하는 문체부 공식 위원회다. 애니메이션진흥과 관련된 정책을 다루는 정부 관계자들과의 깊이 있는 소통과 자문을 통해 지원책들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도록 이끌어 산업 진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애니메이션 인정기준의 단일화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을 인정하는 기준은 방송법과 영비법에서 각각 다른 기준으로 판정하게 돼 있다. 그래서 같은 애니메이션이 지만 방송법 기준으로는 국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판정을, 영비법 기준으로는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판정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밖에도 방송과 극장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대상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늘어나는 만큼 국내 애니메이션 인정기준을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방송법, 영비법, 애니메이션진흥법과 함께 통합 개정돼 인정 기준을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니메이션발전기금 조성 방안 모색 필요 

셋째, 애니메이션 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진흥을 위해 조성되는 기금은 애니메이션 산업에 보다 원활하고 충분한 지원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물론 기금 조성이 결코 쉽지 않은 숙제임에는 분명하다. 우선 재원 마련이 마땅치 않다. 영화발전기금처럼 극장 티켓 가격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하는 것과 같은 방안이 아니면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기금 신설 요건(안정적인 재원 조달)에 미달된다. 따라서 통신사(VOD), OTT, 유튜브와 같은 각종 뉴미디어 플랫폼에서 창출하는 수익의 일부를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기금 재원 마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의 법인화다. 발전기금이 조성된다면 기금을 운영할 주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 돼야 한다. 아울러 애니메이션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연구, 조사, 교육을 비롯해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법인화는 필요하다. 

애니메이션진흥법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영비법이나 게임 진흥법처럼 앞으로 10년, 20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이 문화적 자긍심과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긍지를 갖는 튼튼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 후배들이 적어도 지금보다 조금 나은 환경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마치 20여 년 전에 우리 선배들이 방송총량제 입법을 통해 우리들에게 큰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쉼터를 마련해준 것처럼 말이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7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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