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103] 김다원 감독,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는 게 즐거워요

캐릭터 / 장진구 기자 / 2026-07-30 08:00:25
Interview

월세가 밀린 백수 예술가, 함께 살자고 찾아온 다람쥐. 성향이 정반대인 이들의 기묘한 동거를 코믹하게 다룬 <달달이는 내 룸메>는 어른이 된 내가 어린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고뭉치 다람쥐처럼 천방지축인 내면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따뜻하게 품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 밝아질 거라고 김다원 감독은 말한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미국에서 미대를 다니면서 2018년부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졸업 후 라이카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를 잡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소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왔다. 그때는 미국에 계속 작업하고 싶던 터라 아쉬움도 컸다. 그런데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지금이 더 좋다. 혼자 꾸준히 작업하니 기술이 좋아지고 나만의 스타일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때 스튜디오에 들어갔다면 똑같은 스타일만 따라 했을 거다.

 

<달달이는 내 룸메> 는 어떤 이야기인가?

변변한 일이 없는 예술가 백수지는 뭔가 해보려고 해 잘 안되고, 슬럼프에 빠져 방황한다. 돈을 못 버니 월세도 못 내는 중이다. 방값을 줄여보려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를 냈더니 어느 날 다람쥐 달달이가 찾아온다. 백수지는 그저 사고만 치는 달달이가 싫지만, 함께 살아가며 점점 마음을 연다. 달달이는 분석 심리학용어로 말하자면 내면 아이(의식에 잠재된 아이의 모습)다. 사람들은 커서 사회에 나가면 내면 아이를 억누른다.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애쓴다. 백수지가 그렇다. 너무 완벽한 인생을 살려다 보니 내면 아이를 자꾸 숨긴다. 근데 어린아이는 순수하고 솔직하다. 지금의 순간이나 사소한 것에 즐거움을 얻고 감정을 표현한다. 달달이는 그런 내면아이를 상징한다. 나중에 백수지와 달달이가 단짝이 되는 건 어른이 된 후 그간 멀리했던 내면 아이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무엇에서 영감을 얻었나?

이 작품은 사실 내 이야기다. 그동안 난 완벽주의에 집착해 자신을 너무 채찍질했다. 인생을 제대로 살려면 무조건 열심히 일하고, 모든 걸 잘해야 하고, 즐거움에 빠지면 안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날 되돌아보다 분석 심리학을 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내면에 있는 건 아무리 미워하고 싫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내 안에 있는 걸 조건없이 받아들이고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으니, 머리가 맑아졌다.

 

스톱모션 기법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애니메이션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림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나보다 훨씬 더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더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겠다 싶어 다른 무엇을 찾다가 1학년 때 우연히 친구가 스톱모션 영상을 만드는 걸 봤다. 재미있어 보이길래 따라 해봤더니 나와 그렇게 잘 맞을 수 없었다. 내가 여기에 재능이 있다는  느꼈다. 다른 것도 많이 해봤는데 솔직히 실력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런데 스톱모션은 힘들어도 내 성향과  잘맞았다. 마치 장난감 놀이 같다. 매번 새롭고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어 질리지 않는다. 스톱모션이 더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데 비슷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애니메이팅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지금까지 다섯 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은 힘들어도 뭔가 만들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건 더 힘들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으면 내 안에 노폐물이 쌓여 악취가 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나면 내 안의 노폐물을 밖으로 다 내보내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 나의 생존을 위해서랄까. 그게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게 하는 동력이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심리학에 관심이 많다. 내면의 세계를 탐험하는 걸 좋아한다. 앞으로도 분석 심리학에 기반한 내용을 다룰 것 같다. 다음 단편을 준비 중 인데 이번에는 내면의 그림자에 관한 스릴러물이다. 내면의 그림자는 쓰레기통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이나 그 틀에 들어가기 위해 그에 맞지 않는 건 내면의 그림자에 담는다. 분노, 이기심, 두려움, 트라우마 같은 거 다. 이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쌓인다. 버리지도 못하고 무겁게 싣고 다닌다. 작품에서는 내면의 그림자란 쓰레기통을 열어 어떤 게 있는지 들여다보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이야기할 테다. 사람은 아픔, 고통,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계속 회피하기 마련인데, 자신이 가진 것에 좋다 나쁘다 딱지를 붙이기보다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말하고 싶다. ‘너 자신을 알라’ 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을 알아가야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 아이러브캐릭터.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