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특징 이해에 유용한 입문서

애니메이션 / / 2020-06-25 16:32:17
Special Report

 

 


북한의 초기 애니메이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출간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홍주옥 인하대 디자인 융합학과 초빙교수가 쓴 ‘북한 애니메이션의 초기 역사(1955∼ 1980)’ 란 제목의 이책은 10개의 중요한 정치 · 문화적 사건과 주요 작품들을 통해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초기 북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북한 김일성 주석은 사회주의국가를 세우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중매체를 선전선동의 수단 으로 적극 활용했다. 그중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적 사실이나 사건들을 짧고 생동감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영화를 가장 중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 있던 영화 시설들은 일찍이 국유화됐다. 1947년에는 국립영화촬영소가 건립됐고 당은 창작과 보급에 이르는 영화 사업 전반을 장악하는 한편, 영화인들도 당의 지도와 관리를 받았다.

인형영화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1961년 2월 15일자 <로동신문>은 ‘신기한 복숭아’ 란 작품을 나름 비중 있게 설명 했다. 이 작품은 인형영화로 입체공간에서 인형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해 제작됐다. 남한에서는 1967년에야 비로소 인형영화가 제작됐지만 이후 명맥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한 반면, 북한은 인형영화를 무척 중요시했다. 남한은 상대적으로 만화영화 제작이 우세한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었지만, 북한은 인형영화가 활발히 제작되던 체코를 비롯해 소련이나 다른 동유럽 국가들의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밖에 ‘아동영화’ 라고 불리는 북한 애니메이션에 담긴 메시지의 의도를 분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아동영화의주 시청 대상은 유치원과 인민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었지만 그에 담긴 메시지는 애니메이션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아동영화의 기본 사명은 어린이들을 김일성의 혁명사상으로 단단히 무장시키고 지덕체를 겸비한 공산주의 건설의 후비대(앞으로 사업을 계승하고 활동할 사람)로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1974년 2월 19일 김일성주의와 주체 사상이 공표된 이후 아동영화의 사명에도 ‘온 사회의 주체 사상화’ 가 추가됐다.

우리나라에서 북한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에 본격화됐지만 북한 애니메이션의 소개와 연구는 1990년대 후반에서야 시작됐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해 일반인들은 물론 애니메이션 연구자들에게조차도 북한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낯선 대상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북한 애니메이션의 시작과 특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입문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홍주옥 인하대 디자인융합학과 초빙교수는 프랑스 파리 제 1대학 응용예술학과에서 인형 애니메이션의 미학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북한이 합작해 많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자는 이후 북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연구에 더욱 매진해 2018년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1960∼1970년대 북한 애니메이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시카프 토크-반갑습니다! 북한 애니메이션’이란 프로그램을 맡아 운영했고, 이듬해 덴마크의 비보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Viborg Animation Festival)에서 북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강연도 진행했다. 논문으로는 ‘북한 최초의 애니메이션 작품 연구’ (2016)와 ‘북한 인형영화의 캐릭터 디자인: 1985년경 특징적 변화를 중심으로’ (2010)가 있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6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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