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장난감 박물관을 처음으로 연 손원경 대표. 지난 2005년 손원경 대표는 서울 삼청동에 장난감 박물관 ‘토이키노’를 개관했다. 그때 사람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박물관을 차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신기해했다. 장난감은 아이가 가지고 노는 그저 ‘하찮은’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14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장난감 박물관은 너무나 대중적인 공간으로 변화했다.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33년간 모은 수집품 40만 점 중 15만 점을 기획, 전시한 손원경 대표는 장난감 문화의 변천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문을 열었다.
“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 알음알음으로 장난감을 모으는 사람들이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그때 인터넷 쇼핑몰도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피겨’라는 말이 생겨요. 저는 어릴 때부터 장난감을 모아왔던 덕에 80년대에 ‘액션 피겨’라는 말을 알고있었지만‘피겨’라는 말은 당시 생소한 것이었죠. 지금은 익숙한 ‘키덜트’라는 말 또한 2000년 대에 소리 소문 없이 생겼습니다. 이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피규어 매장이 생겼고, 중소 쇼핑몰도 동반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집에 목적을 둔 1세대 장난감 시장이 형성됐고, 저는 이때 장난감 박물관 토이키노를 개관하게 된 것이죠.”




테마와 미디어가 접목된 장난감 전시회
당시 인터넷으로‘피겨’를 검색하면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만이 나왔다. 그러다가 국내 첫 장난감 박물관인 토이키노가 개관한 이후 장난감과 피규어는 대중적인 영역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갔고, 확장 속도 또한 무척 빨랐다.
“많은 사람들이 토이키노를 벤치마킹했습니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장난감 박물관이 생겼고 그 후로 전국에 장난감 박물관이 하나둘 문을 열었지요. 방송과 언론 매체는 앞다투어 키덜트 문화를 소개했고 전문가들은 키덜트산업의 미래와 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장난감 문화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장난감 수집이라는 특별한 취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손원경 대표는 현 상황을 반기면서도 장난감을 수집하고 기획, 전시하는 사람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이제는 누구나 장난감에 담긴 가치를 알고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라면 비싸더라도 구입하는 시대가 됐고 장난감 수집이 취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걸맞게 장난감 전시회도 변화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장난감만 전시해도 주제를 담고, 미디어를 접목시켜 스토리가 있도록 꾸며야 관람객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전시장 1층 벽면에 써 있는 ‘多多益善’이라는 사자성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손원경 대표가 추구하는 장난감에 대한 철학이나 주제 의식이 담긴 것인지 궁금했다.
“수집가 입장에서는 뭐든 많이 모아야 합니다. 수집품은 인류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힘 있는 자의 노획품을 뜻합니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그렇지 않죠. 저는 장난감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 많이 모이면 혁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수집을 했어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활동 중 하나가 수집이라고 봐요. 그러기에 이것을 학문적으로 더 많이 연구하고, 문화적으로도 진흥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난감도 많이 모이면 문화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수 있는 생각으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세대가 공감하는 전시회 기획
‘Collecter Son won kyung 33’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10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국내 최초의 장난감 전시회 ‘더 토이쇼’를 10년 만에 재구성한 것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1,652m2 (500여 평)의 공간에 슈퍼히어로, 밀리터리, 다이캐스팅 자동차, 스포츠 선수 피규어 등 15만 점의 전시품을 비롯해 체험존과 미디어존 등을 마련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돈을 주고 고양이 캐릭터 장난감 가필드를 사면서 수집을 시작했어요. 장난감을 통해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고, 큰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장난감과 인연을 맺은 세월이 꽤 되었지만 제 마음속에 품은 뜻은 아직 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지난 경험을 살려 책과 스크린 활동 등을 통해 또 다른 손원경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33년간 40만 점의 장난감을 수집한 손원경 대표는 장난감 전시와 관련한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또 다른 길을 개척해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아이러브캐릭터’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자 ‘그것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질문’이라며 토이키노 김종혁 아트디렉터에게 답변을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손원경 대표는 옆에서 김종혁 아트디렉터의 답변이 자신의 생각과 같다고 했다).
“스타워즈의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친 캐릭터, 스펙트럼이 넓은 캐릭터의 인기가 오래가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런 점에서 스타워즈는 참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고, 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에는 저마다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난감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했던 손원경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토이키노의 비전과 향후 행보가 궁금했다.
“젊은 후배들을 육성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죠. 장난감 전시도 이제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디어 작업을 통해 테마를 입히고, 전시품을 영상에 담아 이 장난감을 왜 전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계획입니다. 관람객이 토이키노를 찾았을 땐 뭔가 하나라도 얻어간다는 만족감이 들게 할 것입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소재, 세대가 공감하는 전시회를 기획할 것입니다.”
이번 장난감 기획 전시는 8월 18일 종료됐다. 하지만 지하 1층의 상설 장난감 박물관인 토이키노는 연중 운영되며, 그곳에 가면 가필드처럼 느긋하면서도 매력적인 미소로 관람객을 맞고 있는 손원경 대표와 그의 오랜 친구, 장난감을 만날 수 있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9.09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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