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넘치고 직설적인 영상 전개가 주효 _ 에스에스애니멘트 _ 박기종 대표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2-02-04 08:00:37
Interview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연출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국내외에서 히트를 친 <기기괴괴-성형수>는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둔 성공 모델로 우뚝 섰다. 대만 , 홍콩에 이어 호주 , 일본 , 독일 , 프랑스 등으로 스크린을 넓혀가고 있는 이 작품의 흥행 행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콘텐츠대상에서 애니메이션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기종 에스에스애니멘트 대표를 만나 그간 어디에도 털어 놓지 않았던 제작 후일담을 들어봤다.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은 소감은? 기기괴괴 성형수는 모험이자 고생의 연속이었다.(웃음)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하고 작품 제작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모든 관계자와 관객 , 시청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 2014년 당시 누룩미디어 소속이었던 오성대 작가와 계약을 맺었다. 웹툰 기기괴괴의 에피소드는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돼 이야기 한 편의 길이가 비교적 짧다. 그래서 20∼30분 분량의 뉴미디어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즈음에 중국에서 성형수 에피소드의 불법 복제물이 나돌면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인민일보 온라인판에서도 성형수 현상을 소개할 정도였다. 그래서 극장판을 만들면 흥행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지원을 받아 크리에이티브섬 , 스튜디오애니멀 , 브라운몬스터와 함께 극장판 제작에 착수했다.

 

 

  

 

작업은 순탄했나? 당장 투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였다.
당시에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중국 시장에 접근했던 것 같다.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현지 여러 업체들과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협약까지 맺었지만 한한령 탓에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도중에 좌초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우리가 직접 돈을 끌어다 대면서 어찌어찌 끌고 갔지만 결국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는데 가뭄에 단비처럼 때마침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숨통이 트였고 우여곡절 끝에 4년여 만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개봉하기까지의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일단 웹툰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개봉했던 선례나 롤모델이 없어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뭘 어떻게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때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상영관을 잡기 수월했고 온라인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지다 보니 마케팅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특히 할리우드 대작들을 피해 개봉할 수 있었고 해외 배급도 제작이 줄줄이 지연돼 완성작들이 별로 없었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작품이 흥행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선 웹툰 원작의 완성도와 인지도가 높았고 실사영화에서나 쓰던 스토리 전개와 연출 방식을 적용한 것이 주효했다. 이야기와 영상이 애니메이션 문법을 벗어나 차별화됐기 때문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배급사도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하나의 영화로 보고 시장에 접근한 덕분에 더 흥행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오성대 작가의 역할이 컸다. 원래 작가가 설정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설정의 간극이 큰데 , 오 작가는 캐릭터 변용을 허용했다. 이는 영화란 포맷과 스토리 , 연출 기법에 맞게 캐릭터를 새로 캐스팅한 것과 같다. 또 이한민 시나리오 작가와 영상을 맡은 조혜승 대표도 노고가 많았다.


투자금은 회수했나? 사실 돈은 많이 못 벌었다. 2015년부터 벌써 7년째인데 들어간 돈이 막대하다. SBA나 영진위의 지원사업이 있었기에 그나마 나은 편이다.(웃음) 현재 손익분기점은 넘겼고 국내에서 VOD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꾸준히 매출이 나오고 있다. 일본과 프랑스에서도 VOD와 DVD로 출시되는데 기대가 크다.

 

제작 과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 처음 시작할 때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이 둔탁하다 ” 고 말하더라. 이는 3D 제작 기법의 문제인데 제작비 한계 때문에 좀 더 세밀하게 다듬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어서 무척 아쉽다. 하지만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고 연출도 속도감을 강조하다 보니 극 초반에는 인물들의 움직임이 어색했지만 스토리에 몰입돼 영화가 금방 끝났다란 관객들의 반응이 꽤 많았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어땠나? 제작이 한창일 때 해외 마켓에서 30분짜리 영상을 보여줬는데 여러 반응이 나왔다.
안시나 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성형이란 소재가 세계적으로 공감하는 관심사가 아니었고 2.5D 영상이어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성형수는 인간의 미에 대한 원초적 욕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한 애니메이션 평론가의 글이 게재되면서 여론이 달라졌다. 원초적 욕망에 초점이 맞춰지자 호기심 어린 서구권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영화정보 사이트 같은 곳을 보면 한국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는데 드라마처럼 속도감이 넘치고 영상 전개가 직설적이라는 얘기가 많다. 한국의 웹툰과 일본의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작법이 다르기 때문인데 해외에서도 이러한 점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외배급 현황이 궁금하다 먼저 국산 극장판 애니메이션 최초로 대만과 홍콩에서 동시 개봉했고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거쳐 일본에서도 상영됐다.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TMS엔터테인먼트에서 티저영상을 보고 연락해 왔는데 일본어 더빙판에 현지의 쟁쟁한 성우들이 참여하면서 화제가 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지금도 현지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조만간 VOD , DVD로 나올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의 크런치롤 독일법인 AV Visionen을 통해 독일에서 상영되고, 2월부터 블루레이와 DVD가 공개되며 프랑스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상품화 사업 현황은? 극장판이라 상품화 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오 작가의 소속사와 일본에서만 라이선싱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약속했다. 그래서 TMS 엔터테인먼트가 현지에서 캐릭터 굿즈 판매에 들어갔고 라인 메신저 일본 법인에서 이모티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2의 성형수가 나올 수 있을까? 좋은 웹툰이 있으면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많이 받는다. 한국 웹툰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 웹툰이 북미 , 유럽시장에 빠르게 퍼지면서 일본 만화를 위협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도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봉준호 감독이 준비 중인 신작 애니메이션이 나온다면 큰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 성형수 같은 콘셉트에 어울리는 플랫폼은 OTT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웹툰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 제작사의 역량을 높이고 수익을 챙기는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웹툰을 활용한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화 계약이 늘면서 판권료가 높아지는 만큼 제작비 부담이 가중되는 점도 유의해야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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