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키던 히어로 런닝맨이 흑화했다. 그림자 속에서 세상의 균형을 지켜온 비밀 조직 메트로놈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전면전을 선포한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다. 진짜 적은 누구인가. <런닝맨: 라이트&쉐도우>로 돌아온 ‘런애니’ 아버지 윤준상 감독은 “선악이 누구인지 보다 무엇이 그들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가 서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랜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은 소감은?
런닝맨이 나온 지 햇수로 10년째다. 특별한 해에 극장판을 선보일 수 있어 다행스러우면서도 매우 기쁘다. 10년이란 시간을 거치면서 나도 그렇고 시즌1을 보고 자란 팬들도 그만큼 성장했다.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어린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즐길 수 있는 선물 같은 작품이 되도록 주제와 완성도를 높이려고 애썼다. 물론 처음 보는 분들도 즐길 만하게 만들었는데 이전 시리즈를 봤다면 아마 300% 더 재미있을 거다.

어떤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는가?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사실 못다 한 이야기가 꽤 많았다. 약간 틀어진 방향성도 다시 원래대로 돌리고 싶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라이트&쉐도우다. 당시에는 ‘레마’라고 짧게 불렀다. 두 시나리오 모두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메트로놈과 각 종족의 최고 능력자인 DV7의 이야기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 나머지 하나도 공개할 날이 빨리 오길 기다린다.

가장 공들인 서사적 특징은 뭔가?
오드아이의 비밀에 숨겨진 레마와 아델의 서사다. 구원의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둘은 숭고한 자기희생을 통해 서로에게 구원자가 된다.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지켜나가는 거다. 이들은 모두 표면에 드러나는 존재가 아니다. 메트로놈이란 어둠 속에서 세상을 지키는 자들이다. 이 점이 작품 표면에 드러난 ‘런닝맨의 변화’이면에 숨겨진 진정한 서사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악당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그들을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라이트&쉐도우는 누구나 빛과 그림자가 있고, 누구나 선 또는 악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각자 위치와 생각, 경험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른 흥미로움을 주고자 했다.

자신만의 최애 캐릭터를 꼽는다면?
레마를 꼽고 싶다. 겉으로는 시크하고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지만, 그 안에 빛과 어둠을 동시에 품고 있는 캐릭터라 너무 매력적이다. 레마는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고 균형점에 서 있는 관찰자다. 그래서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계와 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다. 흑화된 런닝맨들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것도 이러한 시선에서 비롯된다. 신규 캐릭터인 아델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블랑족 아델은 백조를 모티브로 한, 우아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다. 백조의 발은 물밑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계를 지탱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볼 때 작품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레마에게는 보호자이자 스승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단호하지만 따뜻하고 모성애와 같은 힘을 지닌 인물이다.

국내외에 ‘런애니’ 팬덤이 상당하다. 무엇이 그들을 매료시켰다고 보는가?
캐릭터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IP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완전히 독립적인 세계관에서 캐릭터들의 케미가 만들어졌다. 각자 결핍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는 서사를 갖고 있다. 개성 있고 귀여운 동물 디자인도 한몫한다. 그래서 1,000년을 살아온 빌런 캐릭터도 강한 팬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또 하나는 세계관과 서사의 밀도다. 꼼꼼히 설계한 세계관에 깊이 있는 서사와 연출을 시도했다. 그 부분이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갔다고 여긴다. 단순한 에피소드의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 안에서 서사의 레이어가 쌓여가는 구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관객이 극장을 나설 때 어떤 감정의 잔상을 남기길 바랐나?
시즌1이 세상의 밸런스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내면의 밸런스에 관한 이야기다.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인간은 괴물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빌런은 없다. 모두 자신의 역할에 몰두한다. 선과 악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린 선택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상처, 고민, 분노, 광기 같은 여러 감정과 기억을 소환하고 치우친 감정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최근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아델에게 많이 공감했다더라. 마음속에서 요동치던 감정을 받아들이고 조금은 다스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런닝맨과 레마를 보며 우리 모두 마음의 균형과 조화를 찾을 수 있길 바랐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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