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작 이병준 대표, 시즌4 아니에요 <좀비덤: 엔드리스 러브>예요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6-02-06 08:00:08
Interview

K-좀비의 원조 <좀비덤>이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왔다. 좀비덤: 엔드리스 러브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러브라인과 갈등을 그린 넌버벌 슬랩스틱 코미디. 그런데 제목에 ‘시즌4’가 빠졌다. 스핀오프일까? 이병준 애니작 대표는“그간의 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4년 만에 속편을 공개하는 소감은?

좀비덤 시즌1이 독특한 소재로 등장을 알렸다면 시즌2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시즌3를 야심차게 준비했는데 공교롭게도 이태원 참사가 나고 끝물이었던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날개 한 번 못 펴보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너무 아쉬웠다.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는 게 맞는지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조회수가 꾸준히 느는 걸 보고 전작의 아쉬움을 제대로 날려보자는 마음이 모아졌다. 그때의 실패를 곱씹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만들었다. 중국 파트너사와 영상 배급과 IP 사업 계약을 맺었는데 분위기가 좋다. 스컬킹을 포함하면 콘텐츠가 제법 쌓였으니 이제 해볼 만한 때가 됐다. 자신감이 붙었다.

 

 

속편을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은?

대중이 좋아한 건 시즌2였다. 그때는 선크림을 바르고 햇빛에 나갈 수 있는 좀비들도 있었는데 그런 밝은 분위기를 좋아했나 보다. 되돌아보면 시즌3는 전작의 설정에 뭔가 덕지덕지 덧붙여 놓은 느낌이었다.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는 캐릭터들의 척추만 빼고 다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래서 이번부터는 시즌4라는 숫자를 뺐다. 시리즈의 연속성보다 주제, 키워드, 시사점이 있는 내용으로 특화했다. 시즌별로 테마를 부여해 시리즈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번 시즌의 테마는 사랑이다. 세 캐릭터의 삼각관계에 집중했다. 좀비덤을 처음 본 시청자가 이제는 10대 후반, 20대가 됐으니 그들이 흥미를 느낄 얘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원초적 본능, 갈등, 욕망, 신념 같은 거다.

 

 

<좀비덤> 탄생 10주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좀비덤은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 같다. 이제는 같이 살고 있다고 느낀다. 3분짜리 넌버벌 슬랩스틱 코미디와 7분짜리 인앱, 11분짜리 시간여행자 루크까지 TV시리즈의 전 포맷을 섭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애니작의 대표작으로 독특하면서도 인지도가 가장 높은 IP다. 지난 10년은 좀비덤이란 명제를 증명하고 존재가치를 입증하는 여정이었다면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10주년을 맞아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 생각이다. 스페셜 영상을 올리고 디지털 굿즈도 준비하겠다.



<좀비덤>과 함께한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14년 SBA(서울경제진흥원) 애니버라이어티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됐을 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좀비덤 탄생의 시작점이었다. 어쩌다 지인의 회사를 이어받아 새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정신없을 때, 처음 내놓은 기획서로 당시 쟁쟁했던 스튜디오들을 제친 것이었으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겠나. 작품 기획서와 콘셉트 아트로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하자 2차 심사에 쓸 트레일러 영상을 한 달 안에 준비해야 했다. 당시 맡고 있던 외주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밤새가며 영상을 가까스로 만들었는데 이게 먹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1등을 차지해 제작비 15억 원을 받았다. 아마 내가 알기로는 애니버라이어티 지원사업 선정작 중에 시즌4까지 이어진 건 좀비덤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새해에는 어떤 전략으로 사업을 펼칠 생각인가?

어느 날 TV에서 보정속옷을 만드는 사람이 피트니스 강사가 된 이야기를 봤다. 사람들이 멋진 몸매를 갖도록 돕고 싶었던 그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려고 아예 체형을 바꾸게 하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걸 보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옷을 갈아입을 때가 아니라 몸을 바꿀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방법을 바꿔야겠다는 통찰을 얻었다. 사람들이 뉴미디어로 몰리고 AI 활용도가 높아지는데 굳이 겨울왕국과 애써 경쟁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유리한 곳에서 싸워도 내 무기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 우리의 무기는 기획력이다. 애니메이션은 상상으로 만든다. 잘하는 걸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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