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출판산업으로 분류되며 인쇄물 형태를 띠는 만화와 달리 모바일 환경을 통해 데이터 형태를 띠며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디지털 콘텐츠다. 웹툰산업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 보급이 확대되고 웹툰 IP를 영상화하거나 웹툰 제작과 영상화를 동시에 기획하는 사례도 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웹툰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웹툰산업의 성장을 이끈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보급이 확대되면서 웹툰 이용 방법이 이전보다 쉽고 편리해졌다. 둘째, 경쟁력 있는 웹툰기업들이 살아남아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양질의 웹툰이 탄생하는 여건이 조성됐다. 셋째, 해마다 쏟아지는 작품들을 소화하며 스타 작가를 발굴하고 대박 작품들이 활약하는 무대가 마련됐다.
웹툰산업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웹툰 플랫폼은 작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했다. 이렇듯 웹툰산업의 가파른 성장은 작품을 발굴·제작하고 온갖 리스크를 감수하며 척박한 시장을 개척한 크고 작은 웹툰기업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웹툰기업들이 그 노력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그래서 웹툰기업들의 발자취를 짚어보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가려진 사실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웹툰은 포털사이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웹툰은 포털사이트들이 트래픽을 높이고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자 잡지 부록 같은 무료 콘텐츠에 불과했다. ‘누가 돈 내고 웹툰을 보냐’는 분위기 탓에 웹툰이 콘텐츠로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음에도 대중에게 익숙해지고 서비스의 초기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출판 만화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디지털 코믹 방식에서 점차 독자적인 이야기와 편집 형태로 진화해 지금의 스크롤 방식이 정착될 수 있었고 개인 블로그나 미니홈피, 커뮤니티 갤러리 등에서 두각을 보인 작가들이 대거 발굴되기도 했다.
당시 웹툰을 이끌었던 이들 중에는 현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가 있다. 프로그래머로 입사해 웹툰을 담당하게 된 김대표는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김규삼 작가), 마음의 소리(조석 작가)를 발굴하면서 후발 주자였던 네이버를 선두권으로 견인했고 자신의 오타쿠 경험을 서비스에 적용해 요일제 연재란 모델도 탄생시켰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베웹툰을 최고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는 찬사와 함께 작가들과 친화력을 발휘하며 산업을 이끈 대표적 인물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웹툰기업 만화가족의 김동우 대표는 2008년 야후코리아에서 웹툰 서비스를 맡았다. 덕력이 남달랐던 김 대표는 다른 포털들과 달리 철저히 자신의 성향과 감각을 내세워 작품들을 포진시켰다. 이때 등장한 신예들이 이말년씨리즈의 이말년, 무한동력의 주호민, 열혈 초등학교의 귀귀, 노병가의 기안84였다.
그는 야후코리아 철수 이후 삼성SDS를 거쳐 2014년 곽백수·이기호 작가 등과 함께 만화가족을 설립했다.
포털들의 경쟁 이후 웹툰산업에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그리고 전문 웹툰 플랫폼이 나타나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첫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레진코믹스의 권정혁 부사장이다.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KTH 기술전략팀장을 거친 그는 이글루스에서 레진닷컴이란 인지도 높은 블로그를 운영하던 한희성 대표와 함께 레진코믹스를 설립했다.
만화방 집 아들이었던 그는 어릴 적부터 손님들에게 만화를 추천하던 경험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레진코믹스 서비스에 반영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웹툰이 포털의 트래픽 유입을 위해 무료로 제공될 수밖에 없었다면, 깊게 들여다보고 서사가 있는 작품을 제공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레진코믹스를 설립했다고 한다.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더 많은 작품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는 웹툰 플랫폼을 지향했다. 레진코믹스는 유료 웹툰을 안착시킨 대표적인 모델이자 후속 플랫폼들이 뛰어들어 춘추전국시대를 연 초석이 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진수 대표는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에서 메신저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모바일 콘텐츠의 부흥을 확신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포도트리라는 회사를 설립한 그는 지금의 카카오페이지가 네이버웹툰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든 인물이다.
이 대표는 모바일에 기반한 콘텐츠 시장의 막이 오를 것을 확신했다. 그러나 2013년 야심 차게 출범한 카카오페이지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플랫폼 모델과 전략의 구상은 완벽한 듯 보였으나 독자들은 그들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모바일게임 애니팡에 착안해 이제껏 없었던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고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며 카카오페이지를 단숨에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이처럼 웹툰산업이 성장해온 길목에는 창작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만화와 웹툰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애쓴 이들이 있었다. 작품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는 작가들과 달리 웹툰기업과 대표, 책임자, 담당자들은 드러나지 않지만 저마다의 각오로 신념과 목표를 갖고 현장을 지켰다.
이제 웹툰산업이 바라보는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 이미 해외로 진출해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고 최근 애플, 아마존이 뛰어들면서 판이 커지고 있다. 우리의 숙제는 웹툰을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해외 기업들의 진출이 더 빨라질 테니 웹툰 종주국으로서 우리의 영역을 더욱 견고히 다지고 더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
선두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도전하며 경쟁자들과 맞설 주체는 웹툰기업들이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든든히 버틸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웹툰기업들은 여전히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다양한 규제와 견제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우리 웹툰산업을 벤치마킹하며 더욱 강력한 서비스를 내세우는 이때, 우리 기업들은 역차별당할 처지에 놓여 있으니 그저 안타깝다. 이에 웹툰기업들이 일군 주요 성과는 물론 성장에 기여한 기업, 대표, 책임자, 담당자들의 활약을 제대로 알리고자 한다.
서범강
·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 아이나무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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