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이프로엔터테인먼트 기은주 PD, 마감 앞두고 일정 틀어질 때마다 멘붕이 왔죠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5-03-13 08:00:30
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6년에 입사했다. 작년 11월에 KBS 1TV에서 첫 방영한 하얀 곰 하푸의 PD를 맡았다. 가요, OST, BGM, 연주곡 등 음악을 전문으로 만들던 회사가 여러 방면으로 사업을 벌이면서 내가 맡는 일도 덩달아 많아졌다.(웃음) 이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재미가 들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원래 애니메이션 PD를 꿈꿨나?

어릴 때 방송 PD를 꿈꿨다. PD라면 뭔가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던 듯하다. 사실 내 본업은 작곡인데 애니메이션 PD가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웠다.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여전했고 이곳에서 꿈을 이룰 수 있으리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으니까. 애니메이션을 즐겨봤고 고교 시절에 디자인을 배운 덕에 그림 작업도 낯설지 않았다. 음악은 물론 오디오 북,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보니 모든 콘텐츠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뭘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앞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은 내가 전담할 것 같다.(웃음)

 


<하얀 곰 하푸> 제작은 순탄했나?

여태까지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경험했지만 애니메이션만큼 어려운 건 없었다. 제작 단계가 정말 복잡했다. 제작 일정을 관리하는 것도 힘들더라. 회사가 애니메이션을 처음 만들다 보니 관련 정보를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PD가 되는 법을 정리한 번역서를 구해 대표님을 시작으로 모두가 정독했다. 책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운 거다. 조금은 안다고 자신하면서 일을 시작했는데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웃음) 처음엔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같이 이끌어주는 동료들, 파트너사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용어도 잘 몰라서 소통이 어려웠을 텐데 너른 마음으로 일일이 설명해주시고 도와주신 펠릭스스튜디오 대표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임상준 콘티 감독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아쉬운 순간은 언제였나?

처음 나온 애니메틱스 영상을 보면서 다 같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보고 나서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우리가 직접 만든 스토리라서 애착이 강했던지, 상상이 현실이 돼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모두 감동했던 것 같다. 첫 방송 때 보다 훨씬 더 설레었다. 반면 아쉬운 순간이라기보다 아찔했던 순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납품일을 앞두고 제작 일정이 하나씩 틀어질 때마다 멘붕이 왔다. 애니메이션은 제작 절차가 워낙 복잡하지 않나. 앞쪽에서 어느 하나가 날짜를 못 맞추면 뒤쪽 일정이 2∼3주씩 쭉쭉 밀리는 거다. 그때마다 담당자를 어르고 달래면서 스케줄을 맞추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정을 아무리 잘 짜놔도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웃음) 신기하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 시나리오만 들고 해외 마켓에 나갔을 때 만났던 바이어들이 나중에 기억하고 찾아올 땐 정말 반갑더라. 실제 작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예전의 내 피칭을 기억한 어느 미국인 바이어가 찾아와 하푸의 새 시리즈가 나오면 독점 계약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 깜짝 놀랐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이야기가 있다면?

기회가 온다면 계속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 현재 공포, 힐링 장르의 스토리를 많이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에 새로 도전해볼 기회가 찾아오리라 생각한다. 영상을 만든다면 자체 IP 개발이 우선이다. 새로운 IP를 꾸준히 개발해 주기적으로 새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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