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캐릭터가 유통가를 장악하고 있다. 팬덤이 꾸준한 캐릭터와 손잡는 콜라보레이션이 줄을 잇는 가운데 요즘 유통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캐릭터는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 캐릭터 기업 산리오(Sanrio)가 만든 산리오캐릭터즈다.
콜라보레이션 대세는 산리오캐릭터즈
산리오캐릭터즈와의 협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세븐일레븐이다. 지난 1월 산리오캐릭터즈 팬시봉투와 플래너, 2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한 산리오캐릭터즈 캐리어를 내놓은 세븐일레븐은 벚꽃과 피크닉을 테마로 헬로키티, 마이멜로디, 폼폼푸린, 쿠로미 등의 캐릭터가 들어간 푸드 상품과 굿즈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다.
코오롱fnC 골프웨어 왁(WAAC)도 마이멜로디, 쿠로미와 협업해 장갑, 양말, 모자, 토트백, 볼마커 등 13종의 상품을 출시했다. 스마일게이트는 PC 온라인 레이싱게임 테일즈런너에 산리오캐릭터즈를 등장시켰다. 시나모롤, 헬로키티 등의 캐릭터를 스토리와 아이템에 반영해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신한카드는 마이멜로디, 쿠로미, 폼폼푸린의 얼굴을 담은 체크카드를 발매했고 파라다이스 호텔앤리조트는 투숙객에게 산리오캐릭터 굿즈와 음료를 증정하는 파라다이스×마이멜로디&쿠로미 프로모션을 펼쳤다.
SPC도 산리오캐릭터즈 상품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다. 지난해 포켓몬빵으로 대박을 친 SPC삼립이 이번에는 산리오캐릭터즈 빵을 선보였다. 특히 빵과 띠부씰 북 등을 살 수 있는 산리오캐릭터즈 빵 자판기 미니팝업을 운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던킨과 베스킨라빈스는 마이멜로디, 쿠로미 캐릭터가 연상되는 도넛, 아이스크림, 스페셜 굿즈를 내놨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 신문이 발표하는 닛케이 트렌드에서 지난해 일본 히트예감 상품 리스트 8위에 오른 캐릭터 치이카와(한글명 먼작귀, 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인기도 무척 뜨겁다.
CU가 스마트폰 그립톡 20종이 무작위로 들어 있는 먼작귀컬렉션 스마트폰&젤리를, 세븐일레븐이 먼작귀 인형을 선보인 가운데 만화책 등 출판물을 비롯해 봉제류, 지제류, 문구류 등이 10∼20대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치이카와를 향한 협업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마리오를 비롯해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등 오랜 팬층을 자랑하는 캐릭터와 손잡는 사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파워레인저와 협업해 꽈베기 빵을 개발한 GS25는 슈퍼마리오 IP를 활용한 상품 24종을 준비했고 도미노피자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피자 출시와 함께 스페셜 굿즈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세븐일레븐은 도라에몽 만화 속 캐릭터나 세계관을 적용한 식품과 굿즈를 내놨고 CU는 짱구는 못말려의 캐릭터를 입힌 이색 맥주 3종을 공개했다.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더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의 출판물이 편의점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마트24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 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인기 원작 소설 3권과 미니 포스터, 캐릭터 책갈피로 구성한 한정판 제품을, 세븐일레븐은 슬램덩크 만화책 전권 총 2,000세트를 판매했다.
“레트로 열풍·한일 관계 회복 영향”
일본 캐릭터가 유통가를 휩쓸고 있는 건 지난해 16년 만에 재출시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이 보여준 복고 열풍과 맞닿아 있다.
안정적인 매출을 예상할 수 있고 기성세대에게 추억과 향수를, 젊은이들에게는 익숙함과 재미를 선사해 보다 폭넓은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수단으로 유통업계가 대중적이고 오랜 팬덤을 보유한 일본 캐릭터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헬로키티,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등은 1980∼90년대부터 보고 자란 기성세대와 1990∼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에게 모두 익숙한 캐릭터”라며 “레트로 디자인이나 상품을 통해 추억과 재미를 얻고 유행이나 대세를 따르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일본 캐릭터를 찾는 곳이 늘고 있
다”고 말했다.
일본이 촉발한 무역 갈등으로 냉각된 한일 관계에 다시 온기가 돌면서 이른바 노재팬(No-Japan, 일본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소비층이 과거사나 노재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10∼30대로 집중되면서 일본 캐릭터와의 협업 분야가 확대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여기에 더퍼스트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등의 애니메이션이 올 초부터 연이어 흥행하면서 일본 콘텐츠에 호감을 갖는 층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캐릭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일본 여행이 활기를 띠고 경직된 한일 관계도 조금씩 풀리면서 노재팬 캠페인으로 위축됐던 구매 심리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현지의 유망 콘텐츠를 들여오려는 곳이 많아지고 그간 소극적이었던 일본 캐릭터의 IP 사업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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