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미디어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진학해 애니메이션을 배웠다. 대학에서 실사 기반 영상언어를 배웠는데 교과서 같은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애니메이션을 잘 보지 않는다.(웃음) TV로 일일이 챙겨 보는게 성향에 맞지 않아 그나마 극장에서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곤 하는데 이마저도 안 본 지 꽤 된 것 같다.(웃음)
주로 대사보다 상징적인 표현으로 메시지를 전하던데? 대사는 경제적으로 쓸 수 있는 연출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던지는 대사 한 마디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으며 극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히 다뤄야 할 장치라고 본다. TV드라마는 이해가 쉽고 빨라야 하기 때문에 대사가 많이 쓰이지만 독립애니메이션은 시각적으로 받아들이기 좋은 영화관에서 상영되므로 영상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대사를 아낄 필요가 있다. 사실 대사의 활용 여부는 감독의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난 한 마디의 대사라도 상징이나 의미가 부여돼야 하고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신중하게 쓰는 타입이다.
음향효과가 이채롭던데? 학창시절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았던 분야가 음악이었다.(웃음) 사운드 연출을 배울 때도 강의내용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예쁘게 잘 다듬어 아름답고 매끄러운 소리를 만들기보다 상징성을 부여해 내 마음대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실사 영상에 쓰이는 음향은 동시녹음이 가능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타자 치는 소리나 컵 놓는 소리 등 모든 걸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어차피 만들어야 할 소리라면 더 의미 있고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다. 가령 굿바이 드라마에서의 천둥소리는 아버지가 호통치는 소리로 공포감을 표현했고, 마네킹 토크쇼에서 감정의 기복이 없는 저음의 기계 목소리는 은밀하게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상징한다.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애니메이션은 실험 가능성이 무한하게 열려 있는 표현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드넓은 생각의 세계를 환상적이면서도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다. 여러 사람이나 장비 또는 장치 없이도 펜과 종이만 있다면 모든 게 가능하지 않은가. 실사영상보다 작품을 만들기 한결 수월하고 수정도 간편하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가? 요즘 움직임이 없는 것, 정지된 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영상 속 움직임은 모두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이들은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보고 그 의미를 기호적으로 받아들이는데 만약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이를 떠올렸을 때 두려움, 죽음, 충격, 공포감이 들었는데 무척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볍게 기록하며 생각을 가다듬고 있는데 언제 작품으로 완성될지는 아직 미지수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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