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투자와 다양한 포맷 제작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청사진을 내놨다. 2029년까지 1,500억 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펀드를 조성키로 한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서면 문화예술 분야 예산이 대폭 늘어나리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벼랑 끝에 내밀린 애니메이션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영유아 편중으로 경쟁력 부족, 투자 유치 어려워
문체부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 매출액은 1조 1,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23% 성장했다. 이는 콘텐츠 산업 전체 평균치인 2.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인터넷, 모바일 시청이 늘면서 온라인 애니메이션 제작업의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57.9% 급증했다.
하지만 영유아용에 편중되고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애니메이션이 턱없이 부족해 전 세계 시청자를 노리는 글로벌 OTT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 또 성인층을 겨냥한 애니메이션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산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OTT, 쇼트폼 중심으로 미디어 소비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핵심 유통 매체는 여전히 TV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문제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하려면 청장년까지 수요층을 넓히고 유통망을 다변화해 시장을 키우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9년까지 애니메이션 펀드 1,500억 조성
4월 문체부가 발표한 애니메이션산업진흥 기본 계획(2025∼2030)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올해 200억 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특화 펀드를 조성한다. 정부가 100억 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민간 투자로 채운다. 2029년까지 총 1,500억 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결성된 펀드 총액의 절반 이상을 국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와 애니메이션 관련 중소·벤처 기업에 투자한다. 결성 총액의 10%를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의무적으로 투자하고, 콘텐츠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에 투자하면 우대 혜택을 준다.
해외 파트너와 공동으로 제작할 때 우리나라에서 메인 프로덕션을 진행하고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제작비 일부를 환급해 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청장년층용 애니메이션과 클래식 IP를 활용한 작품의 제작 지원을 확대한다. 쇼트폼 애니메이션 창작과 롱폼 애니메이션을 쇼트폼으로 전환하는 지원 사업도 추진해 쇼트폼 시장 활성화를 꾀한다. 전통적인 롱폼 애니메이션을 쇼트폼으로 바꿔 IP의 생명력을 늘리고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애니메이션 IP를 게임,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하거나 웹툰,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 IP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사업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해외시장도 중화권·동남아를 주력 시장으로, 중남미·아프리카를 잠재 시장으로 나눠 전략적으로 접근해 판로 확대를 돕는다.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웹툰, 웹소설 등 타 장르 콘텐츠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수월하도록 기획 프로듀서 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연령과 장르, 매체에 대응하는 전문 시나리오 작가 양성 방안을 준비한다. 영상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AI 영상 콘텐츠 품질을 고도화하는 실무 중심의 전문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이 밖에 버추얼 휴먼, 쇼트폼, AI 등 신기술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위해 뉴미디어영상콘텐츠산업진흥법 제정도 추진한다.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업계 움직임 분주
정부가 투자 확대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을 세운 가운데 곧 출범하는 새 정부가 수립할 정책에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정치권과 소통하려는 업계의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집권 가능성이 높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예산 지원 대폭 확대를 약속하면서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후보는 K-콘텐츠 창작 전 과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예산도 대폭 늘려 2030년까지 시장 규모 300조 원, 문화수출 5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위원장으로 한 K문화강국위원회를 대선 후보 직속 기구로 두고 문화 예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마련해 정책 수립을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예술계를 망라하는 17개 분과를 두고 있으며 현재 정극포 전 아시아CGI애니메이션센터 이사장과 조경훈 스튜디오 애니멀 대표,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든 오성윤 감독이 애니메이션분과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분과는 산업계, 작가, 애니메이터, 학계 인사 등 20명에 대한 인선 작업을 마무리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새 정부에 건의할 정책 제안 최종 보고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분과에서 투자 확대, 크리에이터 중심 지원 강화, 인력 양성, AI 활성화 등에 초점을 맞춘 초안을 마련해 각 분야의 의견을 들으면서 보완해 가고 있는 중”이라며 “차기 정부의 정책에 꼭 반영되도록 업계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주요 사항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제2기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도 조만간 활동에 들어간다. 2기 위원회에는 신기술 분야 업계와 전문가가 합류하지만 위원 수는 16명이었던 1기 때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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