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작이 쇼트폼 애니메이션 <스컬킹>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제작 방식을 탈피, 기성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쇼트폼 소비자의 취향과 뉴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한 짧은 분량의 넌버벌 슬랩스틱 코미디로 <좀비덤>의 돌풍을 재현한다는 것이 이병준 대표의 전략이다.
요즘 체감하는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애니메이션 회사마다 매출이 작년보다 60% 이상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해외에서 수익이 조금 나오는 수준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곳도 숱하다. 감원 바람은 몇년 전부터 불었다. 수익의 토대가 부실한 상황에서 지금껏 빚 내가면서 운영해왔는데 이제는 막다른 길에 내몰리는 형국이다. 지원사업비를 받아도 완성할 수 없으니 작품 수도 줄었다. 마무리하지 못한 작품도 수두룩하다. 창작 애니메이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럴수록 열린 자세로 생각을 바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방송사도 IPTV, OTT, 유튜브, 틱톡이 등장하면서 그간 누리던 지위를 잃고 살길을 찾고 있다. 우리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해야 살아남는다.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고 있나?
AI와 쇼트폼 포맷에 주목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갈수록 짧아지는 콘텐츠 소비 패턴에 맞춰 제작 구조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보려 한다. 인력, 시간, 돈이 많이 드는 그간의 제작 방식은 이제 바뀌리라 본다. 현재는 AI가 만드는 영상의 완성도가 아직 부족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다. AI는 영상 제작 환경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쇼트폼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마케팅이나 메인 콘텐츠를 홍보하는 성격이 강한데 머잖아 짧은 영상 자체를 완성된 콘텐츠로 인식하고, 이런 콘텐츠를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리라 전망한다.
쇼트폼이 애니메이션 시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사실 극장판을 제외하고 웬만한 TV 애니메이션은 원래 쇼트폼 콘텐츠였다. 예전부터 우리가 봐왔던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에피소드 분량은 10분 이내였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기보다 특정 상황에만 집중한 시트콤 아니었나. 쇼트폼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포맷으로 쇼트폼 시대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저 짧은 에피소드의 애니메이션을 쇼트폼 소비자 취향에 맞게 만든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쇼트폼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콘텐츠의 질도 중요하지만 일단 양으로 승부해야 한다. 콘텐츠 확산을 위해서다. 맥락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꼭 있어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로 밀고 한 방향으로 집중해야 한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보는 이가 관심을 가질 만한 포인트를 잘 찾아야 한다.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되더라도 타깃은 더욱 좁혀야한다. 쇼트폼 콘텐츠는 짧게 만든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스토리텔링을 압축한 15초짜리 광고와 같다.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무한 경쟁 시장이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건 결국 품질이라고 본다.
<스컬킹>은 어떤 작품인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한 넌버벌 슬랩스틱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황량한 세계에서 뼈만 남은 두 왕이 자신의 병사들과 함께 황금 쟁탈전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15세 이상을 겨냥해 뉴미디어 플랫폼에 공개할 계획이다. 편당 1분 30초 분량인데 현재 52편은 이미 만들었고 나머지 52편의 프리프로덕션도 끝냈다.
흥미 요소를 꼽아달라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인기 아이템인 해골을 전면에 내세워 살아 있을 때 끊임없이 싸웠던 부족들이 죽어서도 대결하는 세계관을 만들었다. 문명이 발달한 부족과 원시 부족이 성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렸다. 캐릭터 외양도 게임 캐릭터와 비슷하게 개발해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줄 것이다. 많은 기대 바란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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