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게임보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도파라 이정훈·김은호 PD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3-04-10 08:00:58
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열악한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왼쪽부터 이정훈, 김은호 PD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정훈: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게임회사에 들어가 모델링 일부터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만드는 게 더 재미있어서 3년 전 도파라에 합류했다. 여러 공정의 작업을 해봤는데 리깅이 가장 재미있고 적성에 맞는 것 같다.
김은호: 도파라에 오기 전까지 게임회사의 특수 효과 제작 파트에서 일했다. 사실 게임 분야에서 애니메이션 쪽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드물다. 언리얼 엔진 운영팀을 꾸린다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어보고 싶어서 왔다.


로봇물이라 작업 강도가 높은가?
이정훈: 변신이나 전투를 위한 움직임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리깅을 하려면 작업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다이노파워즈 시즌1을 만들 때는 완구 제조를 위한 설계도가 이미 준비돼 있어서 작업하기 무척 편했다. 다만 사람 캐릭터의 리깅 설정값이 들쭉날쭉했는데 시즌2부터 값을 통일해 다른 캐릭터를 작업하더라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프로세스를 잘 구축했다.
김은호: 게임에서 마법을 부리는 장면을 연출하기보다 로봇물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 게임 영상을 만들 때는 완벽하게 준비된 실행안을 보고 작업해야 했는데 여기 와서는 김진철 감독님이 마음대로 만들어보라고 하셔서 해보고 싶었던 걸 마음껏 표현해볼 수 있었다. 게임에서는 물, 불, 폭파 등 구현하는 게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

 

 

다이노파워즈 시즌2 제작은 수월했나?
이정훈: 마야에서 만들었던 파일이나 포맷이 게임 엔진과 호환이 되지 않아 애먹었다. 기존 툴로는 표현할 수 있었던 게 불가능해지니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후반 작업 속도는 엄청 빨라졌지만 해야 할 프로젝트는 늘었다.(웃음)
김은호: 마야에서 언리얼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힘들었다. 시즌1·2를 만들면서 지금은 시스템이 많이 안정됐고 익숙해졌다. 렌더링 결과물이 나오는 게 마야보다 한 10배 이상 빠른 것 같다. 개인 컴퓨터에서 곧바로 구현할 수 있어 편리하고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바로 만들 수 있어 효율적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였나?
이정훈: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 방영했을 때, 그리고 본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할 때 기분이 좋다. 대신 시간에 쫓겨 기능을 많이 넣지 못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서 움직임을 덜 넣었는데 그 캐릭터가 비중이 커지면 마음이 쓰리다. 또 제작 공정상 한번 놓친 부분을 다시 돌아가 손보지 못할 때, 무척 신경 쓴 캐릭터가 일찍 사라질 때도 아쉽다.
김은호: 액션 신과 특수 효과가 많은 장면을 보고 지인들이 호평할 때 기분이 으쓱하다. 마감 일정상 섬세하게 살려야 할 부분을 놓치고 나서 렌더링을 하고 사운드를 입혀서 보면 후회하곤 한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생각이 궁금하다
김은호: 많이 안타깝다. 젊은 층에서는 게임회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애니메이션보다 보수가 높고 진로 범위도 넓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만 그들에게 애니메이션을 권할 수 없는 분위기인 건 어쩔 수 없다.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안겨줘야 한다.
그러려면 화제작을 많이 만들어 회사의 네임밸류를 높여야 한다.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게 곧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환경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이정훈: 디즈니나 픽사의 작품을 좋아한다. 어른들도 즐겨보는 서사가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 뮤지컬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현재 인디 밴드 이야기를 다룬 버스킹 스타란 작품을 기획하고 있는데 기대가 크다.
김은호: 어린아이들을 위한 로봇보다 건담 등 세계관이 넓고 시나리오가 탄탄한 리얼 로봇물을 만들고 싶다. 천공의성 라퓨타처럼 정감 있는 로봇물도 해보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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