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와 미니어처 존재감 가득 _ 도쿄토이쇼 2022

캐릭터 / 김현영 대표 / 2022-08-04 14:00:27
Exhibition
국제 도쿄토이쇼 2022(International Tokyo Toy Show)가 지난 6월 16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국제전시장에서 열렸다. 일본완구협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일본 최대 규모의 완구 박람회로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취소됐다가 3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 일본 완구산업의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곳을 찾은 김현영 툴박스출판사 대표가 본지에 관람기를 전해왔다.

애초에 장난감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지만 청년이나 중년 혹은 노년의 사람들도 즐긴다면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그 수요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즐기는 장난감은 아이들의 그것과 소재나 콘텐츠가 다를지라도 말이다. 가끔 마음이 힘들 때 드라마를 보며 위안을 받고 용기가 필요할 때 고난을 헤쳐나가는 영화를 보면서 힘을 얻듯 장난감은 소비하고 즐기고 반려한다는 의미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세계의 4대 토이쇼가 있다. 미국 뉴욕, 독일 뉘렌베르크, 홍콩, 일본 도쿄의 토이쇼가 그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9년부터 취소됐던 토이쇼가 3년 만에 도쿄국제전시장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에 방어적인 자세로 일관하던 일본 당국이 일반인들의 관광을 재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국제행사로 열린 도쿄토이쇼는 도쿄를 찾은 세계 완구회사 대표나 현지 완구 대기업 및 중소기업, 그리고 완구를 판매하는 업계 종사자 모두에게 감격스러운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전시장 내부는 새로운 완구를 구경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하지만 2개 층을 모두 사용했던 예전에 비해 올해는 1층에서만 전시가 진행돼 업계 관계자들은 실망한 눈치였다.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반영하듯 눈에 띌 만한 새로운 아이템은 없었다. 완구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의 눈으로 바라본 전시장은 예전부터 봐오던 낯익은 캐릭터 피규어와 놀이감으로 꾸며졌다.

 

 

이 중 한국의 주영이앤씨가 선보인 아쿠아매직은 소재나 창의성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제품이었다. 국제특허를 획득한 아쿠아매직은 한국에서도 꽤 잘 팔리는 제품으로, 매직물감으로 만든 특정 모양을 응고제가 섞인 물에 넣으면 인형처럼 부풀어 오르는 완구다. 아이들은 마치 물감으로 모양을 만드는 창조자가 되는 셈인데 상상력 자극과 소근육 발달은 물론 물속에서 살아나는 것 같은 형상을 만들어내는 놀이는 재미있으면서 교육적이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을 파는 건 아이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모든 제품 판매가 그렇듯 소구 대상을 매혹시키는 것은 어렵다. 그럼 무엇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가.
일반인으로서의 관심사는 딱 두 가지였다. AI 기능(인공지능)이 반영되었는가, 그리고 레트로가 유행인데 얼마나 이를 잘 구현했는가가 관건이었다. 코로나19 탓이라고 하기에는 AI 기능의 반영은 아직 먼 일처럼 느껴졌다. 눈에 들어온 건 20∼30년 전에 보던 움직이는 로봇이나 불빛이 나는 요요가 휴대전화 화면에서 불을 뿜어내는 영상으로 변환되는 타카라토미 제품 정도였다. 또 호빵맨 같은 스테디셀러에 새로운 집이나 무기가 추가되거나 다마고치 키우기 같은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장난감이 다시 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신 이번 토이쇼에서는 캐릭터와 미니어처의 존재감이 상당했다. 고 이어령 교수의 저서 축소지향의 일본인에서 말하듯 일본인의 생활, 장난감 캐릭터의 생활, 그리고 상상할 수 있는 세계의 모든 삶이 미니어처 안에 구현돼 있었다.
어찌 보면 장난감이라는 물건 자체가 실물을 축소하고 꾸미고 상상하는 것이니 일본인의 특징인 미니어처는 장난감 고유의 정체성에 충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AI나 레트로는 단지 지나가는 유행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산리오, 피카츄, 호빵맨, 신짱 등 어른이 된 세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릴 적 이웃집 토토로를 보고 자란 아이는 커서 토토로 티셔츠를 입고 토토로 접시와 컵에 디저트를 먹는다. 호빵맨을 보고 자란 아이는 나이가 들어 호빵맨 모자를 쓰고 다닌다. 산리오 캐릭터를 보고 자란 성인은 마이멜로디 파우치를 들고 다닌다. 유아 때부터 갖고 놀던 완구는 성인이 한참 지난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 성인은 다음 세대에 영향을 끼친다. 경기침체 속에서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 큰 투자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일본 완구회사 랭킹 1, 2위 반다이와 타카라토미가 협업해 새로운 완구를 탄생시키길 기대하는 마음보다 새로운 아이템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년 열릴 독일 뉘렌베르크 토이쇼를 기다려본다.


 

아이러브캐릭터 / 김현영 대표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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