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양천구 신월동의 한 옥탑방. 사무실이자 촬영장이며 회의장이자 회식의 장소인 이곳은 다소 비좁고 어수선해 보이지만 아늑한 공간이 주는 안식의 기운이 푸근함을 선사한다. 비록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이며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행복하다는 메시지가 옥탑방이란 공간과 묘하게 닮아 있는 듯하다. 우린 소중하니까! 오늘도 웃짜!란 슬로건을 내건 키즈 유튜브 채널 <웃짜가족>을 이끄는 두 주역 김배근 작가와 배우 서아름 씨를 만났다. 길어진 인터뷰로 배달주문해 나눠 먹은 짜장면 한 그릇이 옥탑방의 정취를 더욱 무르익게 했다.
코너가 다양한데 주력 코너는 무엇인가?
김배근 웃짜가족이란 채널이 가족시트콤을 표방하는 만큼 웃짜 시트콤이 메인 콘텐츠다. 가족 안의 스토리나 친구들 사이의 관계 등을 주로 다룬다.
서아름 현재 거꾸로 중학교, 현실판 덕몽어스, 웃짜유치원, 허기워기, 웃짜유형, 쇼츠 등 여러 코너가 있지만 이들은 가족시트콤이란 큰 범주에 속한 하위 콘텐츠라고 할 수 있겠다.
일주일에 몇 편을 공개하는가?
김배근 채널 개설 초기에는 연기자들과 내가 대본을 하나씩 쓴 다음 연기하고 촬영하고 편집해 일주일에 두 편을 올렸다. 차츰 시청자들의 반응을 얻으면서 촬영이나 편집을 맡을 전문가가 필요해 정상태 PD를 합류시켜 업로드 편수를 네 편으로 늘렸는데 올 1월부터 유튜브 알고리즘 방식이 바뀌었는지 조회수가 급감했다. 그래서 이럴 때일수록 무리하지 말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더 고민하고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금은 일주일에 세 편을 공개하고 있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나?
서아름 초등학생들의 눈길이 어디에 가 있고 무엇에 즐거워하는지를 살핀다. 그들의 관심사를 찾아보고 영상을 보거나 문방구를 들르기도 하고 아이들이 나오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기도 한다. 댓글도 많이 참고해 팬들의 요청이나 제안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으로 만들기도 한다. 최신 흐름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 우리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한다.
타깃층이 열광하는 재미의 포인트는?
김배근 자신보다 조금 모자라 보이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엄마에게 혼나더라도 사랑받고 있고 행복하다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보통 코믹 장르에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는 보는 이들이 우월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금 덜떨어져 보여야 한다. 그래서 ‘나보다는 못났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사는구나’ 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서아름 일각에서는 ‘내용이 너무 착한 것 아니냐, 자극적이어야 시선을 끌 수 있다’ 고들 말한다. 사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니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은 맞다. 그래도 표현하는 방식이나 수위는 조금 달라질 수 있어도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한결같을 것이다.
다른 유사 채널과의 차별점은?
김배근 어떤 분야건 유사 콘텐츠는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던지고자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만들면 이야기가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서아름 다른 채널을 모니터링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시청층과의 공감대를 맞추면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준비 중인 새 코너가 있나?
김배근 웃짜가족에 동아리란 캐릭터가 나오는데 이를 따로 떼어 내 동아리란 채널을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시트콤이라기보다 미술, 댄스, 만들기 등 리뷰나 체험 콘텐츠로 꾸며볼 생각이다. 일례로 구독자들이 언박싱 영상을 요청하는데 이를 시트콤 코너에 담을 순 없지 않은가. 동아리 채널은 팬들의 이러한 다양한 요청을 소화할 수 있는 채널이라고 보면 된다.
서아름 이야기의 세계관을 넓히는 취지에서 거꾸로 중학교란 코너를 신설했는데 궁극적으로는 각양각색의 친구들이 나오는 웃짜학원이란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집 밖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의도다. 가족 이야기도 좋지만 새로움이 없다면 보는 이들은 식상함을 느끼기 마련이므로 이야기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본다.
케이비젼과 손잡은 배경이 궁금하다
김배근 구독자가 5만 명이 채 안 됐을 무렵 먼저 연락을 해왔다. 당시에는 그리 주목받는 채널이 아니어서 다소 의아했는데 제안을 준 메일 내용이 유머러스해 첫인상이 좋았다. 이후 미팅을 이어가면서 방향성에 대해 같이 고민하며 호흡을 맞췄고 계약까지 맺게 됐다. 조만간 4명의 연기자들을 형상화한 캐릭터 봉제인형과 만화책이 출시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달라.
향후 어떤 분야에 진출해보고 싶은가?
서아름 공개코미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뮤지컬 공연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다. 코로나19로 팬미팅 한 번 못했는데 오프라인 이벤트를 많이 해보고자 한다. 3년 정도 활동해보니 구독자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더라. 유튜브에서도 실시간 반응을 살필 순 있지만 관객의 반응을 직접 체감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순간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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