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열전] 상상이 영상으로 보여질 때 묘미를 느끼죠, 정태연 드림팩토리스튜디오 매니지먼트본부장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3-06-12 08:00:46
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애니메이션계에서 일한 지 햇수로 21년째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도 곧잘 따라 그렸다.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 2D 그림을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 애니메이션을 해보기로 결심한 건 남들보다 꽤 늦은 스물일곱 살 때였다. 애니메이터로 4년 정도 일하다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는데 실사풍의 애니메이션을 해본 게 큰 경험이 됐다. 그때 보는 눈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 이후 영화, 드라마, 2D, 3D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 2015년 드림팩토리스튜디오에 합류했다.


그간 만든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드림팩토리스튜디오가 만든 모든 작품에 관여했지만 그중에서 꼽으라면 단연 젤리고다. 시즌1·2를 만들 땐 애니메이션 팀장으로 작화에 치중했다면 시즌3는 첫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성, 제작, 영상 납품의 전 과정을 관리한 첫 프로젝트라서 내겐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공들여 만든 작품이 흥행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 젤리고 시즌1을 막 내놨을 땐 주목을 못 받았는데 중국에서 흥행하며 알아봐주는 이들이 많아지니 무척 기뻤다. 아쉬운 순간이라면 드림팩토리스튜디오의 전 작품을 총괄 관리하는 입장에서 정해진 스케줄 때문에 작품의 질을 타협해야 할 때다. 빠듯한 일정 탓에 순간순간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나중에 흥행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여러 아이디어가 움직이는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애니메이션 일을 시작했다. 글로만 존재하던 이야기가 풍부한 그림 영상으로 만들어지는 게 여전히 신기하다. 상상했던 게 영상으로 구현되고 이렇게도 표현될 수 있구나 깨달을 때, 그리고 그런 작품을 많은 사람이 알아봐 줄 때 큰 묘미를 느낀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하다
외부에서 애니메이션계를 바라보는 인식이 그리 좋은 건 아니다. 히트작이 없으니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현직 구성원들의 열의가 갈수록 떨어진다. 대우도 열악해 게임이나 영화계로 눈을 돌리는 게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다. 애니메이션도 영화처럼 내용과 연출이 훌륭한 작품이 흥행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황이 나아지는 게 생각보다 더딘 것이 현실이지만 자신을 좀 더 발전시키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후배
들이 현장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
지금까지 많은 걸 해봐서 그런지 특별히 만들고 싶은 장르는 없다.(웃음) 대신 여태 해보지 못한 게 바로 극장판이다. 장편물을 기획부터 끝까지 이끌어보고 싶다. 디즈니·픽사의 작품에 빠져서 그런지 애니메이션계에 들어오면서부터 극장판을 꼭 만들어보리라는 꿈이 있었다. 아무래도 퀄리티나 내용의 깊이가 TV물과는 다르니까. 그래서 극장판에 관한 기획이나 아이디어 회의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젤리고 시리즈가 계속 흥행한다면 극장판도 만들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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