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람쥐 집 건너편에 청설모가 이사 온다. 자신과 닮은 청설모와 친해지고 싶은 다람쥐는 다가가 선물을 내민다. 하지만 청설모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다람쥐는 계속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닮음과 다름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은 "세계관이 다른 존재가 만났을 때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흣쨔라는 필명의 작가로 활동 중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내는 소리에서 따왔다.(웃음) 4∼5년 전부터 내 일상이나 평소의 감정, 생각을 담은 이야기로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한 에세이를 독립 출판 형태로 몇 권 출간했다. 2024년에는 <오늘도 헤엄치는 법>이란 그림책도 처음 냈다. 내가 수영을 배우면서 느낀 점을 담았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무엇에서 영감받았나?
그림책 <오늘도 헤엄치는 법>이 봄 · 여름 감성의 이야기라서 가을 · 겨울 감성의 이야기를 구상하다가 친구와의 일화가 떠올랐다. 해변에서 함께 조개껍데기를 주웠는데 제일 예쁜 걸 내게 주더라. 그때 "내가 갖기보다 네게 주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하던 게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주는 걸로 마음을 표현하며 기쁨을 느낄 수 있구나' 란 걸 깨달았다. 당시 수영을 배우면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고 있을 때였다. 친해지고 싶으니 자꾸 선물을 하나씩 주더라. 이런 행위에 마음이 담겼다는 걸 느끼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세계관이 다른 존재가 만났을 때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말하고 싶었다. 다람쥐와 청설모는 닮은 듯 다르다. 이 둘을 어떻게 친구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은?
두 장면이다. 하나는 다람쥐가 얼른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선물을 들고 뛰어가는 장면이다. 청설모는 느릿느릿 이삿짐을 정리하는 중에 서둘러 다가오는 다람쥐에 놀라 주춤한다. 둘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다람쥐가 선물을 준비하던 청설모를 뒤늦게 발견하고 그 마음을 알아채는 장면이다. 많은 선물을 줘도 반응이 없자 화가 난 나머지 겨울잠을 자러 가던 다람쥐는 느릿느릿 선물을 준비하던 청설모를 보고 그제야 오해를 푼다.

해외 영화제 초청이 이어지고 있던데?
작년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지포니 영화제,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 포르투갈 몬스트라 리스본 영화제, 독일 슈투트가르트 영화제 등 15곳 이상의 영화제에서 초청받았다. 사실 좀 얼떨떨하다. 2024년 서울인디애니페스트에서 랜선 비행 부문 관객상을 받았는데 이게 내 상인지, 받아도 되는지 아직도 모를 정도다. 최근 이탈리아와 태국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너무 따뜻했다", "위로받았다"는 관객들의 말이 그저 감사했다. 친구 사이에 겪는 어려움에 공감해 준 게 아닐까,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묶여 공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봐 준 게 아닐까 한다.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인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와 과학을 좋아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동생과 지브리 영화를 돌려보곤 했지만 뭘 해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학 갈 때 전공으로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분야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글쓰기 수업을 듣고 연극이나 사진 동아리를 해 보며 내가 진정 원하는 게 그림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림책 학교에 다니며 제대로 배웠다.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선정돼 앞서 말한 <오늘도 헤엄치는 법>을 냈다. 근데 한번 해 보니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이 눈에 들어오길래 제대로 부딪혀 보자는 마음에 지원했더니 덜컥 합격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즐거움은?
만들 때 기분은 즐거움 반 괴로움 반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배우는 게 어려웠다. 동작의 자연스러움이나 카메라 이동처럼 생각해야 할 게 많았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찾아보고, 영화 연출 책도 뒤져 보면서 만드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되니 정말 괴로웠다. 그렇지만 뭔가를 완성해 가고 있는 과정은 즐거웠다. 처음이라 신기한 것도 많았다. 일정 정리부터 음악 감독님과의 협업 모두 신선했다. 완성하고 나니 만드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느낀다. 많이 안 해 봐서 시간이나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기회가 오면 또 해 보고 싶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
이번에도 관계에 관한 얘기를 그림책에 담을 예정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순 없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를 맺는다. <다람쥐와 청설모>가 친구가 되는 관계를 다룬 거라면 이번에는 창작자와 감상자의 관계를 다루려고 한다. 창작물을 본 감상자의 반응이 다시 창작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다. 서로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보여 주겠다. 삶의 시기가 바뀌더라도, 세대에 구애받지 않고 읽기 좋은 이야기,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들춰보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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