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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조성복 게임엔진팀장, 정성호 제작실장 |
게임엔진(Game Engine)을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임엔진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능을 담은 소프트웨어다. 효율성이 곧 경쟁력이 된 애니메이션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도파라가 언리얼 엔진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화제다. 이전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고 제작과정은 순탄하기만 했을까. 정성호 제작실장과 조성복 게임엔진팀장을 만나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에픽게임즈의 반응은 어땠나?
기존 제작공정을 바꾸기 쉽지 않았을 텐데?
조성복 제작 일선에서의 거부감은 상당했다. 수차례 설명에도 이해를 잘 못하는 눈치여서 애를 먹었다. 기존 툴이나 제작방식이 몸에 익은 터라 새로운 툴에 적응하기엔 힘들었을 것이다. 몇 번 사용해보고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으니 원래 사용하던 툴로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래서 제작 초기에 무척 막막했는데 차츰 어떤 작업 툴을 쓰느냐를 따지기보다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따져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때는 언리얼 엔진으로 옮겨진 수백 개의 데이터를 일일이 검증하느라 두 달에 에피소드 한 편씩 만들었는데 이제는 2주에 한 편씩 만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작팀까지 합류하면 일주일에 한 편씩 나올 정도로 제작 속도가 빠르다.
정성호 다이노파워즈 첫 화와 최근에 만든 후반부 에피소드를 보면 퀄리티에서 조금 차이가 난다. 제작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20년 이상 만들어온 사람들은 이 같은 속도에 많이 놀랐다. 김진철 감독님이 밀어붙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언리얼 엔진 제작을 선언하고 시스템을 정착시켰지만 지금도 여전히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제작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있는가?
조성복 다이노파워즈를 만들기에 앞서 언리얼 엔진 제작 경험이 전혀 없었을 당시 진주박물관에 영상물을 납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진주성의 전투 장면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밤을 새가며 만들었다. TV시리즈 제작에 들어가면서도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때의 값진 경험 덕분에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사라졌다. 진주성 전투신을 만들면서 제작의 기준점이 설정됐고 그에 맞춰 다이노파워즈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정성호 기존 제작 툴인 마야에서 언리얼이란 새로운 툴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곤 하는데 우리가 자신감을 갖는 부분은 이 같은 문제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확실히 구분하고 해결할 수 있게 된 점이 다이노파워즈를 제작하면서 얻은 큰 수확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디지털 콘텐츠 제작도 추진하나?
정성호 현재 다이노파워즈 시즌2와 히어로 라이즈맨 등 차기작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과도기를 지나 1∼2년 후에는 AR, VR 게임을 비롯해 뉴미디어와 메타버스에서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엔진이 만능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은 비용으로 수준 높은 콘텐츠가 많이 나와야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생태계가 더 좋아질 수 있기에 다른 제작사들도 게임엔진을 많이 활용해 저변을 넓혀갔으면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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