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63] 오이슬 감독, 현실을 시적인 이미지로 연결하는 매체가 애니메이션 아닐까요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3-03-22 11:00:10
Interview
시를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시는 해석의 여지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해요. 이를 나만의 해석으로 담아보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시어중에 기억이란 말이 나와요.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도 하죠. 사람들은 일부러 잊으려고 애쓰기도 하고 때론 이를 좇기도 하는데 저는 기억을 가끔 눈앞에 사라졌다가 나타나고, 쫓고 쫓기는 나비로 표현해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시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오이슬 감독의 도전은 무척 신선하고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을 받는다.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해달라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애니메이터다. 어릴 때부터 낙서하듯 즐기던 그림이 좋았다. 자라면서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단 생각이 강해졌다. 영국 킹스턴대에서 학위를 받았으나 사실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몽환적인 스토리와 상상력, 캐릭터 요소. 작화가 마음에 들어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들에 푹 빠졌던 어릴 적 기억이 날 일깨운 덕분에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해외에서 활동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었을 텐데? 2020년 졸업을 앞두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영국 전역에 봉쇄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귀국을 서둘러야 했다. 이제는 다시 나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일보다 우선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다. 난 경험을 중시한다. 또 동료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활기를 느끼며 다양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걸 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는 많은 걸 시도해보며 연구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이다.

<비늘>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는데? 극 중 주인공은 푸른 바닷속에서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를 발견한다. 시간이 흘러 물고기와 특별한 유대감이 생긴 그녀는 마침내 물고기로 변해 좁은 방을 벗어나 넓은 곳으로 나아간다. 비늘은 졸업작품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힘든 일이 있었는데 문제를 해결하고 그런 상황을 빨리 벗어나 어디론가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그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질 만한 감정과 변화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려 했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물고기는 주인공이 이상으로 바라보는 존재다.

제목을 비늘로 정한 배경은? 몸에 비늘이 하나둘 나기 시작하면서 아가미가 생기고 주인공이 차츰 물고기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늘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란 의미다.
탈출을 희망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신체 변화로 이어지는 시작이자 변화를 상징하는 게 바로 비늘이라고 생각했다.


<시속> 시리즈의 기획 취지가 궁금하다 시속(Into Animated Poetry)은 다이버, 질의응답, 열과 등 현대 시 3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인이 직접 시를 낭송하는 소리도 담았다.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시적인 이미지로 연결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 시와 애니메이션이 만나는 새로운 감상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해외에서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없어 시도해본 작품이다.
시어를 재해석해 그림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읽었던 시 중 감명 깊었던 시를 선택해 시인에게 동의를 구한다음 내용을 내 방식대로 다시 해석해 그림을 그렸다. 서울산업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만들었는데 내가 어떤 작품을 추구하는지 알아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애니메이션에 담고자 하는 자신만의 세계는? 거창한 생각을 담으려고 하기보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결말이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생각의 여운이 남는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에둘러 표현하기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어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좀 더 역량이 높아지면 공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품들이 스크린에 걸리진 않았지만 감상평이 남겨지는 걸 보면 신기하고 감사하다. 홀로 작업할 땐 잘하고 있나란 생각이들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같이 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관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그 재미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아닐까.

 


선호하는 화풍이 있나? 깔끔한 느낌을 주는 디지털 작화보다 수채화든 유화든 수작업의 느낌이 드러나는 그림체가 좋다. 거친 선이나 물감이 주는 질감, 그런 프레임들이 만나 투박하게 움직이는 게 멋있게 느껴진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형태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외주작업도 하고 있는데 단편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동화나 그림책도 만들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해보자는 생각이기에 어느 분야에서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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