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비늘로 정한 배경은? 몸에 비늘이 하나둘 나기 시작하면서 아가미가 생기고 주인공이 차츰 물고기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비늘은 이러한 변화의 시작이란 의미다.
탈출을 희망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신체 변화로 이어지는 시작이자 변화를 상징하는 게 바로 비늘이라고 생각했다.
<시속> 시리즈의 기획 취지가 궁금하다 시속(Into Animated Poetry)은 다이버, 질의응답, 열과 등 현대 시 3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인이 직접 시를 낭송하는 소리도 담았다. 애니메이션은 현실을 시적인 이미지로 연결하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대 시와 애니메이션이 만나는 새로운 감상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해외에서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없어 시도해본 작품이다.
시어를 재해석해 그림을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읽었던 시 중 감명 깊었던 시를 선택해 시인에게 동의를 구한다음 내용을 내 방식대로 다시 해석해 그림을 그렸다. 서울산업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만들었는데 내가 어떤 작품을 추구하는지 알아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애니메이션에 담고자 하는 자신만의 세계는? 거창한 생각을 담으려고 하기보다 그저 즐겁고 재미있게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결말이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생각의 여운이 남는 작품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에둘러 표현하기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어 그간의 작업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좀 더 역량이 높아지면 공감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품들이 스크린에 걸리진 않았지만 감상평이 남겨지는 걸 보면 신기하고 감사하다. 홀로 작업할 땐 잘하고 있나란 생각이들고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같이 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관객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그 재미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아닐까.
선호하는 화풍이 있나? 깔끔한 느낌을 주는 디지털 작화보다 수채화든 유화든 수작업의 느낌이 드러나는 그림체가 좋다. 거친 선이나 물감이 주는 질감, 그런 프레임들이 만나 투박하게 움직이는 게 멋있게 느껴진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형태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다.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 외주작업도 하고 있는데 단편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동화나 그림책도 만들어보고 싶다. 하고 싶은 건 해보자는 생각이기에 어느 분야에서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겠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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