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9회를 맞은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023에서 김상준 감독의 <메아리>가 대상인 ‘인디의 별’을 수상했다. 해외 유수 영화제의 큐레이터로 참여한 심사위원 카차 모란드(Katja Morand)는 “이 작품은 우리를 어린 시절의 냄새, 손길, 소리로 돌아가게 하는 감각적인 스토리텔링과 설득력을 갖췄다”라며 “우리의 행복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지금의 우리가 친절하게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도 상기시킨다”라고 평가했다.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해달라
미국 뉴욕에서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했는데 광고와 영화 분야에서 영상 효과 관련 일을 하다가 내 목소리를 내는 작업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다.
<메아리>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메아리는 1990년대 초중반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두 형제에 관한 이야기다. 매일 이른 새벽이면 아파트를 향해 “야호”를 외치는 낯선 남자가 나타나고, 그 남자가 식인종이라는 소문이 돌자 형제와 친구들이 함께 조사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었나?
태어났을 때부터 죽 살아오며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아파트 단지가 최근 재건축으로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걸려 넘어져 무릎에 큰 상처 딱지가 생기게 했던 튀어나온 계단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며 노래했던 순간,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날 아파트 복도를 달리던 느낌까지, 이 모든 게 무너지고 없어진다고 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벽에 대고 던지던 테니스공이 벽 구멍 사이사이에 제법 많이 박혔는데, 우리의 추억도 그 테니스공처럼 빛이 바래고 결국 사라질 것이란 생각에 무척 씁쓸하고 슬펐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에 새벽마다 아파트를 향해 “야호”를 외치던 한 남자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과연 누구였고 왜 그랬을까 잠시나마 생각했는데 메아리란 작품은 순간적으로 스친 그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품을 통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
무심코 지나치는 게 너무나 많은 이 시대에 사람과 사람의 작은 공감, 소통, 또는 응답의 부재가 심각하다는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작품명인 메아리는 소리가 어느 물체에 부딪혀 돌아와 다시 전달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극 중에서 야호맨이 외치는 소리가 이 세상을 향해 “나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고, 그것을 세상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나도 세상에 “야호”를 외치고 있고 이를 세상이 알아봐주길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간의 작품을 관통하는 자신만의 시선이 있나?
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려는 것 같다. 대신 거기에는 약간 삐딱한 시선과 너무 진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익살스럽지도 않은 유머가 섞여 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실사 영화도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장르지만 애니메이션은 상상의 한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껏 만든 애니메이션이 내 상상을 마음껏, 온전히 표현한 것 같진 않다. 그렇
지만 애니메이션이란 단어가 지닌 의미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
달팽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느린 시간 속에 사는 달팽이 같은 남자가 가방(집)을 등에 메고 사는데, 삶이 주는 연속적인 시련탓에 가방이 점점 커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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