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신나는 무대 인사가 또 있을까. 주니와 토니, 츄츄와 함께하는 싱 앤 댄스(Sing & Dance) 공연은 영화 시작 전부터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이들의 등장이 예고된 상영 회차는 언제나 매진이다. 관객을 향한 차분한 감사 인사 대신 어깨가 들썩이는 공연을 준비한 건 정유진 키즈캐슬 원천콘텐츠개발본부장의 아이디어였다. 유튜브 채널 주니토니가 5년간 받은 무수한 버튼은 그녀가 쏟아부은 열정의 결과다.
원천콘텐츠개발본부가 하는 일은?
콘텐츠 기획은 물론이고 영상 제작, 음원 제작, 외주 작업을 모두 총괄한다. 어떤 공연을 보여줄지, 어떤 상품이 좋을지 기획하는 것도 우리가 한다. 사실 기획, 제작, 사업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선을 그어 말하긴 어렵다. 콘텐츠의 맥을 잡고 톤앤매너를 관리하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콘텐츠 기획 파트에서 일한 건 언제부터인가?
학창 시절에 음대 진학을 꿈꿨다. 그런데 무대에만 서면 그렇게 떨리더라. 실력 발휘도 잘 안되고. 나와 안 맞는구나 싶어 진로를 바꿔 선생님이 되려고 영문학과에 갔는데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동가족학도 복수로 전공했다. 그런데 아동가족 학위를 받으려면 한 달간 실습을 나가야 한다. 그때 간 곳이 삼성출판사였다. 인턴으로 잠깐 일하다 말 줄 알았는데 정식으로 입사해서 책을 만들고 2013년부터는 핑크퐁 콘텐츠제작에도 참여했다.
키즈캐슬 합류를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당시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내가 잘하는 일을 해서 회사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저 아이들에게 좋은 영상, 좋은 음악을 제공하고 싶었는데 다른 업무가 많아지니 힘들었다. 사실 5년간 쉬지 않고 수많은 콘텐츠를 쏟아내다 보니 지치기도 했고, 새로운 걸 만들려면 더 많이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관두고 캐나다 유학을 준비했다. 그때 키즈캐슬에서 연락이 왔다. 오경수, 이병선 대표님과 오랜 시간 협업하면서 인품이 좋고 호흡도 참 잘 맞는다고 느꼈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꿈을 이뤄보자는 마음에 이곳으로 왔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는?
처음에 와서 보니 채널의 대표적인 캐릭터가 없었다. 영상마다 매번 새로운 동물이 나오는 형태였다. 뭘 새로 만들까 고민하다 그간 만든 영상에 나오는 걸 하나 골라 잘 다듬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당시 깔깔마녀와 빛깔요정이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빛깔요정이 눈에 잘 들어온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걸 다듬어 주니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오 대표님의 자녀가 이란성 쌍둥이란 점에 착안해 토니를 추가해 쌍둥이란 설정을 부여했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동물이 더 친근할 수 있는데 눈에 잘 띄는 차별점을 주고 싶어 사람 캐릭터로 결정했다. 일단 많이 노출해서 비슷한 콘텐츠에 묻히지 않고 눈길을 잡는 게 목표였으니까.
콘텐츠가 안착하겠다고 예감한 순간이 있었나?
일정 구독자 수를 넘기면 유튜브가 주는 버튼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오로지 영상으로만 밀고 나갔을 때인데 조회 수와 좋아요 추천 수가 가장 정확한 척도 아니겠는가. 실버버튼, 골드버튼이 하나둘씩 늘고 영어, 스페인어 채널이 추가되면서 뭔가 더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전에는 고민도 많고 불안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란 생각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해한 콘텐츠란 자부심이 있었고 그 방향을 믿고 나아갔다. 시련도 있었지만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봐 준 시청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인기 이벤트로 자리 잡은 현장 공연은 어떤 고민의 결과였나?
주니토니가 영상 속 인물이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진짜 살아가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 오프라인에 나와야 했다. 어떻게 다가갈지 아이디어를 모은 끝에 2023년 캐릭터라이선싱페어에서 처음으로 댄스댄스 공연을 진행했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환호성을 직접 확인해 보니 이를 정식 프로그램으로 운영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스케일을 키운 오프라인 공연도 가능할 것 같아서 뮤지컬도 기획했다.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애니메이션 방영 이후로 일정을 바꿨다.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유튜브 콘텐츠 구성에도 변화가 있나?
이미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유치원 동기들을 유튜브 영상에 등장시키고 있다. 일종의 맛뵈기라고 할까. TV시리즈와 유튜브 속 세계관을 동기화해야 주니토니의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리라고 본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정립한 주니토니의 세계관을 새로 선보이는 유튜브 콘텐츠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건 없지만 탈인형이나 사람이 등장하는 실사 콘텐츠를 만드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주니토니>의 글로벌 롱런에 필요한 건 뭘까?
시대의 유행이 뭔지는 주시하겠지만 흐름에 휘둘리지 않겠다. 뻔한 말이겠지만 아이들 성장에 도움이 되고 엄마들이 안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간다는 방향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 성장에 필요한 필수 요소를 담은 콘텐츠로 신뢰를 얻어 시청자들이 주니토니를 찾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도 좋은 추억으로 남은 주니토니 노래를 흥얼거리면 좋겠다. 할머니부터 아이들까지 모두가 사랑하는 디즈니처럼 말이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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