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지난해 갓 데뷔한 신인 감독이다.(웃음) 대학 졸업 이전까지 내 스스로도 감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업으로 삼기 전에 일단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2016년 졸업 후 곧바로 취직해 사회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애니메이션 외주작업을 병행하면서 이제 내 작품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고 1년 6개월여의 준비를 거쳐 울렁울렁이란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지난해 인디애니페스트에서 2관왕에 올랐는데 소감은? KIAFA 특별상과 함께 관객상 ‘ 축제의 별 ’ 을 받았다. 너무 가슴이 벅찼다. 특히 관객상의 경우 영화관을 직접 찾아 마음에 드는 작품에 투표한 관객들이 주는 상이어서 의미가 더욱 특별했고 무척 행복했다. 사실 이 작품은 기획할 때부터 관객상을 노리고 만든 것이었는데 꿈이 현실이 됐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더욱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흥미로웠다는 관객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았다.
<울렁울렁>을 소개해달라 무대공포증을 겪을 정도로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주인공 소녀 지은이 자신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멋진 외모로 우상처럼 주목받는 같은 학교 남자 선배 고건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지은과 당차고 박력 있는 겉모습과 달리 겁쟁이였던 고건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가지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다. 2020년 서울산업진흥원(SBA)의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으로 만든 울렁울렁은 장편 애니메이션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만든 이용선 감독과 시나리오를 쓰며 함께 만든 작품이다.
소재는 어디에서 얻었나? 울렁울렁은 자전적인 이야기가 깃든 작품이다. 이용선 감독과 삶의 경험 ,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다 이야기 소재를 찾았다. 예술고를 다니던 당시 난 전혀 특별하지 않고 자존감도 낮다고 생각해 실제 남자 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얻기도 했고 반장이나 학생회장 선거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내 경험이기도 하지만 그 시기에 자신감이 없어 고민하던 주위 친구들이 가진 보편적인 기억을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기법을 쓴 장면이 있나? 극중 지은이 울렁증을 참다못해 끝내 토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종이와 털실 등의 오브제를 활용해 표현했다. 사실 이런 장면은 애니메이션으로 봐도 관객들이 불쾌해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선호하던 스톱모션 기법을 적용해 조금 독특하게 표현하려 했는데 영상이 훨씬 괜찮게 나왔고 반응도 꽤 좋았다. 또 고건이 긴장한 나머지 소변을 지리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이어서 쓸 수 있는 클리셰(Cliche, 전형적인 표현)일 수도 있는데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신체적 반응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아울러 지은과 고건의 작화를 다르게 해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면서 성격을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려고 했다.
전작인 <모두의 게임>도 소개해달라 대학 졸업 작품으로 만든 건데 실제 인생과 비슷한 게임 속 주인공 찹쌀떡이 강아지 친구와 함께 인생 게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게임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한 만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돈으로 윤색된 환상적 세계였고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곳이었음을 알게 된다. 게임 종료 여부를 두고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서는 것으로 끝나는데 각자가 처한 상황의 해석이나 이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선택도 달라질 수 있음을 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인생이 마치 게임 같다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평소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의 느낌을 반영했는데 결말이 너무 난해한 탓에 내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잘 못 보겠더라.(웃음)
향후 계획 또는 목표가 궁금하다 중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요즘 지원사업 신청을 위한 서류 준비에 한창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기엔 이르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작품을 하나둘 만들면서 여전히 부족하고 공부할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또래 감독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관객들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면서 스스로 발전하며 성장해나가고 싶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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