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도모쿠니 산리오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12월에 열린 콘텐츠 IP 마켓 2023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그는 “작은 선물, 큰 웃음이란 이념 아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모두가 사이좋은 세상을 구현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며 “2024년 헬로키티 탄생 50주년을 맞아 한국의 여러 파트너와 협력해 산리오가 선사하는 웃음의 시간을 더욱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쓰지 대표는 연설 직후 이어진 미디어 인터뷰에서 산리오 캐릭터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산리오 캐릭터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은?
귀여운 디자인에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에 귀여운 느낌을 담는 크리에이터들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캐릭터별 기본 설정은 있지만 고정된 스토리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캐릭터에저마다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헬로키티는 나의 리더, 마이멜로디는 나의 분신처럼 소비자들이 자기다움을 캐릭터에 투영하는 거다. 우리는 필통, 타월, 도시락 용기같이 일상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품을 통해 산리오 캐릭터는 친구 같은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산리오 캐릭터는 언제나 내 주위에 있다’는 메시지인데 이는 ‘모두 사이좋게’란 산리오의 경영 이념과 같다. ‘미소를 선사하기 위해, 미소 짓고 싶은 나를 위해 산리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기업 철학이 캐릭터와 상품에 잘 녹아든 게 성공 요인이 아닐까 한다.
전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자녀와 손주에게 사주고 싶은 상품이란 사이클을 만들었다. 사실 주요 캐릭터마다 타깃이 있다. 시나모롤과 쿠로미는 15∼20세 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이들에게 아이돌과 같은 존재로 어필하고 있다. 마이멜로디와 폼폼푸린은 이들보다 좀 더 나이가 많은 세대를 겨냥한다. 헬로키티는 폭넓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Z세대는 잘 모르는 편이다. 그래서 50주년 이벤트를 통해 헬로키티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지 알리려고 한다. 온라인,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100년이 지나도 헬로키티가 사랑받을 수 있게 하겠다. 세대별 타깃에 맞춰 디자인을 명확히 하고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디자인의 원칙이 있나?
딱히 없다. 산리오다운 캐릭터도 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3D 같은 입체 캐릭터도 개발한다. 자유롭게 디자인한다. 대신 ‘모두 사이좋게 미소짓는다’란 핵심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삼고 있다. 그래서 음주나 폭력, 범죄가 떠오르는 디자인은 피한다.
그래픽노블, 코믹스 기반 캐릭터가 인기인 영미권에서 팬덤을 어떻게 만들어갔나?
10년 전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이익을 올렸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는데 주로 캐릭터 상품을 수출했다. 일본에서 상품을 직접 가져가다 보니 아무래도 가격대가 높아 일부 셀럽들만 가질 수 있었다. 셀럽들과 성인이 된 팬들이 헬로키티 상품을 찾았고 아동이나 성인을 위한 디자인과 굿즈 소비가 늘면서 브랜드 파워가 커졌다. 우리는 앞으로 이러한 팬덤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축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기존 브랜딩 방식과는 또 다른 형태가 될 것이다.
완구와 키덜트 상품을 개발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아이들을 위한 완구의 경우 갖고 놀 때 지루해하지 않도록 파트너사와 협업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 힘쓰고 있다.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재미를 온라인으로 확장하고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상품으로는 가전제품이나 일상용품이 있다. 하지만 성인들도 제품을 소유했을 때 귀여움과 사랑스러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한다.
협업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있나?
최근 진행한 K-팝과의 콜라보레이션 성과는 상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캐릭터 브랜드 파워가 더 커진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여러 파트너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왔지만 누구와 할지를 정하는 기준은 따로 없다. 상대 기업이 어떤 곳인지 확인하는 정도이며 생각보다 장벽은 낮다.
헬로키티는 고양이인가 쾌활한 소녀인가?
고양이인지 소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헬로키티는 그저 헬로 키티란 존재로만 인식해줬으면 한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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