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액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미스터 로봇>이 4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로봇이 되어버린 남자와 가족을 잃은 소녀가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특별한 관계가 되어가는 과정을 스펙터클하면서도 가슴 절절하게 그린 미스터 로봇은 <스트레스 제로>(2021)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이대희 감독의 야심작이다. “지금으로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저와 제작진이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그만큼 자신 있어요.”
처음 구상할 때 영감을 준 작품이 있었나?
막내딸이 크게 다쳐서 차에 태우고 응급실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병상이 모자라 환자를 받을 수 없다길래 다른 곳을 찾아 헤맨 끝에 가까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 지났지만 그때의 절박했던 감정이 오래 남아 있더라. 꼭 아빠의 마음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은 감정을 영화로 표현하면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 로봇이 부서지면서도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신이 나온다.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감정이었다. 이런 느낌이 그대로 전달된다면 관객도 감동하지 않을까 한다.
첫 로봇 액션물인데 만들 때 가장 어려웠던 건?
미스터 로봇의 콘셉트는 영화 레옹이나 아저씨와 비슷하다. 성인이 봐도 공감이 가고 스펙터클한 액션 영화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할리우드에서 액션 영화를 찍는 촬영감독들의 카메라 워킹과 기법을 꼼꼼히 분석해 기존 방식을 버리고 연출 기법과 카메라 워킹, 조명, 톤을 싹 바꿨다. 영화 존윅, 조커처럼 섬세하고 묵직한 느낌의 영상을 만들려고 제작진이 밤낮으로 애썼다. 특히 실제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느낌을 내려고 언리얼 엔진을 썼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 연출이나 영상의 품질이 훨씬 높아졌다. 오리지널 극장판을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건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거다.
로봇 디자인이 독특하던데?
주인공 로봇만 그렇다. 다른 로봇들은 아마 익숙한 모습일 거다.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의료용 로봇이 주인공이었으나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와 겹치는 것 같아서 공사장 로봇으로 바꿨다. 원래 강철아빠란 제목으로 아빠가 딸을 구하는 내용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아빠가 공사장 인부였다는 스토리에서 발전시키다 보니 중장비 로봇이 됐다. 세련되기보다 공사장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투박한 모습이 소녀와 대비를 이루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지켜주길 바라는 소녀가 덩치 큰 맥스를 친근하고 믿음직스럽게 느끼도록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눈으로 액션을 즐기고 마음으로 드라마를 느끼길 바란다. 메카닉 마니아들이 볼만한 포인트가 많다. 박진감 넘치는 액션도 시원하지만 로봇들의 내부 프레임이나 움직임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했다. 로봇과 소녀가 꽁냥거리고 밀당도 하면서 차츰 친구가 되어가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은근히 재밌을 거다. 부모가 워낙 바쁜 탓에 방치된 나머지 감정이 삐뚤어질 수도 있는 소녀가 아빠에게 느끼지 못한 감정을 로봇에게서 발견하는 모습도 짠한 감동을 준다.
이제 개봉만 남았다. 아쉬움은 없나?
하얗게 불태웠다.(웃음) 시간이 지나면 미흡한 부분이 보이겠지만 지금으로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을 만큼 모든 걸 쏟아부었다. 제작진과의 호흡도 환상적이었다. 이런 걸 해보고 싶었다는 의욕과 열정이 가득했다. 그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중간중간 나온 결과물을 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었다. 얼른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가 가진 열정과 역량을 모두 쏟아서 그런지 후회는 없다. 자신 있다.
차기작도 로봇물을 구상 중인가?
아니다. 사극 SF 액션물이다. 조선 시대의 한 소녀가 외계인과 괴생명체에 맞서는 이야기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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