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래 사용한 명품 가방이나 지갑 등의 형태를 바꿔 다른 디자인 또는 다른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일명 리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 제품을 리폼하는 건 긍정적인 면이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 일부 해진 곳이 있는 상품을 버리지 않고 상태가 좋은 부분 위주로 활용해 크기가 작은 다른 형태로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자원 재활용과 환경보호를 실행하게 된다.
그런데 명품 리폼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리폼 후에도 그 제품이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확연히 드러나는 형태라면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것이다.최근 법원은 의뢰를 받고 리폼 제품을 만드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 513476 판결).
상표는 자기의 상품을 타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호, 문자, 도형 또는 그 결합이다. 따라서 상표는 특정한 영업 주체의 상품을 표창하는 것으로 그 출처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함으로써 그 상품의 품위 및 성질을 보증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를 출처 표시 기능과 품질보증 기능이라고 한다.
상표법은 이 같은 상표의 출처 표시 및 품질보증의 기능을 보호함으로써 해당 상표의 사용에 의해 축적된 상표권자의 기업 신뢰 이익을 보호하고 유통 질서를 유지하며 수요자 이익을 보호한다. 상표를 통해 수요자는 동일한 상표를 표시한 상품은 동일한 출처(origin)에서 나온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고 나아가 동일한 출처에서 나온 제품은 어느 정도의 품질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만약 가방을 백화점에서 구입하려는데 상표가 표시돼 있지 않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일반 소비자는 여러 가방 중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내가 전에 구매했던 가방이 어떤 회사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고 특정 제품을 구매했을 때 그 제품이 내가 기대한 수준의 품질이 보장되는지도 예측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구찌나 프라다 같은 특정 상표가 표시된다면 이를 통해 소비자는 특정 상품의 출처를 알 수 있고 해당 제품의 품질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리폼 이야기로 돌아가서 왜 리폼 제품이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하게 되는지 살펴보자.리폼 제품으로 만든 상품이 시장에서 유통된다면 어떻게 될까. 일단 사람들은 해당 제품에 있는 특정 브랜드의 로고를 보고 그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이라 착각하게 될 것이다.
물론 리폼 제품이 해당 브랜드 제품의 원단을 사용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제품의 디자인은 달라지므로 결과적으로 해당 브랜드가 생산하지 않은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만들어져 시장에서 유통되는 셈이 된다.
그리고 리폼 제품은 해당 브랜드의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쳐 만든 제품이 아니므로 품질이 어떨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사실 리폼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속품은 정식 부속품이 아니라 시중에서 구한 부속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리폼 제품은 앞서 말한 상표의 기능인 출처 표시 기능과 품질보증 기능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져 결국 상표권 침해 요건을 구성하게 된다.
최근 리폼을 의뢰하며 원하는 디자인이나 스타일을 요청하면 거기에 맞춰 리폼해주는 업체가 많고 실제 온라인에서는 리폼 전후를 비교한 사진을 올려 명품 리폼 전문 업체임을 홍보하는 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리폼을 대행해주는 업체의 경우 해당 제품을 리폼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의뢰를 받아 수선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제품 소유자가 직접 수선을 할 수 있는 걸 좀 더 숙련된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만약 제품 소유자가 직접 제품을 리폼해 본인이 사용한다면 이는 상표법상 문제 될 것이 없다.상표권자는 적극적으로 지정 상품에 관해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하는 독점권과 타인이 등록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사용하는 경우 그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금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표권 소진 이론에 따라 제품이 판매되고 나면 해당 상품에 대해서는 상표권 행사가 어렵다. 상표권 소진과 관련해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표권자 등이 국내에서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양도한 경우 당해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이므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당해 상품을 사용, 양도 또는 대여한 행위 등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생산 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봐야 하고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으로 생산 행위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는 당해 상품의 객관적인 성질, 이용 형태 및 상표법의 규정 취지와 상표의 기능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 등 참조).
결국 제품 소유자 본인이 직접 리폼을 해서 사용하는 것은 상표권 소진 이론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전문적인 수선업자가 제품 소유자의 의뢰를 받아 리폼을 해주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만약 리폼 행위가 단순한 가공이나 수리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로 본래의 품질이나 형상에 변경을 가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생산 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판단할 수 있고, 이러한 리폼 작업을 사업적으로 비용을 받고 했다면 실질적으로 제품 생산 행위로 보아 상표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가합 513476 판결 참조).
결국 리폼을 통해 제품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상표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종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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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캐릭터 / 김종면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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