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지만 당당한 성격의 곰 <베어꾸>, 품에 안겨 있는 걸 좋아하는 토끼 <꾸까꾸>를 보고 있으면 포근함이 밀려온다. 순둥이처럼 해맑은 얼굴은 경계심 가득한 날선 감정을 단박에 무장해제시키는 마성의 매력을 뽐낸다. 이모티콘 시리즈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는 베어꾸와 꾸까꾸에 빠져드는 건 절로 미소 짓게 하는 따스한 기운 때문이 아닐까.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베어꾸, 꾸까꾸가 주인공인 카카오 이모티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25종을 출시했다. 귤제리란 브랜드로 문구용품도 만들면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어깨 통증이 심해져 활동이 좀 뜸했는데 이렇게 소식을 전할 기회를 줘 감사드린다.
<베어꾸>와 <꾸까꾸>의 탄생 비화가 궁금하다
주로 그림 그리는 일을 했다. 오랫동안 불안정한 날을 보내다 보니 앞날이 보다 둥글게 굴러가길 바라는 생각에 뭔가를 끄적이다 돼지 꼬리 모양의 입을 가진 토끼와 곰을 그리게 됐다. 무표정한 얼굴의 친구들이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쩐지 일상의 내 모습과 닮았다고 느꼈다.
팬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뭘까?
잘 모르겠다.(웃음) 이모티콘으로 자주 쓰다 보니 친숙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이모티콘이나 인스타툰을 그릴 때,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일상의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나 경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나 싶다.
이모티콘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이모티콘은 쓰는 사람의 감정을 대변해야 한다. 그러니 특정 감정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를 염두에 두고 그린다. 근데 사람들마다 느끼는 감정의 폭이나 표현의 결이 다르다. 그래서 10개 정도 스케치를 해도 표현이 너무 과하거나 밋밋한 걸 빼면 남는 건 몇 개 안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호응이 적어 실패한 사례도 많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큰 호응을 받았던 적도 더러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나름 연구해 나가는 게 재밌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더라. 그래서 최근에는 그리면서 내가 웃기다 싶은 것 위주로 시안을 만드는 편이다.
캐릭터가 오래 사랑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아마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캐릭터마다 가진 이야기가 있고 그들의 허술하면서도 나약한 부분을 공감하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름대로 혼자 노트에 이것저것 써보고 있는데 꾸준히 하다 보면 방향을 찾아가지 않을까 한다.
목표나 포부가 있다면?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고민하는 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다. 어느 날부터 체력이 떨어지고 어깨 통증도 심해져 오래 앉아서 작업하는 게 힘들어졌다. 그림에 몰두했던 일상이 사라지니 건강을 먼저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건강해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 할머니가 되어서도 귀여운 그림을 그리고, 베어꾸와 꾸까꾸가 오래도록 더 많은 곳에서 사랑받는 캐릭터가 되길 바란다.
이제 시작하는 작가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사실 나도 매번 엎어지고 헤매고 있어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게 무척 조심스럽다. 다만 생각이 많아지면 욕심이 생기고 기대치도 높아지더라. 그래서 원하는 기대치에 못 미쳤을 때 실망도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니 여러 고민 말고 그냥, 지금부터라도 많이 그려서 많은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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