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음악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가수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걸 즐기는 프리랜스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계기가 있었나? 어릴 적 토이스토리를 보고 애니메이션에 푹 빠졌다. 자신의 날개가 장난감인 줄 알면서도 날려고 했던 버즈가 결국 추락하는 장면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을 정도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조용히 그림을 그리며 놀았던 아이였다. 커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겠다고 하니 부모님의 반대가 컸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 굶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안심하시는 것 같다.(웃음)
음악 애호가던데 선호하는 장르가 있나? 비틀스나 산울림, 송골매, 신중현 등 올드팝이나 옛 대중가요를 즐겨 듣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올드팝에 꽂혀 나중에는 1970∼80년대 발표됐던 우리나라 가요까지 듣게 됐다. 옛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의 선율이나 가사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가사에 담긴 표현이 정감 있고 무척 매력적이다. 현대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스함과 정겨움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노래도 두루두루 들으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의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와 CD를 사기도 했다.
현대음률이란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현대음률은 취미를 애니메이션으로 연결해 덕업일치를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다.(웃음) 내가 선망하는 전설의 가수들과 노래를 또래에게 알리고 싶었다. 나처럼 옛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의 BTS가 있기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들이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지 알려주고 싶어 현대음률이란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은 무척 고되다. 그래서 기왕 할 거면 신나서 즐길 만한 소재를 다루기로 마음먹고 기획할 때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을 그려보자고 동료들과 멘티를 설득했다. 1분 30초 분량의 3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사업을 통해 제작된 작품들 중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대수, 김수철, 김현철 씨를 그렸던데? 이분들이 세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가수라고 생각했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가수로는 한국의 밥 딜런으로 불리며 우리나라 포크록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한대수 선생님을 선정했다. 80년대는 국악,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참신한 곡을 선보이며 하드록을 발전시킨 김수철 선생님, 90년대는 시티팝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김현철 선생님이 시대를 상징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분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반응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만든 작품이 맞는 듯하다.(웃음)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이 지닌 매력은? 애니메이션은 움직이는 그림과 소리로 제작자의 의도를 더욱 강렬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또 원화가 지닌 질감이나 색 등을 더욱 풍부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볼 관객이 없다고 해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작품을 끝냈을 때 얻는 보람과 뿌듯함 때문인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션이란 정지된 그림은 그것에서만 느껴지는 정보와 정취가 담겨 있다. 가령 미국의 레코드숍을 방문한 기억을 그린 작품에는 그 공간의 분위기와 LP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담았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내가 느낀 감정을 보는 이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데 가장 알맞은 표현수단이다. 애니메이션과 일러스트레이션의 성격이나 특징은 다르다. 그래서 표현하려는 주제에 따라 어떤 게 잘 어울릴지 고민해 결정한다.
그림의 색감이 화려하던데 추구하는 화풍이 있나? 유성 색연필을 즐겨 사용한다. 이를 꼭 고집하는 건 아니다. 수채화에 싫증이 나 다른 도구를 찾다가 선택한 게 유성 색연필이었다. 수채화를 그리면 입시를 위해 그렸던 틀에 박힌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아 잘 쓰지 않았던 도구로 색다른 화풍의 그림을 그리고자 했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칠하면 원색이 선명하게 나오는 시원함이 마음에 쏙 들었다.(웃음) 이런 화풍이 내 스타일로 굳어지는 게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시대를 거쳐간 한국 대중음악을 뮤직비디오로 만들어보고 싶다. 조니 미첼의 River, 비틀스의 I’m only sleeping 등 해외에서는 올드팝을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시도가 활발한데 우리도 이러한 시도가 많아지고 즐기는 문화도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으로든 책으로든 옛 가수들과 노래들을 그림으로 표헌한 대중음악 아카이브를 구축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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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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