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열전] 책임감과 성취감이 날 움직이게 하죠, 스튜디오 애니멀 김은선 PD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3-08-11 08:00:12
Interview

애니메이션업계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불투명한 비전, 강도 높은 노동량, 낮은 처우 탓에 애니메이션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도 줄고 있다. 그럼에도 어디선가 오늘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PD들이 있기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현장의 PD들을 만나 애니메이션을 향한 그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장인 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미국에서 2D, 3D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제 딴에는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해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꿨다. 하지만 주위 친구들의 실력을 보니 좌절감이 들더라.(웃음) 오랜 타향 살이에 지쳐 휴식도 하고 새 일도 알아볼 겸 한국에 들어와 캐릭터 디자이너 또는 애니메이터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조경훈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한 이해도가 높으니 PD직을 맡아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때부터 스튜디오 애니멀에 들어와 PD로 일한지 어느덧 7년째다. 1년 정도는 선배 옆에서 보고 배웠다. 5년이 지나니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더라. PD 일이 나와 너무 잘 맞는다. 작품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게 재미있다.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한 웰컴투 애니멀스쿨이 원작인 웰컴 투 정글스쿨이다. 야생미 넘치는 동물들이 학교에서 펼치는 본능 초월 코믹 시트콤 시리즈다. 7분 분량의 에피소드 61편으로 기획한 작품인데 욕심과 열정으로 시리즈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제작을 다 맡은 작품이어서 가장 애착이 간다. 인기나 완성도 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낸 것 같아 뿌듯하다. 또 하나는 최근 제작한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 소주 광고 영상 ‘제로슈거 새로’다. 스튜디오 좋이 기획해 우리가 만들었다. 영상 퀄리티도 잘 나왔고 인기도 많아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작품을 끝낼 때 가장 뿌듯하다. 특히 의도한 대로 결과물이 잘 나왔을 때 기분이 짜릿하다. ‘또 이렇게 한 아이를 세상에 내보내는구나’란 부모의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웃음) 기획부터 제작, 후반 작업까지 내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 없다. 당연히 함께 이룬 성과지만 영상이 나왔을 땐 내가 기여한 부분에 대한 노력과 열정을 보상받는 것 같아 기쁘다. 아쉬운 순간이라면 항상 부족한 제작비와 빠듯한 스케줄에 체념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작품을 완벽히 만들려면 수많은 수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수정 비용과 수정 시간이 필요한데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곳은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 싶다. 스튜디오 애니멀은 다른 곳보다 작품 완성도와 퀄리티를 더 높이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끔은 출혈을 감수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100%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이 나왔을 때 가장 아쉽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 그리고 만들고 싶은 열정과 시작했다면 끝을 내야 하는 직업 정신이다. 다른 제작 파트도 마찬가지겠지만 PD란 위치가 주는 책임감, 주어진 시간 내에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 사명감, 만들어진 작품에서 얻는 성취감이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요즘 애니메이션업계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생각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 애니메이션의 위치와 가치를 생각하면 조금은 가혹하지만 언제나 희망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K-팝, K-드라마, K-푸드, K-웹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데 다음 주자는 K-애니메이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제작비는 낮고 인력난에 시달리지만 고품질 영상에 대한 요구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2D 셀애니메이션 외에도 2D 플래시, 3D 맥스, 언리얼 엔진, 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이 심해지고 소비 주기가 짧은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애니메이션이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오면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 또는 작품이 있나?
일상물, 소년 판타지, 로맨스, 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는 편이다. 연출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은가를 따진다. 이 중 가장 먼저 해보고 싶은 건 판타지 힐링물이다. 기계보다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걸 선호한다. 다만 호러나 BL은 별로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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