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W 1H 애니메이션 기획-1_콘텐츠 크리에이터 김중대의 시시콜콜 ❺

칼럼 / / 2021-03-30 11:23:26


Column



195-210.

콘텐츠에도 재고가 있다


일용품에만 재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에도 재고가 있다. 흔히 굴뚝산업에 비해 콘텐츠산업의 장점을 얘기할때 재고가 없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필자는 이 같은 말이 틀리다고 주장하고 싶다. 투자유치가 되지 않아 PC 폴더 에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기획 작품들을 봐왔다. 또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 작품 기획서를 만들었지만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들도 자주 접했다.


예전에 방영을 앞둔 애니메이션의 라이선싱 에이전시를 제안받았던 적이 있다. 도저히 사업을 잘 전개할 자신이 없는 애니메이션을 만날 때는 난감하다. 이럴 땐 최선을 다하겠 지만 결과에 대해 너무 기대를 갖지말라는 이야기를 먼저한 다음 사업 대행을 수락한다. 이런 답변은 제작사 대표가 원하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제작사 대표에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의 수익구조에 대한 생각을 말씀 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해 적어도 지금까지는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을 재미있게 만들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는 생각하는 것 같다. 맞다.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은 언젠가 인정받고 매출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가 문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다수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타협하기 시작했다. 완구사를 먼저 만나 완구 기반의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기 시작한 것. 이런 경우는 적어도 이 작품의 수익구조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필자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아니다.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애니메이션은 어떤 건가요?”


애니메이션 감독, PD, 경영자, 투자사, 상품화 사업자, 방송매체 등 각자의 위치에서 보는 좋은 애니메이션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필자는 약 20년 전에 처음 투자 제안서를 작성해 피칭을 진행했다. 그 후로부터 투자 제안서 작성은 필자의 업무 중 중요한 부분이 됐다. 모든 영업은 설득이다. 필자가 볼 때 객관적 지표를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할수 있는 요소가 많은 애니메이션이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있다. 좋은 작품은 기획서를 채워나가는 것이 쉽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식상한 장르와 소재, 억지스러운 수익구조의 투자 제안서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창작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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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W 1H


필자는 강의나 컨설팅에서 기획에 대해 얘기할 때 항상 2W 1H를 언급한다.(이 용어의 정의는 필자가 만든 것이란 말도 빼놓지 않는다) 2W 1H는 What to Say?, Who to Say?, How to Say?의 약자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란 콘셉트, 누구에게 얘기할 것인가란 타깃,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란 마케팅 및 사업에 관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서두에서도 얘기했지만 여기에 제작에 대한 부분은 생략돼 있다. 좋은 영상 제작에 대해 논하기에는 필자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상도 홍보나 마케팅 부재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흥행에 실패하는 사례도 많다. 그래서 작품과 마케팅은 함께 공존해야 한다. 차별화된 콘셉트, 세분화된 타깃,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적어도 이 세 가지는 기획 단계에서 꼭 심도 있게 고민하길 권한다.


먼저 What to Say부터 얘기해보자. What to Say는 두가지로 나뉜다. USP(Unique Selling Point), 즉 작품의 차별화된 고유의 강점과 필요성(Needs)이다. 작품을 시장과 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지를 먼저 예측해야 한다.


작품의 차별화된 요소는 콘셉트, 캐릭터 디자인, 로그라인, 스토리로 세분화할 수 있다. 몇 년 전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요청으로 변신로봇 콘셉트의 투자 제안서를 갖고 미팅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투자자로부터 기존의 변신로봇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요소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예상했던 질문이었고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었으리라.


이에 제작사 대표는 나름 정성껏 답변했지만 옆에서 듣기에 투자자를 설득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느꼈다. 결국 투자자의 마지막 한 마디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요즘 모든 제작사가 변신로봇 콘셉트를 갖고 오는데 너무 많아서 이제는 어느 로봇이 어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지도 혼란스러울 지경이에요. 당분간 로봇물은 좀 지양하고 싶네요.”


같은 콘셉트는 같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레드오션이다. 완구를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이 제작되고 있다면 역발상으로 가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아를 타깃으로 한 작품이 주를 이루면 초등학생을 타깃으로 기획하고, TV시리즈가 주를 이루면 뉴미디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남아완구 기반의 애니메이션이 많으면 여아 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방식이다. 발상의 전환 으로 기존 시장과 반대 방향으로 기획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트랜드에 근거한 기획은 지양해줄 것을 당부 한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기획, 투자유치, 제작 기간까지 고려할 때 짧게 잡아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획 단계에서 현재의 트랜드를 얘기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3년 후의 시장을 예측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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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10디자인의 콘셉트는 있는가


애니메이션에 자기만의 컬러와 캐릭터들에게 개성이 있는가? 혹시 다른 애니메이션에 등장해도 이질감 없는 캐릭터는 아닌가? 필자는 정말 아깝다고 느낄 정도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몇 번 본 적이 있다. 제작사의 내부사정으로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담덕C&A에서 기획한 담덕스토리의 캐릭터 작화는 20년 전에 디자인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큰 눈망울과 오똑한 코, 잘생긴 외모의 남녀 주인공들과 먹을 것을 좋아하는 비만 캐릭터 등은 흔한 클리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적어도 담덕스토리의 주인공은 위에 제시한 기준에서 벗어난다. 특히 동양적인 배경과 함께 의도적으로 투시를 왜곡한 이미지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LIMA쇼에서 AOL (America On Line, 타임워너 자회사)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계약이 성사됐다.



이 작품은 담덕(어릴 적 광개토대왕의 이름)이라는 네이밍이 영어로 댐덕(Damn Duck!)으로 발음돼 비속어처럼 들릴 수 있다고 해서 영문 타이틀도 ‘리틀히어로 DD(Little Hero DD)’ 로 변경하자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당신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과연 차별화된 디자인을 갖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지면 관계상 로그라인과 스토리는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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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10



김중대 (콘텐츠 크리에이터)



현) 사이드9 기획이사



전) 잭스트리 이사



전) 콘즈 대표



전) 삼지애니메이션 사업 본부장



전) 컬리수 콘텐츠 사업 부서장



전) 바른손 캐릭터사업 팀장



전) 마이크로 상품기획실 팀장



전) 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부회장 전) NCS 캐릭터 자문위원



이메일: jdkim612@naver.com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3월호


출처 :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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