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Buy Art, Save a Cat’은 단순한 예술 전시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실천이 맞닿은 특별한 자리다. 홍대.ZIP에서 열린 이 전시의 모토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다.
작품 감상에 그치지 않고 판매와 기부라는 구체적 행위로 이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이 전시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AI 작가가 대거 참여했다. 그릿케이, 김한재, 꼼지쟁이, 도미, 미루, 미셀장, 반짝반짝, 수리, 아르, 유나킴, 이은빈, 자등, 줄리, 키위신디, 캄파뉼라, 케이, 희애 작가는 각자의 작품 세계와 메시지를 AI라는 공통의 매개를 통해 풀어냈다. 이들의 작품은 단순히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회적 실천과 연결된 울림을 전한다.
AI와 함께 빚어진 여섯 개의 시선
1. 희애, 붉은색으로 기록한 하루
희애 작가는 ‘발자국에 새긴 하루’ 시리즈를 통해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삶을 기록했다. 미드저니를 바탕으로 한 이미지를 섬세한 디지털 드로잉으로 보완하여 털의 결, 눈빛의 깊이, 발바닥의 질감을 정교하게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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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의 기록 |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붉은색의 활용이다. 그녀에게 붉은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상처와 희망을 동시에 상징하는 색채다. 창가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고양이, 정면을 응시하는 눈동자, 까맣게 닳아버린 발바닥, 꼬리를 감싼 채 묵묵히 버티는 뒷모습은 도시 속 외로운 생명들의 하루를 담담히 전한다. 관객은 그 눈빛 속에서 질문을 받는다. “당신은 이 기다림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2. 아르, 고양이의 마음을 은유하다
아르의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고양이의 형상을 그리는 데서 벗어나 유기묘의 마음을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사랑에 실려’에서는 하트 풍선에 매달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양이가 등장한다. 이는 입양이 선사하는 희망과 자유를 밝고 천진하게 표현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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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실려 |
‘기다리다’는 신문 ‘Adoption News’를 읽는 고양이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기다림을 형상화했다. 누군가 자신을 찾아와 주길 바라는 유기묘의 마음을 위트 있게 풀어내 관객에게 미소와 동시에 뭉클함을 전한다.
‘Dreamer’는 별빛 아래 고요히 앉아 있는 고양이를 그려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다. 영상 작품 ‘Little Miracle’은 하트 풍선과 함께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을 중심으로 작은 사랑이 모여 큰 기적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르의 작업에서 중요한 지점은 이야기 불어넣기다. 미드저니의 회화적 질감에 작가적 감각을 덧입혀 고양이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처럼 다가오게 했다. 덕분에 관객은 작품을 보는 순간, 함께 살아가자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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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야 이리온 |
3. 수리, ‘이리온’이라는 초대장
수리의 ‘이리온’시리즈는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를 네 가지 장면으로 풀어낸 연작이다. ‘집사야 이리온’에서는 신뢰와 애정을, ‘물고기야 이리온’에서는 유희와 희망을, ‘아가야 이리온’에서는 작은 생명에게 다가가는 손길을, ‘친구야 이리온’에서는 인간과 고양이가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AI 아트 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예측 불가능한 결과물이 오히려 길 위의 고양이들이 가진 개성과 생명력을 드러내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관객은 고양이의 시선을 직관적으로 체감하며 현실을 넘어서는 은유적 장면에 몰입할 수 있다. “이리온”이라는 고양이의 부름은 결국 관객에게 건네는 초대장이다. 입양은 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선택임을 일깨운다. 이는 반려와 공존이라는 더 큰 서사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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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데려가 주세요 |
4. 유나킴, 꽃과 고양이가 함께 피어나는 정원
유나킴은 ‘Cat’s Garden’시리즈를 통해 꽃과 고양이를 결합한 은유적 장면을 선보였다. 캐머마일 꽃밭에서 안식을 찾는 고양이 ‘함께 피어나는 정원’은 역경 속의 위로와 휴식을 상징한다. 아네모네와 물망초를 배경으로 한 ‘내곁에 있어 주세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는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냈다.
작가는 이런 말을 전한다. “작업은 늘 색감의 조합에서 시작된다. 어떤 색이 어떤 감정을 불러올지, 그 울림을 오래 고민한다. 작품에 앞서 메시지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팔레트를 설계한다. 이번에는 꽃말의 은유를 빌렸다. 캐머마일의 위로, 아네모네의 기다림, 물망초의 간절함이 작품의 핵심이 됐다. 이미지 제작은 미드저니, 챗GPT, 위스크, 플레이그라운드, 클링 등 여러 AI 툴을 병행해 수백 장을 뽑아내고, 그중 가장 메시지에 잘 맞는 결과를 골랐다. 결국 작업은 단순한 기술 조합이 아니라 정원 가꾸기와 같다. 무수한 씨앗 중 가장 건강한 한 송이를 택해 꽃과 고양이 그리고 이야기가 공존하는 장면을 완성하는 것이다.” ‘Cat’s Garden’은 단순히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삶의 태도에 관한 은유다. 입양은 한 마리 고양이를 구하는 일이자, 삶의 정원에 새로운 꽃을 심는 행위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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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owster |
5. 김한재, 골목길 수호천사 ‘Meowster’
미야오스터는 AI와 인간의 상상력이 함께 빚어낸 존재다. 외롭고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며 작은 생명을 보호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아, 유기묘 입양 프로젝트의 메시지와도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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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공원에 버려진 고양이 |
6. kiwicindy, 보호 본능을 일깨우는 색채
공간이 주는 힘: 홍대.ZIP과 창신책방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공간의 성격 때문이다. 전시가 열린 홍대.ZIP은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복합 전시공간이다. 좋은 기획이라면 무료로 공간을 내어줄 정도로 열린 운영 철학을 갖고 있다. 또한 굿즈 제작 공장을 함께 운영해 전시 참여 작가들이 굿즈를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작품을 음료와 굿즈로 확장해 기부까지 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같은 지원 덕분이다. 연계 공간인 창신책방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서와 굿즈 판매는 물론 작가 북 콘서트와 관객과의 대화 같은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메시지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다.
이들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나 서점이 아니라 예술가·관객·지역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거점과 같다. 이번 전시가 사회적 연대로 확장될 수 있었던 이유다.
AI와 예술, 그리고 사회적 가치의 확장
이번 전시는 AI가 예술 안에서 어떻게 사회적 언어로 작동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고양이의 눈빛, 발자국, 꽃과 색채, 하트 풍선과 별빛은 기술의 산물이자 인간의 감각이 덧입혀진 기록이다.
앞으로 AI는 예술을 넘어 교육,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단순한 기술의 진보로만 소비되지 않고 더 건강하고 가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술이 기부로 이어지듯 AI 활용도 사회적 연대와 책임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몇몇 작가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 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문화적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AI는 결국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도구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Buy Art, Save a Cat’전시는 단순히 고양이를 그린 작품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AI와 인간, 예술과 사회적 책임, 작가와 관객이 함께 빚어낸 새로운 연대의 실험이다.
이 연대는 그릿케이, 김한재, 꼼지쟁이, 도미, 미루, 미셀장, 반짝반짝, 수리, 아르, 유나킴, 이은빈, 자등, 줄리, 키위신디, 캄파뉼라, 케이, 희애 등 참여 작가의 이름으로 증명된다. 이들 이름은 이 전시가 지닌 따뜻한 기부의 구조와 사회적 가치의 또 다른 증거다.
전시는 이렇게 묻는다.
“작은 선택이 한 생명을 구하는 정원이 될 수 있음을 아시나요?”
작품을 보고 굿즈를 구매하고 음료를 선택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유기묘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이 작은시작이 모이면 사회 전반에 걸쳐 기술을 통한 공존의 문화가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는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다리가 된다. 홍대.ZIP 전시는 그 사실을 증명하는 장면이자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의 단서다.
김한재
·강동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콘텐츠과 교수
·애니메이션산업, 캐릭터산업, 만화산업 백서 집필진
·저서: 생성형 AI로 웹툰·만화 제작하기(2024) 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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