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윙스>는 어린이들의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 EBS 곽내영 PD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4-03-13 08:00:59
Interview


세상에서 가장 빠른 택배 비행기 호기가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하는 이야기를 그린 <슈퍼윙스>. TV시리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스케일과 볼거리로 눈을 뗄 수 없는 흥미를 선사해온 지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EBS 곽내영 PD는 “슈퍼윙스는 어린이들의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추켜세우면서 10년째 어김없이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온 호기와 친구들을 환영했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아기공룡 둘리,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 등을 만든 한호흥업, 재능TV를 거쳐 2013년 EBS에 들어왔다. 슈퍼윙스는 입사 동기와 같다. 마침 그때 공동 제작 계약을 맺어 이듬해 처음 방송했으니까.(웃음) 내겐 그만큼 각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슈퍼윙스>의 방영 10주년을 보는 소회는?

처음 기획안을 봤을 때의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영상 퀄리티가 높고 내용도 교육적이어서 EBS가 추구하는 방향과 잘 맞아 기대가 컸지만 잘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매회 이야기 배경이 바뀌고 등장인물도 많아 공도 많이 들여야 하고 제작비도 만만찮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정길훈 대표님이 뚝심 있게 잘 만든 덕분에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사실 우리가 공동 제작한 작품 중에는 잘 안된 케이스도 많은데 슈퍼윙스는 초반부터 확실히 자리 잡아 롱런 기반을 닦았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중국 진출 기회를 넓힌 작품이 바로 슈퍼윙스라 할 수 있다.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렇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고 잘 성장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끼는 작품이다.



EBS 내부의 평가는 어떤가?

내용이 교육적이면서 우수하고 모험 요소가 있어 재미도 있으니 방송사 입장에서는 선택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보통 격년이나 2∼3년 간격으로 나오는 작품은 많지만 매년 40편씩 꼬박꼬박 나오는 시리즈가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소재가 고갈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정 대표님은 아직 가보지 않았고 모르는 나라도 많으니 걱정 말라고 하시더라.(웃음) 슈퍼윙스는 우리가 공동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톱클래스에 속하는 작품일 정도로 사업 성과가 크다. 보통 애니메이션 사업의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건 10년도 더 걸리는데 슈퍼윙스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회수가 불투명한 투자가 대부분이어서 방영에 의의를 둔 작품이 많고, 제작비가 많이 들어 큰 기대는 없었는데 중국 시장에 안착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10년이 넘어가니 슈퍼윙스는 이제 끝낼 수 없는 위치에 이르렀다. 설국열차처럼 무조건 달려야 하는 시리즈가 됐다.(웃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이 작품을 보면서 전 세계 어린이를 만나고 여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자 경쟁력이지 않을까. 보통은 이야기 무대를 한곳으로 고정해놓는데 매화 배경이 달라지는 세계 여행이란 테마를 좀처럼 시도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슈퍼윙스를 어린이들의 세계테마여행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곤 한다. 과감한 기획이 슈퍼윙스의 대체 불가능한 색깔이 됐다. 교육적인 콘텐츠를 위해 과감히 시도하고 뚝심있게 지켜온 진심이 세계 어린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10년째 방영되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
10년째 꾸준히 나오는 작품은 슈퍼윙스, 로보카폴리, 뽀로로, 미니특공대, 꼬마버스 타요 정도일 것이다.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매년 새 시즌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흔치 않다. 그만큼 유행을 넘어 꾸준히 지속할 힘이 있는 콘텐츠라는 증거다. 세계에서도 통하는 퀄리티, 해외시장을 겨냥한 끊임없는 사업 시도가 있어야 오래가는 시리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제작진과 사업팀의 노고가 많았고, 그러한 노력이 시장과 잘 맞아 떨어져 스테디셀러가 된 것 같다.



생명력 강한 좋은 스토리텔링의 기준은?

스토리의 중심인 캐릭터에 얼마나 공감하고 몰두해 이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유·아동 애니메이션의 경우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주인공의 서사가 죽 이어지지 않고 매화 끊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거나 주인공에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공감하지 못한다면 몰입이 안 되고, 시청자가 보다가 안 볼 수도 있다. TV시리즈는 극영화가 아니라서 이야기의 호흡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그러니 싫증 내지 않고 호기심을 갖고 계속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열 살이 된 슈퍼윙스에게 한마디

슈퍼윙스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느덧 10대가 됐다. 이들이 부모가 돼 다시 자녀에게 보여주는, 온 세대가 즐기는 애니메이션으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그때까지 지금처럼 전 세계에 물건을 배달하는 슈퍼윙스 친구들에게 수고해달라고 말하고 싶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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