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넘치는 동굴 목소리에 감춰진 까불이 천성 _ 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박상훈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1-05-06 17:27:43
Interview

카리스마 넘치는 중저음의 목소리 이면에는 그만의 까불이 천성이 감춰져 있다. 어둡고 착 가라앉은 동굴 목소리와 소위 뒤집어 까는 하이톤의 우스꽝스러운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두 얼굴의 야누스가 떠오른다. 성우 시험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개그맨 시험에도 도전했을 정도로 유머가 가득한 성우 박상훈은 주연 보다 더 넓은 조연의 영역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2011년 KBS 공채 36기로 입사해 올해로 11년 차를 맞았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외화 , 내레이션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전역 후 복학하기 싫어서 홈쇼핑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방송으로 볼 때는 기계음이라고만 생각했던 프로그램 속음성이 모두 성우들의 생생한 육성이란 것을 알고 신기했 다. 이후 현장에 있던 성우들에게 정보를 얻어 복학할 때쓸 대학 등록금으로 아카데미에 덜컥 등록해버렸다. 내 목소리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정말 수준급 성우 지망생들이 모여 있었다. 결국 6개월 만에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아카데미 동기들의 합격 소식이 하나둘씩 전해지면서 다시 도전 의지가 되살아났다. 그로부터 휴학과 복학을 반복한 끝에 7전 8기만에 KBS에 합격했다. 돌이켜보면 초등학생 때부터 선생님 성대모사로 친구들을 웃기는 것이 좋았던 까불이였는데 그때의 기억들이 성우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기억에 남는 건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의 크레덴스 ,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 스의 조직인 블랙 오더의 일원 에보니 모 , 파워레인저 다이 노소울의 블랙 역할 등이 있다. 또 TV애니메이션 검볼의 바나나 조 ,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빅터벡터 역할도 맡았다. 주인공보다는 조연들이 많고 주로 목소리가 굵고 카리스마가 있는 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영화 알라딘의 앵무새 이아고는 내 목소리를 완전히 뒤집어야했던 색다른 캐릭터였다. 이 밖에 KBS 2TV 생생정보통 , JTBC의 하우 스 , YTN의 황금나침반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내레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 외화 , 방송 , 다큐멘터리 , 게임 , 광고 등 여러 분야의 작품에 참여했는데 어느 한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하고 있는 것이 내 장점인 것 같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는가?
그간 캐스팅 제안이 오거나 오디션을 통해 맡은 역할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조금 어둡지만 목소리가 굵고 생각이나 마음이 여유로우며 카리스마가 있는 역할이거나 , 이와 반대로 목소리 톤이 높고 쾌활하지만 까불대는 역할이다. 내게 어울리는 건 후자인 것 같다. 성격이 밝고 카리스마도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웃음 )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앞서 말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에보니 모가 기억에 남는다. 코가 뭉툭하고 못생긴 외계인이었지만 카리스마가 넘쳤던 캐릭터였는데 관객이나 시청자들이 ‘ 에보니 모가 실제로 말하는 것 같다 ’ 고 호평해주셔서 뿌듯했다. 근육질의 섹시한 남자 캐릭터인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의 빅터벡터 역할도 마찬가지다. 자주 등장하지도 않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것 같다, 싱크로율 100%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매우 좋다.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를 꼽자면?
모든 성우가 청취자를 비롯해 동료 , PD , 클라이언트 , 팬 등 그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이를 완성하는 것은 바른 성품이 아닐까 싶다. 성우는 자신을 세일즈해야 하는 직업이다. 모난 성격이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결국 도태되는 사례가 많다. 억지로 착한 사람이 될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긍정적이면서 인성에 문제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프리랜서인 만큼 나태해지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 관리도 필요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어느 팬이 내 연기 모음을 정리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주셨다. 내가 잊고 있었던 작품들까지 일일이 찾아 모은 것이었다. 심지어 유료 콘텐츠로만 볼 수 있는 작품에서의 모습도 발췌해 올려주신 정성을 보고 정말 감동했다. 이 자리를 통해 그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 하나는 신문 기사를 읽어주는 라디오 생방송에서 동료의 피식 웃는 소리에 터진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던 일도 있었다.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박상훈에게 성우란?
도전과 노력의 산물이다. 아무런 재능이 없던 나 같은 사람도 꾸준히 노력하니 되더란 것을 깨닫게 해줬고 한 우물만 열심히 판다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무모하게 도전했지만 도전하고 즐기면서 이겨내니 어느새 성우가 돼 있었다. 지금도 많이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한계를 느끼지만 이런 과정이 없다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항상 도전하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성우가 아닐까 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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