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아이러브캐릭터>가 창간 22주년을 맞았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지면에 꾹꾹 눌러 담아온 깨알 같은 소식은 함께 호흡하며 달려온 캐릭터 산업에 대한 장대한 기록과 같다. 스물두 살 생일을 맞아 지금껏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시 들춰본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던 IP부터 시장 변화를 예고했던 이슈들을 꼽아본다.
2004년 한류 캐릭터 선두 주자 뿌까, 마시마로
뿌까와 마시마로는 한류 캐릭터의 선두 주자였다. 뿌까는 유럽과 북·남미, 아시아 등 150여 개국에서 3,000여 종의 상품이 나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캐릭터로 우뚝 섰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에 등장해 인터넷 스타로 떠오른 마시마로는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K-캐릭터의 경제적 가치를 입증한 1세대 IP로 꼽힌다.
2005년 뽀로로 전성시대 활짝
뽀로로가 뽀통령(아이들의 대통령)이란 별명을 얻으며 국민 캐릭터 자리에 올랐다. 뽀로로의 성공은 애니메이션-캐릭터 IP-라이선싱 사업으로 이어지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고, 애니메이션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인식을 확산시켜 투자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됐다. 영세한 캐릭터 산업을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도약시킨 ‘사건’이었다.
2006년 첫 캐릭터 가수 포코 등장
국내 최초 캐릭터 가수 포코가 싸이월드에서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아담이나 류시아 같은 사이버 가수가 사람의 목소리에 입 모양을 맞춘 립싱크 가수라면, 포코는 기계로 조작한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가수였다.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포코는 사람으로 환생해 활동을 이어가려 했으나 2집 발매 이후 소식이 잠잠해졌다.
2007년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 탄생
미래에서 온 최초의 소리라는 뜻을 가진 이름의 하츠네 미쿠는 일본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발매한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이자 캐릭터로 가상 아이돌 시대를 연 개척자로 통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임에도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실제와 같은 콘서트를 개최하며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기술이 캐릭터의 활동 영역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2008년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 육성 계획 발표
정부가 내놓은 애니메이션·만화·캐릭터 산업 육성 계획의 골자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총 2,592억 원을 투자해 콘텐츠 산업을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부가 캐릭터 산업을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산업으로 인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투자 확대의 신호탄이 됐다.
2009년 산업 생태계 바꾼 스마트폰 대중화
2010년 제2의 ‘뽀통령’ 꼬마버스 타요
서울 시내버스를 모티브로 한 꼬마버스 타요는 방영과 동시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버스를 의인화해 친밀감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 덕분에 타요는 뽀로로의 뒤를 잇는 제2의 뽀통령이라 불리며 영·유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뽀로로를 통해 굳어진 비즈니스 성공 방정식이 타요의 성공으로 재차 입증됐다.
2011년 이모티콘 시대의 서막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는 이모티콘 시대의 서막을 연 주인공이다. 복잡한 서사 없이도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이모티콘은 모바일 메신저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성인들을 주 소비자로 끌어들이고, 창작자의 활동 무대도 넓혀 캐릭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효과를 불러왔다. 특히 디지털 파일을 유료로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정착시켜 캐릭터 산업의 활성화를 견인했다.
2012년 ‘폴총리’ 등극한 로보카 폴리
‘폴총리’ 로보카 폴리의 전성기가 열린 해였다. 변신 로봇 완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 해에만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교육적인 메시지를 흥미로운 스토리로 풀어내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로보카 폴리는 꼬마버스 타요에서 시작된 교육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로 평가받는다.
2013년 국민 캐릭터 배턴 이어받은 라바
2014년 진격의 모바일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의 플래그십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카카오프렌즈는 오직 모바일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탄생해 인기를 얻은 캐릭터로, 오프라인 단독 매장 오픈은 디지털 공간의 캐릭터가 현실 세계에서도 강력한 구매력과 팬덤을 소유할 수 있다는 걸 의미했다. 특히 체험이란 유통가의 새로운 트렌드를 캐릭터 마케팅에 적용한 첫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소비 시장의 키워드 키덜트
일부 마니아층의 취미로 여겨졌던 키덜트 문화가 대중화되면서 키덜트란 말이 이제는 소비·유통 시장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피규어, 프라모델, 레고, 이모티콘 등 토이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키덜트 소비가 유행이 아닌 문화로 받아들여졌고,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공략하면서 키덜트는 영향력 있는 소비층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6년 ‘사람도 캐릭터 IP’,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2017년 AI, 창작 생태계 지각변동 예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역사적인 대국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 AI가 콘텐츠 창작의 도구이자 주체로 등장했다. 영상 및 스토리 생성, 캐릭터 디자인, 음성 합성 및 더빙 등 콘텐츠 제작 현장에 AI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면서 창작 생태계의 일대 혁신을 예고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 창작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고민거리도 함께 던졌다.
2018년 전 세계 강타한 아기상어 신드롬
아기상어는 한국 캐릭터 산업의 역사를 새로 쓴 기념비적 존재다. 아기상어 댄스 영상은 유튜브는 물론 틱톡, 인스타그램 등 모든 SNS를 뒤덮었다. 유명 셀럽, 운동선수, 심지어 일반인까지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아기상어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챌린지는 자발적인 놀이를 통해 캐릭터가 알려지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 어른들을 위한 캐릭터 펭수
2020년 애니메이션산업진흥법 시행
애니메이션산업진흥법의 시행은 애니메이션 산업의 독립적인 위상을 확립하고 체계적인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국회와 정부가 애니메이션을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그간 영화 등 다른 영상 분야에 속했던 애니메이션 산업이 비로소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 성장할 기반을 갖추었다.
2021년 ‘부캐’ 열풍의 주역 잔망루피
잔망루피는 기존 캐릭터 이미지를 팬들이 스스로 재해석해 새롭게 탄생시킨 매우 독특한 성공 사례다. 뽀로로에서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였지만 팬들이 다양한 표정을 활용해 만든 짤과 밈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잔망스러운 루피라는 ‘부캐’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팬덤의 창의성이 캐릭터의 생명력을 키우고 비즈니스 모델도 창출한 셈이다.
2022년 빵 대신 포켓몬 스티커, 띠부띠부씰
포켓몬빵 광풍은 추억 마케팅과 키덜트의 구매력이 결합해 만들어진 현상으로 캐릭터 소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 주며 큰 화제가 됐다. 16년 만에 재출시한 빵이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즐거움을 연결하고, 특정 문화를 공유하며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된 것으로 20∼40대가 소비를 주도하면서 키덜트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을 재차 각인시켰다.
2023년 거품 빠진 메타버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메타버스가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금세 거품이 빠졌다. 비대면 콘텐츠 수요가 줄고 사용자 유인책 부족, 실질적인 수익모델 부재, VR·AR 장비의 기술적 한계, 보급률 저조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때문에 메타버스 플랫폼 대부분이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기업들의 관심도 차츰 멀어졌다.
2024년 사랑의 하츄핑, 12년 만의 신기록
사랑의 하츄핑의 흥행은 재미있고 잘 만들면 국산이라도 기꺼이 돈을 내고 본다는 관객들의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줬다. TV시리즈의 팬덤이 워낙 탄탄해 어느 정도의 인기는 예상했지만 우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해 희생, 죽음이란 비극적 요소를 활용해 감정이입을 이끌어낸 스토리텔링에 공들인 OST, 셀럽 마케팅이 더해져 상품성이 극대화됐다.
2025년 케데헌이 입증한 K-컬처 파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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