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프라모델 제조사인 아카데미과학의 창업자 김순환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한 고인은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69년 9월 1일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자택 마당에 작은 천막을 차리면서 프라모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 처음 선보인 고무 동력 자동차가 학생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내놓는 과학 교재마다 인기를 몰고 다녔다고 한다.
고인은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1980∼90년대에 줄지어 출시한 모형 제품이 고루 사랑받으면서 우리나라 프라모델 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주 소비층이 PC 게임에 몰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환 위기를 맞아 매출이 떨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았다. 그때 전 세계에서 히트한 제품이 바로 타이타닉으로, 지금까지 50만 개 이상 팔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끊임없는 R&D 투자로 금형 제작과 사출 노하우를 갈고닦았고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아카데미과학을 기술력과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갖춘 세계 5위권의 프라모델 기업으로 일궈냈다.
40여 년간 모형 제품 개발이란 한 우물만 판 고인은 2013년 장남 김명관 대표에게 자리를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우리나라 완구 산업에 큰 족적을 남긴 채 지난 3월1일 영면했다.
아카데미과학은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창업주께서 편안히 영면하셨다”며 “애도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아카데미과학은 밀리터리, 자동차 등 프라모델과 에어건, 과학 교재, RC카 등 500종이 넘는 완구와 하비 제품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독일 뉘른베르크 국제완구쇼에서 1989년 이래 매년 모형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올해의 모델상을 받아왔고 2010년에는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세계 일류 상품 생산 기업에 이름을 올려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
아카데미과학은 “세대를 거쳐 이어온 우리만의 고유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신제품 개발에도 끊임없이 도전해 완구 시장의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더 크게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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