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캐릭터의 날'을 맞아 월간 <아이러브캐릭터>가 캐릭터산업의 흐름을 짚어보는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 경기 고양시 캐릭터허브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시범 국립경국대학교 한류문화대학원 교수, 변명식 서울트레이딩 대표, 송락용 캐릭터디자이너협회장, 윤혜지 하얀오리 대표, 이승용 치킨라이스콘텐츠 대표가 패널로 참여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최영균 콘텐츠산업 전반이 불황이다. 캐릭터 업계도 어렵다고 하는데 체감하는 시장의 현실은 어떤가?
이승용 캐릭터 사업이 잘 안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과거와 다른 형태로 가고 있을 뿐이다. 버추얼 캐릭터로 사업하는 기업들을 컨설팅한 적 있다. 재무제표를 보니 매출이 예상외로 상당히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이 월 1,000만 원, 많으면 1억 원씩 찍더라.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세계는 이제 다른 형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지금은 유튜브로 시작해 방송국으로 가는 시대다. 세상이 바뀌고 시장도 달라졌다. 그런데 주위에 있는 사람은 그대로니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평소 익숙한 우리 생태계의 바깥쪽에서는 더 잘되는 것 같다.
송락용 동의한다. 기존 구조의 캐릭터 사업이 안 되는 거지, 새로운 플랫폼이나 콘텐츠화된 캐릭터들은 훨씬 더 잘 나간다고 느낀다.
윤혜지 <몰랑>도 우리가 익히 아는 전통적인 캐릭터인데 예전보다 조금 인기가 떨어졌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부족했던 거다. 세상이 변하는 것에 맞춰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또 잘되는 캐릭터도 많이 나오고 있다. 초개인화 시대라서 이제 대중이 다 아는 캐릭터보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 캐릭터를 찾아가는 팬덤 시장과 일종의 대세 캐릭터 시장이 분리된 것 같다. 예전에 TV를 틀면 연말 시상식에서 모두 다 아는 팀들이 나왔다면,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아이돌이 유튜브에서 조회수 1억 회를 찍는다. 나름 팬덤이 커서 장사도 잘하고 있다. 요즘은 정말 '누가 가장 유명한 팀이야?'라고 물어보면 선뜻 말을 못 하겠더라.
송락용

이승용 데이터로 보면 지금 잘되고 있는 흐름이다. 부처마다 위원회에서 주기적으로 장르별 매출을 집계하는데 줄지 않았다. 과거보다 더 늘고 있다. 다만 캐릭터를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데이터가 조금씩 다를 순 있을 거다.
변명식 캐릭터 상품 쪽에서 일한 지 한 30년 됐다. 분명한 건 캐릭터 시장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어렵다고 느끼는 건 옛 생각에 머물러 있기 때문 아닐까. 아동이 줄자 아동 콘텐츠에 대한 흥미도 떨어졌지만 케이블채널 보면 여전히 거기에만 매달려 있다. 투자도 안 하니 이익 창출 창구가 없다. 변화의 핵심을 짚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완구 시장에서 뽑기 상품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완구사들은 아직도 아동 완구만 개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리도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아동 상품에만 매달렸다. 근데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 3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업 방향을 바꿔 타깃층을 20대로 높였다. 상품군도 세분화했다. 그랬더니 지금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매출이 더 잘 나온다.
이승용

최영균 잘나가는 국산 캐릭터도 있지만, 그럼에도 일본 캐릭터에 대한 쏠림 현상이 짙어지고 있지 않은가.
변명식 국산 캐릭터가 일본 캐릭터에 비해 묘하게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뭔가 딱 집어 말할 순 없는데, 작가가 던지려는 메시지의 표현이 조금 미흡하다고나 할까. 암튼 내가 정확히 해석할 능력이 없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최영균 경기가 어려울수록 1등만 더 잘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여유가 있으면 여러 유망 캐릭터를 쓰기도 했는데 지금은 유명 캐릭터만 찾는다.
김시범 요즘은 어떤 기준으로 상품화할 캐릭터를 고르는지 궁금하다.
변명식


지금 잘되는 캐릭터들은 대체로 작가가 인플루언서이거나 이야기 속의 캐 릭터인 것 같다. <망그러진곰>이나 <먼작귀>, <가나디> 작가들이 이야기 를 많이 풀어놓는 스타일이다. 일본 캐릭터의 완성도가 더 높다고 느껴지는 것도 그런 점인 듯하다. 캐릭터가 인물처럼 느껴져서 행동이나 표정, 연출 이 굉장히 섬세하고 쓸 소스도 많다.
변명식 올 4월에 <뿌까>와 계약했다. 요즘 해외 관광객이 많아져서 잘될 거라 본다. 1990년대 후반에만 해도 <미피>는 그런저런 캐릭터였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미피> 스토어 경주점 같은 데 가면 관광객들이 계속 온다. 자그마한 매장인데도 매출이 상당히 높다. 현지 특화 상품이 효자다. 그렇게 <미피>처럼 홍보를 잘하던가 아니면 투자하거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서 새로움을 보여줘야 한다.
김시범 캐릭터산업진흥법 제정이 진행 중이다. 거기에서 캐릭터를 이렇게 정의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바뀔 것 같다. 캐릭터산업을 뭐라고 정의할 건지 이 자리에서 딱 이거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결국 주체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IP를 갖고 있는 자와 그걸 활용하는 자가 같이 들어와 있는 게 이 산업이다. 캐릭터는 과거보다 훨씬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영역에만 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산업이 발전할 때는 어떤 변곡점이 있다. 캐릭터산업도 분명히 그 변곡점에 와 있다고 느낀다.
변명식 정부 지원사업이 조금 아쉽다. 그저 돈을 쥐어주는 방식으로는 발전하기 어렵다. 좀 더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는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 작가나 기업은 지금 트렌드에 맞는 어떤 주제로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상품화 사업자들과 어떻게 홍보하고 팔지 산업 주체들이 함께 의논하고 IP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지원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윤혜지 정책 의사결정권자들이 너무 옛날 분들이어서 체감을 잘 못 하시는 것 같다. 정책 수립 과정에 현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맨날 같은 사람들이 지원사업을 심사하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송락용 어떤 회사를 지원해주는 것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필요하다. 민간에서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노력해 거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좀 도와주면 더 크게 뭘 할 수 있다'라고 말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안 보여주면서 도와달라고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변명식 엉뚱한 데 투자를 하고 있으니 업계가 맨날 힘들다고 그러는 거다. 뭘 만든다고 하면 돈 주고, 실패하면 또 손 벌리는 게 반복되니 자생력이 높아질 수 없다.
김시범 캐릭터는 흔히 얘기하는 융복합산업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장르다. 그래서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최영균 어디까지가 캐릭터인지 불분명하니 직접적인 투자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송락용 캐릭터 관련 지원 예산은 게임, 웹툰, 애니메이션 장르에도 녹아 있다. 다 합하면 규모는 큰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예산 규모가 작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승용 지금 필요한 건 작가들에게는 캐릭터 시장성을 테스트할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보는 지원사업이 내년에 꼭 부활하면 좋겠다. 작가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생겨야 한다. 심사를 다녀보면 작가들이 에이전시와 불공정 계약을 맺은 사례가 정말 많더라.
변명식 작가든 제조사든 지금의 트렌드가 뭔지 잘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익 구조를 만들고 IP 가치를 높이는 포인트를 찾으면 분명 길이 나온다고 본다.
송락용 캐릭터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기본계획의 윤곽이 조만간 나올 것 같다. 지금의 현실을 짚고 미래 발전 방향을 담은 만큼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 오늘 이 자리에서 나온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윤혜지 인플루언서나 인기 웹툰 작가들처럼 누가 좀 나서서 그런 스피커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이런 소리를 대중이 들을 수 있게 하는 창구가 늘어나면 참 좋겠다. 정보가 흐르지 않는다.
김시범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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