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원고 A는 C라는 상호로 가방을 판매하는 사업자다. 2019년 D 캐릭터를 창작 및 저작권 등록한 후 이를 응용한 E캐릭터를 제작했다. A는 E 캐릭터가 인쇄된 보조 배터리를 제작하고 이를 SNS로 홍보했다.
피고B는 F라는 상호로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사업자다. 2021년 2월부터 9월까지 중국에서 E 캐릭터가 인쇄된 휴대전화 케이스를 수입해 자사 사이트와 타 플랫폼에서 판매했다. A가 저작권을 주장하자 B는 남은 상품을 폐기했다고 답변했지만 일부 사이트에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에 A는 B를 저작권 침해로 형사 고소했지만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A는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결했을까?(이 사례는 서울남부지방법원 2023. 12. 8. 선고 2022가단232844 판결문을 사안의 이해를 위해 각색한 것이며, 개별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참고 바란다.)
해설
저작권 침해 여부
1) 법적 쟁점과 판단 기준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법원은 저작물이 창작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가 원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는지를 검토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E 캐릭터를 창작했으며 피고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는 원고가 원저작물과 달리 휴대전화 케이스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하지 않아 최초 창작자로 볼 수 없거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법원은 저작권 등록은 돼있지 않으나 기존에 원고가 창작해 저작권 등록한 저작물에 새로운 창작성을 부여해 창작한 2차적 저작물로서 창작과 동시에 저작물로 보호가 된다고 판단해 피고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2) 관련 판례와 시사점
서울중앙지법은 2005노3421 사건에 대해 “우리나라 저작권법이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등록이 저작권 발생과 직접 관련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 묵주 반지 디자인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응용미술 저작물에 해당하는지는 등록 여부에 상관없이 저작권법 규정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함이 옳다” 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미술 저작물인 묵주 반지가 저작권 등록이 됐지만 묵주 반지의 기본적인 형상이나 모양 및 그 구성요소와 배치 등 디자인이 피해자의 창작물로 이용된 물품인 묵주반지와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은 묵주 반지 판례와 달리 미등록된 휴대전화 케이스를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했으나 저작권 등록 여부와 저작물성 인정 여부는 별개라는 점은 동일한 취지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과실 여부
1) 법적 쟁점과 판단 기준
피고는 고의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E 캐릭터와 함께한 글이 표시돼 있었음에도 국내에서 창작된 저작물이었을 가능성을 두고 저작권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았고 중국의 수출업자에게 저작권 관련 문의를 한 사실이 없음을 이유로 과실을 인정했다. 저작권 침해에서 과실이 인정되면 비록 고의가 없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2) 다른 판례와 시사점
대법원은 95다49639 사건에 대해 “연속극 대본 집필자가 저작권을 침해해 극본을 작성했더라도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자가 과실없이 이를 알지 못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는 대본 집필자와 방송국 및 프로그램 제작자 사이에 사용자 및 피용자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방송국 등이 집필자를 특별한 주의 감독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 참작됐다.
따라서 모든사건에서 관련 침해자 모두의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상, 신의칙상, 상관행상 저작자를 확인할 의무나 주의 의무 등이 전제돼야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하겠다.
손해배상액 산정과 전략
저작권법 제125조 제1항은 저작권 침해로 인해 저작자가 입은 손해를 추정할 때 침해자가 얻은 이익액을 기준으로 삼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이익액도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익액도 알 수 없다면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 결과를 참작해 상당한 적정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저작권법 제126조).
위 사례에서 원고는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00만 원만 인정했다. 원고가 손해액을 입증하는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액을 더 많이 인정받기 위해 원고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우선 증거자료를 강화하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매출 손실, 경쟁력 저하 등 실제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인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전문가의 감정의견서나 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피고의 이익액 추정 자료도 활용한다. 피고가 저작권 침해로 얻은 이익액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취합 제출해 이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정당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형사와 민사 책임의 차이
이번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를 형사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민사 소송에서는 피고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형사와 민사에서는 고의의 유무와 과실의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형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민사에서는 과실로 인한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캐릭터 저작물의 보호에 있어 형사와 민사 책임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손해액의 인정이 엄격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줬다. 캐릭터관련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물의 창작 여부, 저작권 등록, 사용 허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겠다. 또 형사소송에서 무혐의 판결이 내려졌더라도 민사소송에서는 과실이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고 저작권 보호에 관한 법적 기준을 충분히 이해해야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법적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권단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사)한국캐릭터문화산업협회 법률고문변호사
·(사)한국MCN협회 법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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