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있을 법한 소녀 같은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일품 _ 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김이안

애니메이션 / 장진구 기자 / 2022-09-02 11:00:54
Interview
꾸밈없는 담백한 목소리가 성우 김이안의 매력이다. 과장하지 않고 툭툭 뱉는 소리가 차분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보건복지부의 공익광고 속 “세상에 괜찮은 담배는 없습니다” 란 멘트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녀를 인터뷰했다. 앳되고 풋풋한 소녀 감성 덕분인지 청량하고 맑은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9년 KBS 공채 44기로 데뷔했다. 전속이 풀리고 프리랜서로 활동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풋풋한 신인이다.(웃음)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취미 삼아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데 금방 싫증내는 성격이어서 딱히 취미는 없다. 누워 있는걸 좋아한다.(웃음)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었나? 원래 음악을 좋아해 작곡가를 꿈꿨다. 작곡과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았으나 재능이 별로 없다는 선생님의 단호한 말에 좌절했다.(웃음) 갑자기 꿈이 사라지니 진로가 막막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찬찬히 돌아보다 다큐멘터리, 게임, 애니메이션에 모두 성우가 등장한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인터넷에 떠도는 대본이나 연기 영상 등을 찾아보며 성우 공부를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학원에 다녔는데 사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건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한 적도 있었다. 그저 재미있고 신기한 마음으로 시작했더니 내 연기를 보여주기보다 누군가의 연기를 따라 하고 있더라. 고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이 이어졌다. 그런데 날 진정 사랑하고 당당하게 여기니 비로소 내 연기가 나오게 되더라. 이후 공부를 다시 시작해 그토록 원하던 성우로 데뷔할 수 있었다.


대표작을 소개해달라 아직 신인이라서 많은 작품을 해보지 못했다. 웹툰 원작의 오디오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웹소설 원작의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에서 하녀 젠 역을 맡았고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의 그릴라, 카운터사이드의 레비아 타니스 캐릭터도 연기했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피는 물보다 진하다에서는 단역 아나운서로 출연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진 걸 꼽으라면 “세상에 괜찮은 담배는 없습니다”라는 ‘명대사’ 를 남긴 보건복지부의 금연 공익광고, 올리브영 광고 등이 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소리에 호흡이 많이 섞여 있다보니 소심하거나 꾸밈없고 애교를 잘 부리는 소녀 같은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어느 오디오드라마에서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에게 반항하는 소녀를 연기한 적이 있는데 이를 들은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왔다. 특히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사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제안을 많이 받았다. 주위에 있을 법한 목소리,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선호하는 것 같다. 차분한 느낌의 정적인 역할을 많이 맡다 보니 내면의 감정을 분출하는 사이코패스나 살인마 역도 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프리큐어에 나오는 캐릭터 중 어느 하나만 맡아봐도 소원이 없겠다.(웃음) 성우 지망생 때 큐어마치 역과 꽤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무척 즐겨 보는데 이 작품은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피규어나 원화, 인형 등으로 집을 장식하고 싶을 정도로 푹 빠져 있다. 또 가면라이더처럼 시리즈로 나오는 특촬물이나 애니메이션도 꼭 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제안 주시면 언제든 달려가겠다.(웃음)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우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내 목소리를 사랑하지 못했던 거다. 지망생 때도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목소리가 평범하다는 생각에 고민에 빠진 적도 있었고, 성우가 된 후에도 선배들이 지켜보고 있고 PD가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에 주눅든 내 모습이 연기에 묻어나더라. 하지만 어떤 역을 맡아도 ‘해보지 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며 자신감을 가졌을 때 나만의 모습, 내가 가진 능력이 드러나게 되더라.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렸다.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기쁘거나 슬픈 일 모두 금방 잊어버리는 편이라 실수도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웃음) 다만 데뷔 이전부터 신용우 선배님의 찐팬이었는데 어느 날 녹음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멀리서 동경하던 분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함께 녹음했던 그때의 벅찬 감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 뒤에 선배님이 앉아 계셨는데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가슴 졸이며 녹음했던 것 같다.


김이안에게 성우란? 열여덟 살 때 성우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는데 지금까지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곡을 하겠다며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면 또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모르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성우란 직업에 순식간에 빠져든 게 기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가 무척 재미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무대에 서보는 모습도 상상해본다. 그러나 몸짓이나 시선처리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웃음)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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