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블로컴퍼니가 10월 서울시 서초구 aT센터에서 개막하는 서울팝업페스티벌2024&아이러브캐릭터라이선싱쇼2024에서 제2회 인디보드게임마켓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국산 창작 보드게임 작가를 집중 조명하고 새로운 게임의 사업화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자리다. 오준원 대표는 “창작자가 많아져야 팬이 늘고 문화도 확산해 보드게임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보드게임에 빠진 건 언제였나?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2000년쯤 전국에 보드게임 카페붐이일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같은 PC게임을 즐겼으니 자연스레 보드게임에도 눈이 갔다. 게임 종류가 워낙 다양했는데 특히 패키지에 개발자 이름이 적힌 걸 보고 나도 혼자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히 동경하던 게임개발을 내가 직접해 볼 수 있다는 점에 확 꽂혔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적으로도 시장이 크더라. 그래서 루미큐브, 카탄, 모노폴리, 부루마블처럼 크게 성공해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한번 마음먹으면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성격이라 그때부터 게임을 기획한 끝에 2003년에 젬블로를 출시했다.
보드게임의 매력이 뭔가?
온라인 게임은 세계관이 방대하고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청각적 효과들이 화려하지만 혼자 즐기는 느낌이 강하지 않은가. 친구들과 같이 즐긴다해도 마주 보며 몰입하는 느낌은 비교적 약하다. 보드게임은 정적이지만 사람들이 직접 대면해 즐김으로써 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주는 콘텐츠다. 규칙도 간단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이 아무리 발전해도 보드게임은 죽지 않고 다른 매력으로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젬블로가 올해로 출시 21년째를 맞는다. 한글 보드게임 라온이 나온 지도 14년이 됐다. 톡톡우드맨, 피라미스도 여전히 잘 팔리는 효자상품이다. 이게 보드게임의 강점이다. 캐릭터 사업과 비슷하다. 꾸준히 노출하면서 인기가 높아진다. 시장에 자리 잡긴 어렵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다. 연금같다고나 할까.(웃음) 한 번 보고 마는 영화나 책과 달리 보드게임은 반복적인 소비를 일으키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보드게임칼리지를 운영 중이다. 교육과 인재 양성에 힘쓰는 이유는?
관련 교육을 시작한 건 2006년이다. 점점 규모가 커져 2019년에 보드게임 칼리지란 정식 명칭을 붙였다. 교육은 크게 두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보드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선생님을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보드게임 개발 지식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드게임은 교육적 요소가 상당하다. 사업을 막 시작했을 당시에도 해외 유명보드게임을 교육에 활용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이 많았다. 영재 교육 키트가 보드게임과 유사했다. 간단한 수학을 배울 때도 공부가 아니라 게임으로 인식하면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익힌다. 보드게임을 하면 수학적·논리적·언어적·과학적 사고와 협동·경쟁·설득의 행위가 동시에 이뤄진다. 특정 분야의 발달에 집중한 게임도 많다. 그래서 각 게임의 장점을 선생님에게 알려 과목별로 어울리는게임을 활용하게 끔 유도한다. 보드게임개발교육은대학,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 등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자 양성 과정도 운영한다. 우리나라 보드게임 산업 매출이 연간 2,000억∼3,000억 원인데 해외에서 들여온 게임이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산업이 성장하려면 국산 게임이 많이 나오고 흥행해야 한다. 그리고 창작자가 많아져야 팬, 문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경쟁자가 아니라 같은 편을 만드는 거라 생각한다. 웹툰이 빨리 클 수 있었던 건 웹툰 작가가 많았기 때문 아닌가.
서울팝페에서 인디보드게임마켓을 여는 배경은?
창작자가 조명받고 더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작년에 처음으로 인디보드게임마켓을 개최했다. 올해 행사를 서울팝페현장에서 여는 건 인기캐릭터와 보드게임의 콜라보레이션을 적극 유도해 IP 라이선싱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게임의 사업화 가능성을 가늠해보고 캐릭터 IP와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하려는데 유망 IP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B2B, B2C 성격이 어우러진 서울팝페 현장이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다. 행사 규모를 키워 창작자를 위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 보겠다. 창작자들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소비, 제작, 투자가 활성화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보드게임 작가에게 필요한 자질은?
위대한 작품을 만들려면 위대한 작품을 많이 봐야 한다. 유명 게임을 많이 해보고, 플레이어 입장이 아니라 개발자 입장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눈이 필요하다. 관객이 아니라 감독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모저모 뜯어보고 분석해보며 호기심을 갖는 게 좋다. 창작자에게는 열정과 끈기가 생명이다. 주변과 소통도 많이 해야 한다. 자기가 만든 보드게임을 테스트해보려면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모임에나가 정보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갈고 닦길 바란다. 다만 처음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는 건 좋지 않다. 당장 수익을 내기 힘드니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다. 본업과 병행하면서 가볍게 접근하되 꾸준히 아이디어를 내고 테스트해보길 권한다.
아이러브캐릭터 / 장진구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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