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과연 어떤 콘텐츠를 원하고 있는가? 중국 시장에 관심 있는 분들은 모두 궁금해할 것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며 다듬은 생각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키즈 콘텐츠 분야
유아 콘텐츠 분야에서는 페파피그, 베이비버스, 슈퍼죠죠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일상을 다루면서 부모가 함께 봐도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를 갖췄다는 것. 다시 말해 좋은 습관부터 예절까지 아이에게 유익하고 부모도 재미있게 육아 정보를 익힐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라는 점이다. 시대 흐름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이런 콘텐츠는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요소가 담긴 콘텐츠라면 반드시 인기가 있을까? 꼭 그런 건 아니다. 방송 분량(편수)도 많아야 한다. 중국은 시장이 큰 만큼 작품 수도 많다.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광전충국에 등록된 국산 작품은 465편, 총 15만 2,000분 분량이다. 경쟁이 치열하니 “인지도를 높이려면 104편은 기본이다”란 이야기를 많이 한다. 분량이 많을수록 TV 편성도 수월하고 플랫폼에서도 계속 새로운 에피소드를 업로드할 수 있어 이러한 작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편수가 많을수록 TV나 플랫폼에서 노출하는 기회가 더 많고, 노출이 많아야 치열한 경쟁에서 아이들의 기억에 남아 생존할 수 있다. 대다수의 작품은 론칭만 하고 사라진다. 요즘 플랫폼들도 어떤 작품이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프리스쿨 타깃물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엿볼 수 있다.
4세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겨냥한 부니베어, 희양양과 회태랑, 지지본드는 매년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타깃층을 확장하기 위해 세계관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이들 작품은 수년의 시간에 걸쳐 중국의 3대 국민 IP가 됐다. 이들을 제외하고 가장 핫한 작품은 남아물로는 헬로카봇, 여아물로는 캐치! 티니핑이다. 터닝메카드, 또봇도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잘 만들지만 키즈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이다. 원인을 찾아보면 보통 완구, 라이선싱, 배급을 통해 IP 수익을 거두는데, 중국의 라이선싱 산업은 아직 덜 발달했고 배급 수익은 적어 완구 수익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완구사가 주도한 작품은 퀄리티보다 가성비를 추구한다. 팽이 등 트렌디한 완구를 메인 완구로 내세운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IP로 성장시키기보다 완구 홍보용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완구 수익이 보장되면 후속작을 만들고, 반응이 없으면 바로 포기하는 곳이 많다.
요즘 헬로카봇 등 한국 작품이 왜 대세인지 이유는 명확하다. 한마디로 헬로카봇처럼 스토리가 좋고 영상 퀄리티도 좋고 완구까지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작품 소재별로 살펴보면 이렇다. 지난해 등록된 작품 중 동화(판타지) 소재는 229편, 문화 56편, 현실 43편, 역사 23편, SF 39편, 교육 63편이었다. 2021년과 비교하면 판타지, 문화, 현실,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 늘었는데 아무래도 판타지 작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
요즘 흥미로운 키즈 애니메이션 하나가 있어 소개해본다. 바로 망고TV의 오리지널 작품 리틀망고-지구 인턴생활이다. 편당 5분, 총 26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리틀 망고가 지구에서 보낸 인턴생활을 묘사했다. 리틀망고가 경험한 25개의 직업은 청소부, 경비원, 배달원 등 흔한 직업뿐 아니라 판다 사육사, 번지점프 협조자 등 특별한 직업도 포함돼 있어 더 흥미롭다.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궁금해하고 청년들은 직장 생활에 대해 공감한다. 망고TV는 키즈 콘텐츠 부문에서 아직 텐센트, 아이치이, 유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지만 예능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 키즈와 청소년을 모두 겨냥하는 모양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편당 5분 이하의 작품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나이롱과 리틀망고-지구 인턴생활 모두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중국 아이들은 TV보다 도우잉(중국판 틱톡)을 더 많이 본다. TV는 집에서만 볼 수 있지만 도우잉은 휴대전화만 있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10명 중 8명이 매일 도우잉을 본다. 부모의 행동이 궁금하고 따라 하고 싶은 아이들은 도우잉을 즐겨 볼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19일 도우잉을 심각하게 비판했던 아이치이에서 도우잉과 롱폼 콘텐츠에 대한 2차 창작과 홍보에 대한 제휴 협의를 맺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도우잉을 비롯한 쇼트폼 플랫폼이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으며 그 영향력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청소년 콘텐츠 분야
중국의 10∼20대는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현대 중국에서 태어나 자부심이 강하다. 더구나 중국은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문화 건설을 강화하면서 젊은 세대의 문화 자신감도 높다.
이런 배경에서 국조라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국조란 중국 전통문화를 최신 트렌드와 결합해 만들어낸 제품, 브랜드를 의미한다. 패션, 화장품으로 시작해 전자 제품, 문화 콘텐츠까지 요즘 중국 곳곳에서 국조 열풍이 일고 있다. 중국의 5대 롱폼 플랫폼의 동만(애니메이션) 카테고리에 들어가보면 대부분의 작품이 중국 문화 특색을 지니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장르는 선협,현환(중국식 판타지)이다. 플랫폼들이 SF나 현실 등으로 소재를 확장하고 있지만 다양성이 많이 부족하다. 그 부족함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지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분야
중국에서는 키즈보다 패밀리, 어른들을 위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가 더 많다. 지금까지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사상 흥행 성적이 가장 좋은 10편 중 7편이 중국 문화 특색이뚜렷한 작품들이다. 나머지 3편은 모두 부니베어 영화다. 올 여름방학에 개봉한 장안삼만리는 백사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주이광동화의 신작으로 17억 위안이 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랭킹 2위에 올랐다. 주이광동화가 일련의 신화 작품을 선보인 후 처음으로 다른 소재를 다룬 작품인데 당나라 시인 이백과 고적의 평생을 각색했다. 이 역시 중국 문화에 기인한 작품이다.
칼럼을 마무리하며
12개월간 연재한 칼럼은 이번 글로 마무리하려 한다. 중국의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준 월간 <아이러브캐릭터>에 감사드리며, 칼럼을 기획하고 많은 도움을 준 김중대 모꼬지 이사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중국 시장은 뭔가 복잡하고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헬로카봇, 캐치! 티니핑 등 성공 사례가 있기에 중국에서는 우수 한국 작품, 한국제작사와의 협력을 환영하고 있다. 앞으로 한·중 콘텐츠 교류가 더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한국의 모든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성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최자인
·모꼬지 콘텐츠사업본부 과장 (모꼬지 한·중 프로젝트 책임 담당자)
·중국 링동(광저우 링동 창상문화 과기유한공사) 창의센터 기획 PD
·한·중·일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 CAMPUS Asia 1기 졸업생
아이러브캐릭터 / 최자인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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