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_애니메이션 속 그 목소리 _ 성우 강수진

Interview

| 2021-01-08 10: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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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좀 본 사람이라면, 아니 가끔 본 사람이라도 이 사람의 목소리는 어디선가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드래곤볼의 손오공, 슬램덩크의 강백호, 원피스의 루피 등. 자, 이제 감이 오는가. 얼굴이나 이름은 몰라도 목소리 인지도만큼은 톱배우 저리 가라다. 영상 속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 사람. 성우 강수진이다.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88년 KBS 제21기 성우로 데뷔한 이후 32년째 활동 중이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라디오 드라마, 외화 더빙, 게임 등에서 다양한 역을 맡아 왔다.


성우라는 직업을 택한 계기가 있나?  

서울예대 방송연예과 시절 카메라 기술 등을 배우며 연출과 제작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런데 연출을 하려면 연기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름 연기를 공부하던 중 우연히 성우 공채 공고를 보게 됐다. 그간 갈고 닦은 연기 능력을 평가받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하면서 방송국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해달라  

너무 많아서 대표작을 꼽기는 힘들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원피스의 루피, 란마1/2의 란마, 이누야샤의 이누야샤, 명탐정 코난의 남도일,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도로로, 또봇V의 소닉 스텔스, 벅스 라이프의 플릭, 시티헌터의 우수한, 영혼기병 라젠카의 아틴, 유희왕 듀얼몬스터즈의 조이 등이 있다. 영화로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역을 맡았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떤 성격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나?  

주로 많이 했던 건 소위 열혈 캐릭터다. 목소 리톤이 10∼20대의 목소리와 어울려서 그런지 지금도 많이 한다.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으며 때로는 열정 넘치는 젊은 캐릭터를 좋아하고, 연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 성격은 내성적이고 말수가 별로 없다. 혼자 있기 좋아하고 공상을 좋아한다. 강한 내적 감성을 밖으로 표현하는 직업이 배우다. 난 성우라는 직업을 통해 감정을 표출하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




성우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 꼽는다면?  

추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좋은 감성이 중요하다. 목소리에 의존하지 말고 목소리에 마음 또는 영혼을 담으려고 노력 하는 자세 같은 것 말이다. 성우에게 목소리란 배우의 외모와 같은 개념이다. 아무리 잘생긴 배우라 할지라도 감성이 부족하거나 표현을 잘하지 못하면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성우 역시 개성과 혼이 담긴 연기를 추구해야 하고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우든 성우든 연기를 잘하려면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인생 경험이 풍부할수록, 직간접적인 경험이 많이 축적되고 감성화된 사람일수록 연기를 더욱 잘한다는 것이다.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재미없게 산 것인지, 역경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제작 환경이 그리 역동적이지는 않다. 부스 안에 들어가 마이크 앞에서 녹음하는 것이 대부분 이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없다. 그럼에도 하나 꼽자면 막 성우가 된 후 ‘즐거운 우리집’ 이란 KBS 라디오 홈드라마에 투입됐을 때였다. 당시 상수라는 초등학교 6학년 아이 역을 맡았는데, 잘못을 저지른 손자를 할아버지가 따뜻하게 훈계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네’ 라는 대답이 11 번이나 있는 게 아닌가. ‘ 네’ 를 4∼5번 했을 무렵, 부조정 실에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PD가 갑자기 안경을 벗어 던지며 나가더라.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진이 일순간 얼어붙었다.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아 안절부절못했 다. 5분 정도 지났나. 선배 하나가 나가더니 한참 있다가 PD와 같이 들어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녹음이 시작 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던 찰나 할아버지 역을 맡은 선배가 키득키득 웃고 있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신인들을 골려주기 위한 선배들의 짓궂은 장난이었다. ‘네’ 란 대답을 11번이나 내리 반복한 것도 작가와 짰다고 하더라. 지금은 사라진 일종의 신입에 대한 통과의례였는데, 그때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강수진에게 성우란?  

목소리로 세상을 그리는 사람이다. 소리로 세상을 표현하는 분야로 음악이 있다면, 성우는 이미지를 만들어낸 목소리로 캐릭터 이미지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전달하고 표현하며 청각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연상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충족시켜 그 속에서 흥미를 찾아내는 직업이 바로 성우다. 요즘처럼 비주얼이 강조되는 콘텐츠가 지배하는 시대에서도 오디오는 빠지면 안 된다. 오디오는 비디오의 감흥을 배가시킨다. 보조적 수단이 아닌 영상 이미지의 화룡점정과 같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1.1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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